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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Feb 06. 2024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4화

#4 명수



명수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미숙과 가까운 모텔에 갔다. 혈기왕성한 명수가 원할 때도 있지만 미숙이 명수를 모텔로 이끌기도 했다. 물론 모텔비는 돈을 버는 미숙이 냈고 명수는 미숙의 뒤에 서서 그녀가 돈을 지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숙은 방 키를 받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순간 고작 2시간 동안 있는 거에 비해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둥 언제나 볼멘소리를 했다. 이런 돈이 아까워서라도 얼른 빨리 결혼을 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면서 명수를 쳐다볼 때면 명수는 미숙의 눈빛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마치 저 능력 없는 놈, 하고 쳐다보는 것 같아 엘리베이터의 숫자버튼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했다.      


명수와 미숙이 사랑을 나눈 후에 누워있던 그가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려 하면 언제부터인가 그런 명수의 뒤통수에다가 미숙이 말하고는 했다. 


“우리가 얼마를 내고 들어온 건데 겨우 한 번만 하고 나가게? 한 번은 더 하고 나가야지, 낸 돈이 얼마인데.”  


명수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서 있으면 미숙이 그런 명수를 채근했다.     


“뭘 그리 서 있어. 어서 이쪽으로 오지 않고. 돈 아까운 줄 알아야지.”     


“내가 좀 피곤한데, 이따가 해야 할 공부도 있고. 너무 무리를 하면 공부가 잘 안 된단 말이야. 다음에 하면 안 될까?”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다음이 어딨어? 나가면 끝인데. 피곤하면 얼른 한 번 더 하고 나서 잠시 눈을 좀 부치고 가던가 하면 되지. 얼른 일루 와. 겨우 한번 하려고 그 돈 내고 들어온 거 아니야.”    

 

“체력적으로 무리하면 공부하는데 지장이 생긴다고. 돈보다 나의 현재 상황을 좀 이해해 주면 안 돼?”    

 

“그러니까 얼른 이리 와. 빨리 하고 나서 쉬라니깐 그러네. 괜히 이런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간 보내지 말고. 뭐 해? 얼른 옆에 누우라니깐.”     


명수는 침대에 누워서 손짓을 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미숙이 진짜 자신을 사랑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욕정을 뱉어내는 것 같은 느낌에 명수는 미숙과 단 둘이 있게 되는 시간을 언제부터인가 의도적으로 피하고는 했다. 모든 것을 돈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미숙을 볼 때면 정말이지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점 마음 전체가 답답해져 갔다.     


‘미숙은 왜 나를 만나는 걸까? 정말 사랑해서? 사랑하는 감정 때문에? 우리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기는 한 걸까? 미숙의 마음은 몰라도 나는 내 마음은 안다. 지금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미숙이 눈치를 챘는지 못 챘는지는 몰라도 그건 사실이다. 미숙이 나를 만나는 것은 왜일까? 그냥 자기 말을 잘 따르고 다루기 쉬워서 나를 만나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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