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두 아들이 약속한 일에 대해 스티커 붙이기를 한다.
마지막 날 개수를 세어서 22개 이상이면 비싸지 않은 것으로 하나씩 보상을 주기로 했다.
평소에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고 작은 성취감도 맛볼 수 있어서다.
운동하기, 예쁜 말 사용하기를 오래 했고 작년 10월부터는 둘이 사이좋게 지내기로 하고 있다.
싸우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기에.
약속을 잘 지키면 비싸지 않은 것으로 (책 제외) 5,000원 내외에서 고르게 했다.
보통 다이x에서 하나만 고르게 했기에 3,000원을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하나 고르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귀엽다.
얼른 고르고 갔으면 좋겠는데 너무 오래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지만.
가끔 뽑기(500~1,000원) 한 번으로도 만족하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처음엔 잘하던 스티커 붙이기가 갈수록 흐지부지되고 있다.
스티커 판도 벽에 붙여놓지 않고, 붙여놓아도 하루하루 체크하고 붙여야 하는데 몰아서 한다.
가끔 붙이면 안 될 것 같은데 자기는 잘했다며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하다.
취지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을 것 같을 때엔 이번 달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남편에게 이야기해서 어떻게든 하나씩 얻어내는 아이들이다.
아빠는 거절을 잘 못한다는 것을 이용하는 거다.
지난달엔 스티커판을 붙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해주지 않을까 하다가 내가 스티커를 사고 싶었다.
두 아들에게 그래도 일 년 동안 잘했으니 이번 달엔 5,000원 내에서 고르라고 했다.
다음 달부턴 스티커판을 꼭 붙이고 제대로 붙여야만 주겠다는 전제를 단 채.
두 아들을 데리고 조금은 큰 다이x 매장에 갔다.
두 아들, 이것저것 눈으로 먼저 본 다음 신중히 하나씩 고른다.
대부분 1,000원이기에 5개까지 고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둘이 이것 살까? 저것 살까? 얘기하면서 신난 표정이다.
하나를 골랐다가 다시 놓았다가 꽤 왔다 갔다 하면서 5개씩을 골랐다.
저런 걸 왜 살까? 싶은 것들도 있지만 간섭하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 입장에선 내가 왜 스티커를 사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으니까.
산 물건을 계산하고 나오면서부터 하나는 손목에 감고 놀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 산 풍선도 불고, 키링 만들기 세트도 한다.
첫째는 혼자 알아서 하고, 둘째는 나에게 해달라고 한다. (이럴 거면 왜 이걸 산 건지 의문이다.)
5,000원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3,000원으로 행복한지 생각해 본다.
스티커를 3,000원 치 사면서 아이들만큼의 행복감을 느끼지는 못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이건 금액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이들은 사서 바로 사용하고 만들면서 기쁨을 느끼고, 나는 묵혀두고 있기에 그런 것 같다.
이제 사용해야지 하면서 아직 쌓아만 두고 있으니...
비싸지 않아도 모든 것은 잘 써줘야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정리부터 한번 쫙해야겠다.
그러면서 어떤 것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