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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개월 Jul 10. 2023

16.다만, 최선을 다할 뿐

#최선의 선택이란 없다

'아니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한옥집을 그렇게 고생해서 고쳐서 살아보니까 정말 만족해? 정말 행복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바로 이 것이 아닐까 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도시 생활을 버리고 제주도로 내려가 파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시골로 귀농한 사람들, 가만히 있어도 오르는 아파트가 아닌 오래된 빌라나 구옥을 고쳐 사는 사람들... 보기에는 자유롭고 여유 있어 보이지만 정말 그 선택에 한치의 후회도 없을까? 매일 행복하기만 할까?


여기서 나는 아내의 말로 대신 답하려고 한다.

결혼하기 전 청첩장을 돌리러 부지런히 지인들을 만나러 다닐 때 한 후배가 이런 질문을 했었다.

"저는 아직 이 사람이 운명이다! 싶은 사람을 못 만났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도 싫은 건 아닌데... 막상 결혼은 했는데 더 좋은 인연이 나타나면 어떡해요?"


아내는 그때 '운명 같은 사람은 딱 보자마자 느낌이 온다'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다' '난 오빠 아니면 다른 사람과의 결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같은 달콤한 대답 따윈 해주지 않았다.


대신 이런 말씀을 하사해주었다.

그리고 그 말은 내 인생의 1조 1항으로 각인되었다.


'최선의 선택이란 없어, 물론 모두가 결혼할 땐 이 사람이 최선의 선택이다 라는 마음으로 결혼하겠지, 하지만 5년, 10년 뒤에도 계속 이 사람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을까? 정말 세상에 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 없을까? 왜 없겠어 하지만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거야, 내가 한 선택이 계속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평생 노력하는 수밖에 없고 그게 내가 선택한 선택에 대한 책임이고 상대에 대한 예의인 거지'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말에 깊은 동의를 표했고

나는 남몰래 또 한 번 아내에게 반했다.


서두의 물음에 대한 답변을 많이 돌려 말했지만

그렇다, 한옥집에서의 생활이 매일 미칠 듯이 행복하고 단점이라고는 1도 없는 만족감 100%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각종 벌레들이 심심치 않게 출현하고 겨울에는 외풍에 시달리고 툇마루에 벗어놓은 신발들은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기습 세탁으로 축축해진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금액대로 산 친구의 아파트가 1억이 올랐다느니 2억이 올랐다느니 하는 소식을 들으면 갑자기 세상 세속적인 인간이 되어 배가 시름시름 아파온다. 그렇다고 후회만 하고 있기에는 우리의 노력이, 노력으로 지어진 이 소중한 집이, 이 집에서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너무 아깝다.


나무 바닥에 누워 서까래를 바라보는 일은 여전히 즐겁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를 듣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다.

비 오는 날이면 친구들을 불러 노릇노릇 김치전에 벌컥벌컥 막걸리 한 잔 하는 날의 행복감은 거대하다.

선선한 날에 마당에서 아내와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재미는 캠핑장 못지않다.

쪄 죽을 듯한 날씨엔 마당에서 미니 풀장에 입수해 맥주 한잔 하는 순간은 짜릿하다.

햇살 좋은 주말엔 툇마루에 앉아 직접 내린 커피 한잔 마실 땐 피로가 급속 치유된다.

마당에 가끔 나비나 새가 찾아들면 꽤 재밌다.

하늘이 유독 예쁜 날 아내와 함께 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서울 하늘 한 조각 가진 느낌이 들어

배부르다.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는 곰돌이 푸우의 말처럼

한옥집에서 살아가면서 좋은 점을 찾으려면 무수히 많다.

단점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우린, 우리의 선택이 최선이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행복한 지점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그것이 우리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고 예의이니까


아파트가 최선이냐, 주택이 최선이냐, 서울이 최선이냐, 신도시가 최선이냐, 입지가 최선이냐, 평수가 최선이냐, 학군이 최선이냐, 뷰가 최선이냐


모두의 인생은 다르고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듯

이 세상에 시험 정답 같은 최선의 선택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의 선택이란 없다.

내 선택이 최선이 될 수 있도록 그저 최선을 다할 뿐


우리 부부가 그렇게 살아가듯

당신도 그렇게 살아가길 바란다


최선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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