혼자놀기의 힘
혼자 놀기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속도로 세상을 즐길 수 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내향인이다. 어릴 때부터 혼자의 시간을 좋아했다.
하교 후 아무도 없는 집에서 조용히 노는 것이 좋았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남동생은 늘 밖에서 산이나 들로 놀러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야 돌아왔다.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도 피아노와 나 만 있는 좁은 그 공간에서 피아노 연습하는 시간도 즐긴 것 같다. 집에서 만들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천을 오렸다 실로 꿰맸다 하면서 쪼물딱 거리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도서관이 좋아졌다. 손만 뻗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 도서관이었으니까.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혼자 다니는 것에 어색해 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시간은 내게 휴식의 시간이다.
‘혼자 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을 쓴 강미영 작가의 말씀에 깊은 공감이 갔다.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고 떠밀려 외톨이로 혼자가 된 게 아니라 자발적 선택에 의해 혼자 노는 것은 언제든 친구들 사이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혼자 지내는 시간은 견뎌야 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자발적 홀로 있기를 선택하면 충분한 에너지가 생긴다.
과거에는 혼자서 논다는 것이 외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었다. 어릴 때는 혼자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함께 할 친구가 없으면 불안해했던 사람일수록 어른이 되어도 무리에 속하지 못함을 불편해한다. 10년 전 나의 한 지인 k는 나의 이런 성향을 보고 독특하다고 단정 지었다.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식당에 가서 혼자 밥 먹는 일을 자신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10년이 지났고 인식이 많이 바뀐 지금도 k는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할까? 이해하지 못하면 못하게 둔다. 그것은 그의 사고방식이니까. 요즘에는 홀로 있는 시간을 일부러 자발적으로 가진다. 자기 성찰을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낸다. 혼자서 해외여행도 하는 세상인데 혼밥이나 혼자 쇼핑하는 일쯤이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혼자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정년퇴직 후 노후준비에 필요한 것이 재정적인 면, 건강, 여유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노후가 되면 여유시간이 젊을 때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아진다고 한다. 많아진 시간에 혼자 놀기를 잘하던 사람은 그 시간을 알차고 즐겁게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혼자서 무언가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편한가. 책을 보거나 글을 필사하는 일도 혼자 놀기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여유롭게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모든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느린 걸음 속에서 평소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운 순간도 포착할 수도 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얼굴에 느끼면서 하늘도 올려다볼 수 있다. 혼자서는 바쁠 이유가 전혀 없다. 진정한 사유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홀로 있을 때 가능하다. ‘나’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다. 스스로 정신적 평온함을 선물하는 시간이다.
6년 전 남편 직장 일로 인해 서울에서 경남 양산으로 이사를 왔다. 양산에서 나는 많은 친구를 사귀지 않았다. 누구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이사 온 해에는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를 배울 수 있었다. 일러스트, 포토샵 강의를 들으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했다.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책도 많이 읽었다. 도서관에서 보고 싶었던 책을 쌓아놓고 읽는 시간은 내게 정말 달콤한 시간이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지내면 외롭지 않냐고, 많이들 묻는다. 나는 외로울 틈이 없었다. 배우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고, 재미있는 책을 읽고, 육아도 하고, 글도 쓴다. 나는 이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 서울에서 멀다는 이유로 시댁이나 친정의 자잘한 행사에 가보지 않아도 되고, 돌잔치나 장례식과 같이 상부상조해야 하는 행사에도 잘 안 가니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많았다. 양산에 살면서 이 시기에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다.
지구 어디에 살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 내 삶 속에서 가치를 둔 것에 집중하며 현재를 사는 삶. 이것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며, 혼자의 시간을 즐기며 자유롭게 살아내는 삶의 결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