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다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보통날처럼 보여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그런데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삐걱거림이 느껴진다.
'어? 방금 무슨 소리였지? 뭔가가 삐걱댔던 것 같은데?'
잠시 의문을 가지지만 다시 바쁜 일상 속으로 나를 욱여넣는다.
이 감정이 하루로 끝난다면 괜찮다.
뭐,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보통 그 하루가 시작일 때가 많다.
내가 더 힘들어지기 전에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조금 쉬어. 아니면 천천히 하던지. 그러다 큰일난다.'
이런 경고를 그날을 시작으로 꾸준히 보낸다.
몸을 통해, 마음을 통해, 아니면 둘 다를 통해.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무기력함을 느끼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너무 힘든데 좀 쉴까?' 생각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나를 더 세차게 몰아세우는 소리가 들린다.
'뭘 했다고 그러는 거야? 정신 제대로 차리라고!!'
'그래! 이 감정도 지금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서 그럴 거야! 더 열심히 하자!'
그렇게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효율도 없는 것들에 매달린다.
이 상태가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온다.
초반에 제대로 쉬었다면 짧게 앓고 지나갔을 텐데, 이제는 꽤 오랜 기간이 걸린다.
'나는 왜 나를 이렇게 몰아세웠을까?
조금 쉰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겁나서 그랬을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러는 것일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알고 하고 있는 것인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등등 답 없는 질문만 둥둥 떠다닌다.
그 질문들 중 하나씩 잡아서 대답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지도 미지수고.
쉼표,
국어사전에서 정의를 찾아보니 너무 길다.
쉬라는 쉼표인데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쉼표는 나를 더 갑갑하게 한다.
아마 나도 지금까지 내 인생을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쉼이 중요하다고 주변에는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 삶에는 쉼이 들어올 틈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
왜? 육아휴직을 하면서 두 아들에게 신경쓰느라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한 시간들을 따라잡으려고?
그렇다면 천천히 꾸준히 해도 될 텐데 왜 그렇게 욕심을 부리면서 빨리 하려고만 하는지?
그래, 욕심이 문제구나.
욕심을 내려놓는다고 내려놓아도 어느 순간 슬그머니 내 곁에 착 달라붙어 있다.
그것을 제대로 알아차리면 '에이, 이 욕심 언제 또 와서 나를 채찍질하고 있었던 거야?' 콧방귀를 뀌며,
욕심 너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쉼을 욕심들 사이로 밀어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욕심에게 그대로 잠식당해서 쉼이 들어올 틈을 막아버리다 보니 한꺼번에 터진다.
이게 도대체 무슨 비효율적인 일이란 말인가?
내 몸이, 내 마음이 하는 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아서겠지?
나를 제대로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