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을 열기까지
왜 캘리그래피 공방이었을까?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해서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수입이 없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이것저것 건드려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성과는 있었지만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점점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이도 가졌고 생활비도 가져다주는데 뭐가 문제냐며 의아해했지만 나는 돈을 벌고 싶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감정은 아마도 책임감이 아니었을까 한다. 한 가정의 맏이로 살아오며 다른 구성원들보다 책임감을 많이 느꼈고, 이런 행동이 습관처럼 굳어져 왔다. 그리고 이런 습관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캘리그래피 공방을 열려고 생각하고 자격증을 따게 되었는지, 아니면 그냥 취미로 오랫동안 캘리그래피를 하다 보니 자격증을 따게 된 건지 순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맘때쯤 몇 년간 취미로 배워왔던 캘리그래피 자격증을 땄고 비슷한 시기에 소상공인을 위한 프로젝트 하나에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공방을 오픈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몸도 많이 안 좋은 상태였지만 꿈꿔왔던 공방을 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행복했다. 공방만 오픈한다면 지금 내가 고민하는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간 다녔던 캘리그래피 공방을 떠올리면서 당연히 나도 저렇게 사업장을 잘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선생님들의 좋은 면만 보고 그 이면은 따져보지도 않았다. 꿈이 너무 커서 그 뒤에 숨겨진 단점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누군가 나를 뜯어말렸다고 하더라도 듣지 못했을 정도였다.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가게를 열려고 할 때, 정보를 수집하고 시장 조사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함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이라고 해봐야 겨우 3년 남짓이었던 나는 너무 무지하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다. 고작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으니까!' 하는 패기만 넘치는 이유가 고작이었다. 오랜 시간 취미로 배웠기 때문에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기본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대학 시절부터 학원 강사일을 했었기에 가장 빠르게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소상공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오픈 준비도 빠르게 이루어졌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공방을 오픈할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을 꾸미고 꿈을 담다
프로젝트 진행과 더나은공방은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나는 '글 쓰고 글씨 쓰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운영을 시작했다. 글쓰기, 캘리그래피, 글씨 교정까지 정말 다양한 수강생이 다녀가시면서 공방 운영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케팅 관련 강의를 듣고 여러 가지 스킬을 적용하면서 실제로 많은 이익을 낸 달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캘리그래피에 다양한 공예를 접목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레진아트를 적용하기도 하고 풍선 캘리그래피로 보는 재미, 만드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물론, 처음 시도해 보는 자영업에 힘든 순간이 더 많았지만 나의 꿈이 온전히 담긴 공간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형식에 맞춰 여러 가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또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약 6개월 간의 소상공인 프로젝트가 끝났다. 이후 나는 프로젝트와 함께 오픈했던 '더나은공방'으로 우수사례자에 선정되어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전국각지의 신청자들 중 딱 6명에게만 주는 혜택이었다. 내가 뭔가를 특별히 잘했던 것도 아니고 오픈을 하자마자 캘리그래피 수강생들이 줄을 서며 대박을 터뜨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우수사례자에 선발되었을까?
아마도 갓 낳은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의 경력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열정과 캘리그래피에서 글씨 교정으로 시장을 늘려가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캘리그래피보다 사업성이 높았던 것은 대부분의 공방에서 기피하는 글씨 교정이었고 나는 다수의 초, 중등 수강생을 받으면서 공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이 아이템으로 '성인 글씨교정 온라인 클래스'를 만들 수 있었고 초등생들을 위한 글씨교정 책도 준비 중에 있다. 캘리그래피는 '취미'의 영역이라면 글씨 교정은 '필요'의 영역이다. 이런 부분에서 앞으로의 사업성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제대로 해 본 첫 사업이 순항을 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노하우가 쌓이면 점점 더 잘 될 거라는 희망에 부풀며 2023년 하반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