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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3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여행

by 교육혁신가 이현우


도미틸라 카타콤베 투어

아침으로 피자를 먹고 카타콤페 투어를 갔다. 가이드 투어라서 포로 로마노 옆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가이드만 따라서 돌아다니면 되니 편하다. 카타콤배 내부는 좁고 복잡해서 가이드가 필수라고 한다. 지하라서 춥고 으스스하고, 개미굴처럼 복잡하다. 영어 가이드였는데 말이 빨라서 거의 못 알아들었다. 역시 영어 듣기를 더 공부해야겠다. 과거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숨고 모여서 기도했다고 생각하니 대단했다. 밖으로 나와서 지도를 봤는데 카타콤베 전체의 1/10도 안 되는 곳이었다. 총 길이 17km에 15만명이 뭍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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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에 갔다. 영국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개 미술관이라고 한다. 역시 크기도 매우 크다. 라오콘 조각상이나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 같은 유명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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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

미술관에서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어진다. 안으로 들어가면 천지창조를 비롯하여 거대한 라파엘로의 천장화가 보인다. 사방이 성경 이야기를 그린 그림으로 감싸져 있다. 정말 활홀한 장관이다. 거대함에서 오는 압도감이 있다. 천장에는 구약 성경의 이야기와 예수의 사건이 그려져 있는데 다 아는 내용이라 인상 깊게 감상했다. 단순히 모니터 화면으로 볼 때와 느낌이 다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최후의 심판도 인상적이다. 현장에서는 벽화 밑에 초라한 십자가가 하나 놓여 있는데 웅장한 그림과 대비되어 엄청난 압도감이 느껴진다. 당시에 사람들이 봤다면 놀랄 수 밖에 없었겠다. 미켈란젤로는 천장화 완성 25년 후 60세에 다시 돌아와 ‘최후의 심판’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한 사람의 손에서 이런 웅장한 공간이 탄생했다니. 예술에 인생을 바친 그의 삶이 참 놀랍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움직이기 힘들었다.


나보나 광장

돌아가는 길에 나보나 광장에 들렀다. 가운데에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이것도 역시 이집트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큰 3개의 분수가 있는데 역동적인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멍하니 흐르는 물과 조각상을 보고 있으면 힐링된다. 전체적으로 유럽스러운 분위기다. 걷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광장이다.


랍스타

저녁으로 랍스타와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실외 공간에서 먹었는데 하늘에 새가 많이 날아다녔다. 갑자기 비가 오는 것 같더니 새똥을 맞았다. 결국 안으로 들어가서 먹었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먹어보는 랍스타였는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 파스타도 토마토 소스 향이 깊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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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야경

밤이 되면 콜로세움에 조명이 켜진다. 노란 조명을 받아 빛나는 모습이 확실히 더 예쁘다. 멍하니 바라보며 야경을 즐겼다. 오랜만에 명탐정코난 노래를 듣는데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살짝 울컥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기가 어느덧 훌쩍 커서 혼자 여행을 오다니. 내가 지금 로마에 있다니. 나 스스로가 좀 대견했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와 마주하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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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 소감

● 생각해 보니 여행에서 ‘초조’라는 감정을 많이 느꼈다. 관광을 위해선 예약이 필수다. 카드 결제가 잘 될지, 예약 시간에 늦지는 않을지, 버스는 언제 오는지 이 줄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 늘 초조한 상태였다.

● 역시 이탈리아도 영어를 쓰지 않는다. 많이 들리는 이탈리아어가 있다. ‘네’(대답)은 ‘씨’, ‘감사합니다’는 ‘그라씨에’라고 하는 것 같다.

● 이탈리아는 골목이 매력적이다. 좁은 골목 곳곳에 예쁜 레스토랑과 상점이 즐비해 있다. 레스토랑 근처에서는 손님을 위한 버스킹도 종종 볼 수 있다. 뭘 하지 않고 그냥 걷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 단 길이 좁고 울퉁불퉁하니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면 고생한다.

● 미술작품을 더 깊이 감상하려면 작품을 직접 그려봐야 한다. 벽을 보며 따라 그려보면 (종이가 없어서 상상으로만 따라 그렸다)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중요하게 표현했는지 대충 감이 온다. 프레스코, 조소와 같은 건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역시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

● 이탈리아의 어느 레스토랑을 가든 피자가 보인다. 역시 이탈리아인에게는 피자가 주식인 것 같다. 싸고 맛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 콜로세움을 걸으면서 내 그림자를 봤다. ‘내가 언제 이렇게 커졌지?’ 어른이 된 내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많이 컸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줬는데 울컥했다.

● 음악은 과거의 나를 만나게 하는 타임머신이다. CCM을 들으면 청소년기가 떠오르고, 명탐정코난 노래를 들으면 이이 시절이 떠오른다. 그렇게 과거의 내 모습을 꺼내보는 게 나를 만난다고 하는건가. 사회 속 ‘그 누구’도 아닌 그저 ‘나’로 존재하는 나를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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