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합니다

당신은 커피를 좋아합니까?

by 오늘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험공부할 때면 잠을 몰아내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그때는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잠을 깨우기 위한 기능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회사 다닐 때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커피를 마셨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시던 커피. 달달한 믹스커피와 함께한 잠시의 휴식이 좋았다. 아이를 양육하면서는 ‘책 육아’를 하느라 밤마다 커피를 대접으로 사약같이 마시고 책을 두세시까지 읽어주었다. 커피 전문점이 많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더운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고, 쌀쌀한 바람이 불 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다. 저혈압에도 커피 한 잔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꾸준히 매일 한 잔씩 마시다 보니 커피의 향에 취했다. 안 마시는 날 오후가 되면 뭔가 할 일을 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커피가 좋아지기 시작한 게 2~3년 된 것 같다. 산미가 강하지 않으면서 고소하고 진한 맛이 좋다. 갈아 나온 원두 가루를 사다 내려 먹기도 하고, 나라별로 독특한 맛과 향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점점 더 내가 원하는 맛이 생기고 좋아하는 맛을 추구하다 보니 어느새 원두도 사고 원두 가는 그라인더도 사고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마시는 나를 보게 되었다. 커피 전문가 ‘해you커피’님의 블로그에서 매일 올라오는 볼거리와 커피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글로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전문적이지 않지만 커피에 관심을 가지는 내가 신기하다. 라테아트를 구경하는 것도 참 재미있다.

자주 사 먹는 원두를 소개해 보자면, 컴포즈 커피 원두와 스타벅스 원두를 산다.

컴포즈의 원두는 굉장히 고급이다. '스페셜티블랜딩'이라 한다. 브라질 콜롬비아를 베이스로 깔고 커피의 고소한 맛을 중심으로 한다. 거기에 에디오피아 커피를 배합해 커피의 특유의 쓴맛을 초콜릿 향이 나도록 블랜딩 했다. 이 원두를 여러 번 사 먹었다. 모든 매장에서 판매하지는 않기 때문에 물어서 찾아가야 하는 수고가 있다.

스타벅스 원두 중 PIKE PLACE ROST를 구매해 주로 먹는다. 원산지는 포르투갈이며 신맛이 거의 없고 진한 커피 맛과 고소한 맛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내가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그야말로 간단하다. 그저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중력에 의해 추출되는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 원두를 갈 때 가루에 나는 커피향은 매혹적이다 못해 치명적이다.

방금 기계에서 갈아놓은 원두 가루에 가까이 코를 들이대고 커피향을 맡고 있는 내 얼굴을 거울로 들여다보고 싶다. 커피를 갈아서 바로 내려 마시면 그 향이, 그 맛이, 그 분위기가 내게는 하루를 빛나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그날의 쓸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하는 그 시간. 아침에 커피 내리는 시간이 참 좋다.

새벽에 일어나서 잠들었던 머리를 깨우는 엄숙한 나만의 의식.

커피를 내린다.

원두를 갈아서 필터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번잡하지 않은 몸의 익숙한 움직임이 끝나면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집안을 감돌며 커피가 내려진다. 자신만의 커피를 즐긴다. 이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아침 시간을 정성 들여 할애한다. 직접 내가 만들어 내린 맛이 전문가의 냄새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제법 마법사 다운, 아니 마법사의 조수가 된 기분이 든다. 간소하지만 나만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아침 커피 시간이다.

커피는 경험이다. 누구와 어디에서 어떤 이야기꽃과 함께 하느냐 하는 경험. 그 경험을 나는 사랑한다. 그 어떤 선물보다 소중한 경험이다. 누구와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경험. 그 소중한 시간을 커피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커피타임이 더욱 좋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자주 만나는 친구도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 가면 우리의 내면을 무수한 이야기로 꺼내며 만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커피타임은 우리를 아름다운 경험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그러다 보니 커피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서로 아름다운 경험을 선물하고, 소소하고 간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테다. 못 마시는 분은 그 나름대로 커피와 같이 나를 충전하고 사랑하는 취향의 대상이 있을 것이다. 더없이 소중하고 즐겨 만나는 그 무엇이 말이다. 그래서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나아가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커피를 좋아합니다. 당신도 커피를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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