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나지만, 똑같은 봄은 없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봄을 데려오지만,
우리의 마음은 결코 똑같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한 해를 지나 다시 맞이한 봄,
그 봄 앞의 나는 조금 더 성숙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서 있습니다.
예전엔 그저 화사한 꽃에만 눈이 갔습니다.
봄이라면 당연히 예쁜 꽃들이 피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 믿었죠.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됐어요.
꽃을 피우기까지 견뎌낸
혹독한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눈이 녹고, 차가운 땅을 뚫고 올라오는
그 여린 새싹이
얼마나 많은 바람과 추위를 견뎌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봄은 더 이상 단순히
‘시작’의 상징이 아닙니다.
이제 나에게 봄은 ‘다시 피어남’의
의미가 되어갑니다.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어도 괜찮고,
조금 느리게 걸어가도 괜찮다는
여유를 배운 뒤에야
비로소 봄의 진짜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거리의 벚꽃이 흩날리는 순간에도
나는 그 아름다움 뒤에 깃든
시간의 무게를 봅니다.
그 무게가 있었기에,
오늘의 봄빛이 더 깊게 다가옵니다.
올해의 봄은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조용히 내 안에서 자라는 평화,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
그 모든 게 내가 더 성숙해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봄이 오면 들뜨기보다
고마워집니다.
다시 피어날 용기를 준 계절에게.
그리고 여전히 자라나고 있는 나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