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수필
산책길에서 만난 사람들
<부제:말 없는 아침, 마음의 거리>
도심 속 아파트 숲 사이,
숨은 듯 놓인 작은 공원이 있다.
가로수들이 줄지어선 산책로,
잎사귀 흔들리는 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말없이 걷는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누군가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누군가는 그저 하루의 출발을 위해
그 길을 돈다.
팔을 휘젓는 것도 어깨를 펴는 것도
어쩐지 다들 힘이 없다.
그 길 위엔 나도 있다.
세월 따라 굽은 등이,
세상 따라 무뎌진 마음이
조용한 걸음을 내딛는다.
한 바퀴, 두 바퀴,
걸음을 거듭할수록 자주 마주치는 얼굴
들이 있다.
운동기구 앞에 서 있는 할머니,
벤치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는 노인,
그리고 줄에 묶인 개와 함께 걷는 어느
여인.
하지만 신기할 만큼
서로 말 한마디 없다.
눈인사도, 웃음도, 인사도 없이
그저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들
표정 없는 얼굴들
외로움조차 표현하지 않는 무표정들.
그걸 보고 있자니
마음속이 서늘해진다.
언젠가부터 나도 바랐다.
그저 누군가와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라도 나누고 싶다고.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강아지를 몰고 걷는 여인을 향해
한 할머니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개똥 좀 치우고 가세요.”
아무 감정 없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말에 돌아온 대답은
날 선 듯한 한마디.
“우리 개똥 아니에요.”
여인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걸어갔다.
그녀의 뒤에 남은 것은
돌아보지 않는 걸음과
그 자리에 놓인 개똥 한 무더기뿐.
다들 힐끔힐끔 보기만 한다.
말리는 이도, 대신 치우는 이도 없다.
아무도 싸우진 않지만
마음들은 다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마음의 거리를 두고
사는 걸까.
멀지도 않은 거리인데
왜 다들 말없이 외롭고, 말없이 서운한
걸까.
산책이란 몸을 움직이는 일이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건
마음을 걷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와 말 한마디 섞으며,
눈빛으로 안부를 묻고
가볍게 미소로 답해주는 것.
그 사소한 마음들이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침,
그 공원을 또 돌 것이다.
혹시 모를 누군가와
눈인사 한 번,
가볍게 건네는 “좋은 아침입니다”
한 마디를
마음속에 품은 채.
세상은 여전히 조용할지 모르지만
내 마음의 산책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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