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의 식물
영어로는 Peace Lily. 검색하면 '가장 키우기 쉬운 공기정화 식물'이라고 나오는 종. '스파트 필름'. 진하고 깊은 초록이 무성한 잎들 사이로 한때 우아한 꽃을 피우기도 하는, 사랑스럽고 관리도 아주 쉬운 식물이다.
내가 반려 식물로 스파트 필름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키우기 쉬운 식물이기 때문이다. 키우기 쉽다던 ‘산세베리아’도 두 번이나 죽었다. 한번은 물을 너무 적게 주어서, 한번은 추운 겨울에 ‘햇빛을 쐬어 주여야 하겠다’는 나만의 생각으로 창문밖에 두었다가 이틀을 잊어버려서 동사했다. 로즈마리 향을 좋아해서 로즈마리는 여러 번 사왔다만 그때마다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나는 식물을 키우면 안되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르바이트 하던 곳의 사장님이 스파트필름을 선물로 주셨다. 이 식물은 물만 일주에 한 번씩 주면 잘 자란다고 걱정 말고 집에 가져가 키워보라고 하셨다. 아이가 어렸을 때라 집에 식물이 들어오니 아주 좋아했다. 이름을 ‘벨벨’이라 지어 주었다. 미녀와 야수의 벨처럼 아름답고 지혜로움이 딱 두 배가 되길 바라서. 전문가에 맡겨 분갈이도 한번 했다. 그 후 2년 뒤 분갈이를 한번 해야 할 것 같았다. 4년 키우는 과정이 쉬워서 그랬는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다이소에서 흙을 사다가 화분에 흙을 다 꺼내고 새로운 흙을 넣고 토닥 토닥 잘 넣어 화분에 담았다. 그리고 물을 듬뿍 주었다. 흙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물이 너무 많았던 것인지 모르겠다. 시름시름 앓는 것 같더니 잎이 하나 둘씩 주저 앉았다. ‘왜 이러는 거지?’ 그 당시 일하는 곳은 주민센터 였는데 시에 조경을 다 관리 해봤을 정도로 전문가이신 주무관님께 물어보니 뿌리가 썩은 것 같다고 하셨다. 일단 화분의 흙을 다 꺼내 보시고 뿌리를 보여주셨다. 아....썪었다. 뿌리가 썩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내 무지를 탓하고 그동안 해마다 보여 주었던 우아하고 어여쁜 흰색 꽃이 떠올랐다. 그리 많이 신경쓰지도 않았던 식물인데 나의 어설픈 용기와 무지로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 걸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제는 스스로 분갈이를 하지 않으리라! 그때 죽어버린 푸른 잎들에 겨우 매달려있던 녹고 있는 허연 뿌리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다시는 내 마음대로 분갈이 하지 않으리라!
며칠이 지나고 똑같이 생긴 어린 스파트필름을 샀다. 집으로 배달 온 이 아이는 벨벨의 아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죽이지 않으리라. 벨벨을 사면서 스투키도 함께 샀다. 딸이 선택한 반려식물이 스투키인데, 길죽한 모양의 스투키는 기둥모양이다. 6개의 기둥이 있었는데 초반에 물을 자주 주었는지 하나가 노랗게 변해갔다. 그 아이만 뽑아서 버리고 나머지는 최대한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았다. 마치 선인장처럼 바짝 말랐을 때 아주 조금 물을 주었다. 또 노랗게 변해 죽을까봐서. 그러다 보니 이 아이는 키가 아주 작다. 조심스럽게 잘 키우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신기한 것을 봤다. 흙 옆에 조그맣게 떡잎 같이 도톰하면서 동글동글 하면서 길죽한 잎을 가진 새싹이 나왔다. 이건 뭐지? 스투키 새싹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대로 두었는데 또 비슷한 잎의 새싹이 또 나왔다. 검색해보니 스투키가 아기일때는 이렇게 잎이 넓은 거였다. 이 새싹을 다른 종이컵에 담았다. 새싹은 잘 자라더니 길죽하게 잎이 길어지다가 스투키의 다 자란 모습처럼 길죽한 기둥으로 변해갔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스투키도 우리 집에서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이 두 아이 덕분에 식물에 애정이 생겼고 작은 생명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작지만 깊은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