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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맞이한 나의 겨울, 고요 속의 쉼

따뜻함은 언제나 가장 조용한 곳에 있다

by 다온

겨울은 세상이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

마음이 가장 부드럽게 반짝이는 계절입니다.


찬 공기가 볼을 스치고, 하얀 입김이 번져가는 계절.

겨울이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살짝 낮아지고,

어디선가 살며시 ‘쉿’ 하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겨울은 차가움 저 깊은 어딘가에

따뜻함을 꽁꽁 숨겨 놓은 계절이에요.

하얀 눈이 내릴 때마다 마음 한켠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에요.

눈 내리는 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빛마저도

어쩐지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이 겨울이 좋은 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냥 예쁘기 때문이에요.

하얀 거리 위를 걷기만 해도,

코끝에 닿는 찬 공기와 포근한 머플러 사이로

‘지금 이 순간이 괜찮다’는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겨울은 우리를 단정하게 만듭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얀 세상이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찬바람 속에서 손을 꼭 잡아주는 사람 하나,

따뜻한 차 향기, 노을 진 오후의 창가 —

그 모든 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피어납니다.


누군가에게는 겨울이 쓸쓸함이라면,

나에게 겨울은 ‘다정한 정지화면’ 같은 계절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함 속에서

그저 지금 이대로 괜찮은 마음을 배우게 되니까요.

하얗고 깨끗한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엔

온 세상이 잠시 아이처럼 웃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새하얗게 덮여서 새로워지고,

사람들의 발자국마다 행복이 번지는 것처럼 보여요.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마음에도

작은 설렘이 내려앉고,

세상은 그 자체로 평화로워집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봄이 오더라도,

이 차분한 겨울의 온기를 나는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소리 없는 위로로 스며드는 이 계절이,

올해의 나를

가장 다정하게 안아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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