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by 느린 발걸음




그럴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왜 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아니, 내 몸과 마음은 조금씩 이야기했는데 내가 무시했을 수도...


몸이 조금씩 삐거덕대기 시작한다.

뾰루지, 두드러기가 갑자기 나고, 땅에서 나를 끌어당기기라도 하듯 몸이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다.

평소 같으면 조금 쉬면 충전이 될 텐데…

이것을 시작점으로 컨디션이 눈에 띄게 저하되면 아차! 또 시작이구나 싶다.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고 싶은데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몸의 힘듦이 며칠 반복되면 이 파문은 마음에까지 번진다.

몸이 힘들어지니 마음도 덩달아 힘들어져야겠다 다짐했나 보다.

이럴 때 보면 둘이 쿵작이 잘 맞다.

“이 기회에 좀 쉬는 거야” vs “한번 놓으면 모두 놓게 되는 거야. 천천히라도 해봐”

치열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처음엔 막상막하였는데, 어느새 싸울 힘도 남아있지 않은지 놓아버리기로 한다.

그동안 잘하던 새벽 기상도 꼭 해야 하나 싶고...

강의 듣고, 공부하고, 열심히 생활했던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한 번씩 찾아오는 급브레이크를 만날 때마다 아직은 당황한다.

이제 조금은 적응될 법도 한데, 이런 순간마다 기분이 곤두박질친다.

위로 서서히 올라가야겠다고 다짐은 하는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그냥 나를 놔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조금은 안다.

그런데... 나를 방치하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작년 5월부터 7월까지 꽤 오랜 기간 방황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그 기간을 지나면서 느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고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너무 조급함을 가지고 급하게 달려온 것 같아, 천천히 가자,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새벽 기상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그전의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왔고

지금 어느 정도 템포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 개월 열심히 살았는데, 그게 또 욕심이 과했나 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고 경고를 하나 보다.

어디까지가 나의 한계라고 규정지을 수 있나 의문이긴 하지만...


어렸을 때는 이 나이쯤 되면 몸도 마음도 안정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어찌 된 것이 더 심한 방황을 하는 것 같다.

내 존재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쳐온 결과겠지.


한 번씩 찾아오는 이런 순간들로 인해 조금씩 배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당시에는 그 감정들에 휘몰아쳐서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내면의 성장을 위한 과정일 수도 있으니...

뭐, 그게 아니라 그냥 힘들어서 내팽개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시기들을 지나면서 내가 조금은 단단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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