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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Jul 28. 2024

걷는 것도 마라톤의 일부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28

10월 27일, 춘천마라톤 풀코스 도전을 확정한 이후 하루가 다르게 조바심이 차오른다. 실력은 늘지 않고 찌는 듯한 더위와 올해만 유독 많은 듯한 장맛비 모든 것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은 핑계일 뿐이다. 달려야 한다.


더 잘 달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 <마라닉 TV>를 종종 시청하는데, 얼마 전 숏츠를 보다가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알게 되었다. 

<'마라닉 TV'유튜브 캡처>

"속도를 줄여라"

맞다. 잊고 있었다. 내가 달리는 목표는 서브 3, 서브 4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행복하게 달리는 것이다.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행복이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42.195km가 아니라, 50km,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이 목표였다. 지구 최강 부대인 네이비실의 요원에서 자기 계발의 아이콘이 된 '데이비드 고긴스'의 책을 읽고, 그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옮기면서 그 목표가 더욱 뚜렷해진 것 같다. 


하지만, 정해놓은 시간은 다가오고, 달리기 실력은 4개월 동안 변화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유행하는 '크루'에 참여해서 달리면 많은 것을 배우고, 실력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과 사회활동의 만만치 않은 일정이 순순히 과외 활동에 참여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고자 하는 내 성향(INFJ)도 한몫했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블로그 친구들의 도움도 받고, 새로운 조력자에게도 도움을 구해보았다. 그 조력자는 바로, AI.

 

<chat GPT 3.0 질의응답 중>

훈련과 식사조절까지, 썩 괜찮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내가 찾으려 하면, 다양한 종류의 달리기 팁을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언제나 내 속에 있었다. "똥멍청이 같은 생각..."


이번 주는 총 세 번을 달렸다. 

화요일은 5km(비는 나리고, 길은 젖고), 금요일은 5.4km(천천히, 더 천천히) 그리고 일요일은 13km(?)를 달렸다. 일주일을 돌아보면 나쁘지 않게 연습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요일 달리기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일요일 새벽부터 달리기 위해, 모든 준비는 토요일 밤에 마쳤다. 입을 옷과 양말, 충전을 마친 휴대폰과 이어폰, 챙기는 걸 종종 잊어버리는 스마트워치까지.. 잠자리에도 빨리 들었다. 준비 완료.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가 5시. 

어제 준비해 둔 옷으로 갈아입고, 작은 배낭에 물 한 병과 스마트폰을 넣었다.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마친 시간이 5:30. "자, 이제 달리자."


아직 해도 뜨기 전이며, 구름이 살짝 가렸다. 기대하지도 않은 바람까지 솔솔 불어주었다. 달리기에 너무 좋은 컨디션이었다. '천천히, 더 천천히'를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달렸다. 1km/6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면 총 달린 거리가 약 7km인데, 서서히 힘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갈 길이 먼데... 걱정이 앞섰다.  많은 러너들을 지나쳤고, 더 많은 이들이 나를 앞질러 갔다. 공원을 두 바퀴 째 돌면서 머리에 각종 핑계들이 경쟁하며 몽글거렸다. 약 10km 정도를 달렸을 즈음이다. 머릿속 핑계가 내 몸을 지배하려고 하고 있었다. 


'330lm 생수통이 이렇게 무겁고 귀찮게 느껴질 줄이야..'


결국, 13km 즈음에서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하며 숨 고르기로 들어갔다(기록은 여기까지). 걷다가 뛰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다. 걷는 시간이 달리는 시간보다 더 길어졌다. 어느 정도 숨 고르기가 된 후에는 다시 달렸다. 하지만, 앞서 달린 것과는 확연히 다른 속도였다. 그래도 달렸다. 


결론적으로 2시간 동안 걷고 달렸다.


달리다 보면, 숨이 차거나, 허벅지나 종아리가 뻣뻣해져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할 것 같은 때가 닥친다. 마음에는 천불이 나지만 몸은 마음과 달리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달리다 보면 다시금 페이스를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렇지 못하고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생각의 전환을 시도해 보았다.


'걸어보자. 걷는 것도 달리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잖아. 결국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거야!'


물론 계속해서, 끝까지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연습하고 끊임없이 달리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달리지 못하게 되었다고 주저앉고 포기하면 안 된다. 어떻게든 끝까지 완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시 달리기 위해 잠시 걷는 것,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것이 소위 말하는 '위기관리능력'이리라.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반성하지만), 속도를 줄이고 페이스를 떨어뜨려서 재정비를 한 후에 다시 달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오늘처럼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있다. 결국 걷는 방법까지 동원했으니..


산다는 것도 이렇지 않을까? 날마다 모든 일이 내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그런 날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남을 비난하고 나를 욕하며, '나는 안될 놈이야'라고 한탄하는 것은 레이스를 포기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달리기도 우리의 하루하루도..


오늘 달리기는 욕심낸 만큼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레이스. 그것을 대비해서 훈련을 해야 한다.


새로운 숙제가 생긴 것이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마라톤풀코스도전 #춘천마라톤 #걸어서라도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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