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2년간 에어컨 없이 경남 양산에서 살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에어컨 없이 여름을 버텨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아이가 6세였고 환경에 관한 책을 자주 들여다보고 어린이집에서도 환경을 돌아봐야 한다는 교육을 많이 들었다. 아이는 에어컨을 사용하면 환경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에어컨 없이 사는 불편함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더해진 시기였겠지. 아마도.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1시부터 4시까지 실내 인테리어 업체에서 3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었다. 가장 더운 시간이지만 회사에 있는 에어컨 밑에서 일했고 오전 시간과 퇴근 이후 시간에만 더위를 버티면 되었다. 쉽지 않았지만 집에서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물 샤워를 여러 번 하면서 지냈다. 아이도 에어컨이 시원하게 돌아가던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면 푹푹 찌는 열대야가 있던 밤엔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잤다. 그때는 땀 흘리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했다. 땀을 흘리면 몸의 노폐물이 쌓이지 않고 빠져나가니까. 현대인들은 의식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땀을 흘릴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아이스팩을 밤마다 꺼내 수건을 깔고 아이 베개에 넣어주며 더위를 식히곤 했다. 선풍기에도 아이스팩을 매달아 켜면 미세하게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가 있다.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는 사람은 이런 미세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까?’ 하며 섬세하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선풍기가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적은 물건을 소중하게 의식하라고 했다. 적은 물건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소중하게 의식할 때 만족감은 두 배, 세배로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나에게 선풍기가 그런 존재였다. 소중하게 의식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사용하니 만족감이 정말 높았다. 에어컨 없이도 살수 있었다. 2년간 사는 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간소하게 살고 싶은 대로 살았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저자사사키 후미오출판비즈니스북스발매2015.12.10.
그런데 아이가 2학년 입학하고 나서 그 해 여름에 에어컨을 사자고 했다. 코로나로 학교에 자주 가지 못했던 여름이기도 했는데 집에 에어컨 없이 지내기가 상당히 불편했던 것 같다.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지만 함께 사는 가족의 의견 역시 존중하며 산다. 아이도 더위를 참다가 말을 꺼냈을 터였다. 7월 말에 에어컨을 샀고 8월 한 달 내내 가동했다. 에어컨 구매에 가장 만족해했던 남편은 매일 밤마다 에어컨을 켜고 잤다. 몸에 열이 많지 않은 나는 에어컨 없이 사는 삶에 만족했었는데 에어컨을 밤새 틀고 잘 때는 추워서 내 방문을 닫고 이불을 덮고 잤다. -우리 집은 방이 2개다. 아이와 나는 한 방을 쓰고 남편은 혼자 쓴다.- 한 달 내내 밤마다 에어컨을 켜고 잤는데도 불구하고 전기세가 2만 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평수가 좁기도 하지만 인버터 방식의 에어컨은 전기세가 많이 안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에어컨 없이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 에어컨에 적응이 된 나의 몸과 해가 지날수록 더워지는 이상 기온이라는 핑계로 이번 여름에도 에어컨을 감사해하며 사용했다. 두 해의 경험 뒤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에어컨은 사람을 화평하게 하는 여유로움을 선물해 준다.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육아도, 살림도 힘들어진다. 사실이 그렇다. 현대인에게 에어컨이 필수이듯이 이제 내게도 에어컨은 필수품이 되었다.
미니멀리스트는 물건이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하지는 않는다. 각자 자신의 생활 방식에 알맞은 비움의 기준이 있다.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거나, 본인에게 맞는 만족감을 가진 물건이 있다면 그 정도 물건의 양이 맞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니멀리스트에게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 집에는 침대가 없다. 매트만 깔고 새벽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는 나와 딸은 침대가 없는 심플한 방을 좋아한다. 하지만 푹신한 침대 없이 편안한 잠자리를 느낄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각자 본인이 만족하는 정도의 물건이 있다. 매트만 2장 있는 내 방은 한 벽은 넓은 창으로 햇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한 벽면은 심플한 디자인의 옷걸이와 작은 4단 책장이 있다. 벽의 두면은 아무것도 없다. 이동이 편리한 50cm 길이의 책상과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푹신한 의자가 있다. 작은 방이지만 아늑한 내 방이 주는 고요함과 평안함이 물건의 결핍으로 인한 만족감으로 느껴진다. 피로를 깨끗하게 씻어주면서 새롭게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포근한 내 방. 물건이 꽉 들어차 있지 않기에 더욱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