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축플래너 Aug 26. 2022

내 인생을 바꾸는 황금열쇠

놓치고 싶지 않은 여인 - 4. 내 마음속 스테파네트

생각보다 밝은 목소리로 소연이 한테서 연락이 왔다. 돌아오는 일요일 오후 4시쯤에 저번 정기 모임 사진 촬영 때 갔었던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했다. 구석 창가 쪽에 둘이 앉아서 소연이의 비밀에 대해서 들었던 그 커피숍이었다. 커피숍으로 가는 1시간 내내 묘한 기분이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들어가 보니 소연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오랜만이라고 이야기했고, 소연이도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평소때 처럼 커피를 시키고 설탕 프림 각각 2스푼씩 넣고 한 모금 마시고 담배를 피는데 소연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신의 병에 대해 내가 이야기한 것에 너무 과민 반응하여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기는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되었을 일이라고도 했다. 나는 궁금한 것을 못참는 성격이라 처음에 백혈병인줄 알고 의학 서적을 확인해 보니 병의 원인과 증세가 달라서 어떤 병인지 계속 찾다보니 알게되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아니야, 내가 오히려 미안해. 그러니까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어차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라는 말로 나에 대한 실망감을 정리한 것 같았다. 




철이 없던 나는 마음에 걸렸던 미안함이 사라졌고 소연이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나에게 있었던 재미있는 사건 등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저녁 시간이 되어 "밥 먹고 갈래?"라고 물었는데 그 때 소연이가 나에게 오늘 만난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집에 7시 까지 들어가야하고 그 동안 몸이 더 안좋아져서 일본으로 치료차 유학을 간다는 것이었다. 도쿄대에 유학 신청을 해서 일본에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나를 보러 왔다는 것이다. '젠장 내 슬픈 예감은 역시나 틀린 적이 없다. 내 주제에 그렇지 뭐.' 일본으로 간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말없이 소연이 얼굴을 쳐다보았다. 소연이는 내 눈이 슬퍼보였는지 걱정하지 말라며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래 치료 잘해서 꼭 완치되고 잘 갔다와라. 한국에 들어오면 나한테 가장 먼저 연락하고." 그렇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며 커피숍을 나왔다. 지하철 입구에서 소연이의 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지켜보았다. 그게 진짜 마지막 모습이었다. 헤어지기 전에 소연이가 한 말은 그 날 하루종일 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일지 모르는 원정을 너와 같이 갈수있어서 너무 고마워. 일본에서 돌아오면 연락할께. 그때까지 잘 지내."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분들과 술자리에서 옛날 학창 시절 연애담이야기를 하다보면 10명 중에 9명은 가장 후회되는 것이 첫 눈에 반하고 좋아했던 사람에게 제대로 된 고백한 번 못해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소연이가 병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내 마음을 솔직하게 소연이에게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나와 소연이가 좋은 인연이 되었을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내 자신이 소연이에게 부족하다는 핑계로 또는 소연이가 싫다고 거부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가슴 한 구석에 지금까지 미련과 후회로 남아있다. 많은 남녀가 사랑을 하면서 제대로 된 표현을 못한다고 한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말이나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이상 상대가 서로의 마음 속을 알 수 가 없다. 그런데도 표현은 하지 않으면서 "그런것도 모르냐", "척하면 알아야지.", "눈빛만 봐도 알수있는 거 아니냐."며 인간이 가진 그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짝사랑은 아름다운 거라고 누구는 이야기 한다. 배신당할 염려도 없고, 여자한테 차일 염려도 없고, 꿈 속에서 언제든지 만나고 싶을때 만나고 등등 온갖 되지도 않는 말을 갖다 붙이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나는 '짝사랑은 비겁하고 저질스러운 혼자 만의 망상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겠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평생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향한 진실된 마음을 용기있게 이야기 하자. 스테파네트를 짝사랑했던 목동처럼 가슴에 영원한 이별의 스테파네트를 남기지 않으려면 사랑한다고 이야기 해라. 잘되면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고 안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공감과 소통없이 무작정 들이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나가는 이쁜 여자한테 첫눈에 반했다는 바보같은 짓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왔을때 감정이 느껴졌을때 용기를 내어보라는 말이다. 대학 2년을 마치고 90년 1월 군번으로 입대를 했다. 그리고 군대 제대후 93년에 복학을 하여 소연이하고 같은 과를 다녔던 대학원 조교인 소연이 친구를 우연히 알게되었다. 혹시 소연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아냐고 물어보니 대전 엑스포 행사에서 일본 통역관으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친구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전해들은 소연이의 소식이었다. 만약 다시 88년으로 돌아간다면 꼭 이야기 할 것이다. "소연아 나 너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너의 첫 남자 친구이고 싶다."고. 내가 꿈꾸던 집에 혼자 들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평생 서로 의지하며 아껴주고 사랑할 반려자와 가족들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당신이 찾은 그 황금 열쇠는 다이아몬드 보다 더 빛나는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전 27화 내 인생을 바꾸는 황금열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