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불균형이 내게 미치는 영향

by 느린 발걸음

기운이 없다. 의욕이 없다. 삶에 활력이 없다.

이런 상태가 한 달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상하다. 며칠 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왜 나아지지 않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날짜를 더듬어 올라가 본다.

음... 11월 중순 이후 조금씩 시작되었나 보다.

그전까지 희미하게라도 끈을 이어오고 있던 직장을 퇴직하고, 퇴직금 등 여러 가지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거의 한 달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예상보다 오래 걸린 시간에 신경이 조금 곤두서 있었다.

퇴직금을 받고 이리저리 처리할 일이 있었기에.


겨우겨우 마무리되고 이제 조금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부정출혈이 나왔다.

어, 이게 뭐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길래 처음엔 주기가 조금 빨리 시작되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기엔 일주일이나 빨라지긴 했지만, 스트레스받고 신경을 좀 많이 썼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반나절 정도 출혈이 있고는 멈췄다.

다음날도 더 이상의 출혈은 없었다.

아, 이건 주기와는 무관한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제야 둘째 낳을 때 자궁근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기억이 났다.

3년 전부터 국가에서 하는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데, 자궁경부암검사는 하지 않았다.

건강검진 하는 병원에서 그 항목은 하지 않았기에 산부인과를 따로 가야 했는데, 귀찮아서 가지 않은 것이다.


별일이야 있겠어 싶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혼자 생각해 봤자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만 길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이틀 후 산부인과 예약을 잡았다.

집 근처에 산부인과가 하나 있는 것을 봤는데 후기를 보니 남자 원장인 데다 불친절하다고 한다.

그래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을 예약했다. 여자 원장에 친절하다고 해서.

이런 것을 보면 별 상관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이왕이면 여의사에게 받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여자 이미지_.jpg https://pin.it/ZC1 NR04



병원에서는 자궁경부암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해보고 원인을 알 수 없으면 호르몬 검사도 해보자고 했다.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3cm 정도의 자궁근종이 있긴 한데, 위치나 크기가 출혈을 일으킬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둘째 임신했을 때도 3cm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크기는 그대로구나 싶었다.

둘 다 원인이 아니라면 호르몬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해서 피검사를 한 후 집에 왔다.


며칠 후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OOO님, 자궁경부암 검사결과 반응성 세포변화 관찰됩니다. STD12 검사결과 모두 음성입니다. 호르몬 검사결과 비정상 소견 관찰됩니다.'

결과만 보내오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아서 전화해서 물어봤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이하로 나왔다면서 결과를 원장님께 듣고 그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해야 한다고 했다.


며칠 후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검사 결과 암 소견은 없고, 염증 소견도 없다고 했다.

자궁경부암 검사결과 반응성 세포변화는 호르몬 불균형이거나 질염 등이 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1년 후 F/U 하면 된다고 했다.

호르몬 검사에서 여성 호르몬은 다 정상 수치로 나왔는데, 테스토스테론(여성 몸에도 일부 있는) 수치가 정상보다 많이 낮은 것으로 나왔단다.

이 수치가 낮으면 기운이 없고 활력이 없고 의욕이 없는 등 삶의 전반적인 에너지가 떨어진다고 하셨다.

지금 당장 치료할 것은 없지만, 부정출혈이 또 나타나거나 하면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설명을 들으면서 알았다.

아, 그랬구나... 내가 한 달 넘게 이랬던 것은 호르몬 수치 때문이었구나.

한 달에 한 번 호르몬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평소에도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수 있구나 알았다.

기분이 쉽사리 업되지 않았던 이유. 호르몬의 영향이었구나.

내가 이렇게 호르몬 수치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이었구나.


그렇다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업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하면 되는 거였다.

스트레스 관리,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및 체중 관리, 금주, 충분한 수면 등

스트레스로 인해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나 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아야겠다.

그동안 욕심으로 빼곡히 채운 내 삶에 여유라는 틈도 만들어야겠다.

균형 잡힌 삶을 살다 보면 호르몬 수치도 정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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