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도개 Aug 31. 2023

생산성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오늘도 생산성을 위해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느 때와 다름없이 방송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다. 아침에 공장에 도착하면 출근 도장을 반듯하게 찍고 탈의실로 향한다.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머리에 요상한 양파망 같은 걸 쓴 후, 몽실몽실한 슈트를 덧입으면 일할 준비가 된다.


나는 당근이 지나가는 파트 담당으로 당근이 차렷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혹시 다리를 꼬고 있다거나 건들거리며 자세를 흐트러뜨린 당근이 있는지 살펴본다. 예전에야 대부분의 당근들이 자신의 일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바른 자세로 컨테이너를 탔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점차 덜 우호적인 당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앞줄 당근과 부딪혀 우르르 넘어지게 만드는가 하면, 줄밖으로 다리를 내밀어 줄을 삐뚤게 만드는 당근도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부드러운 말로 주의를 주어 자제 시킨다. 하지만 말로 해결이 되는 당근이라면 처음부터 문제도 만들지 않는다. 결국 자로 엉덩이를 때려 줄을 맞추거나 심한 경우 당나귀를 부르기도 한다. 오늘도 역시 여러 가지 말썽 끝에 겨우 지정된 당근들을 모두 줄 세워 내보낼 수 있었다.


“오늘도 생산성을 위해 힘써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느 때와 다름없이 방송으로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었다.

이전 14화 손실을 이익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