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유격대 전술, Partisan Tactics)
우리에겐 빨치산으로 알려진 파르티잔, 그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총구는 어딜 향했나
실제 전쟁에서 전개된 파르티잔전술은 정규군을 운용하는 전술과는 별도로 적의 배후에서 그들의 통신·교통수단을 파괴하거나 무기와 물자를 탈취 또는 파괴하고 요인을 살상하는데 주력했다. 파르티잔전술은 일반주민의 협조나 지원이 없이 수행할 수 없었고, 그 지방의 지리나 지형에 밝아야 하는 것이 절대적인 조건이 되므로 아무 곳에서나 실행할 수 없었다. 따라서 연합진영은 추축진영에 반대하는 현지인과 협동했다.
영국으로 망명한 샤를 드골의 자유프랑스는 프랑스 본토에서 독일과 싸우던 레지스탕스조직을, 소련은 동부 유럽에서 활동하던 파르티잔부대를 적극 지원, 활용했다. 동부 유럽에서 활약한 파르티잔부대는 여단이나 연대급 규모의 대부대까지 있어서 소련이 무기·탄약을 공수한 예가 있다.
파르티잔은 우리 사회에서 '빨치산'이라는 단어로 널리 알려졌다. 일제강점시기에는 중국공산당과 협동한 조선인항일유격대가 입소문이 났다. 한국전쟁시기에는 북한의 인민군과 협동해 국군과 교전한 사례가 널리 알려졌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북한정권에 대한 적대감과 동시에 파르티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파르티잔을 자처한 사람들의 동기를 본다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역사 속 파르티잔은 주로 사회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군국주의와 파시즘에 무력으로 항거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나와 타인의 자유를 위해서 탄압에 맞섰던 파르티잔의 저항정신은 냉전시기 동부 유럽과 소련, 그리고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진영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게임 속 파르티잔 전술
게임 속의 '파르티잔 전술'은 적이 예상하지 못한 곳, 그러니까 하얀색으로 표시된 중립건물에서 파르티잔을 호출한다. 기습작전인 셈인데, 미군진영의 공수부대, 독일진영의 강하엽병과 함께 기습, 후방교란을 목표로 활용한다. 또한, 소환된 파르티잔 분대와 대전차포 분대의 은신기능을 활성화시켜 적의 거점진입을 견제하는 방어전술도 가능하다. 여기에 파르티잔지휘관의 특화스킬인 스파이네트워크(첩보망)를 사용한다면 적 진영의 배치, 적의 진격 방향, 진격해 오는 적 유닛의 유형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유닛의 은신기술과 지휘관이 가진 첩보망 스킬의 조합으로 효과적인 기습과 방어전을 전개하는데 탁월한 면이 있다.
파르티잔 분대는 군수물자 포인트를 사용해 파파샤(PPSh-41)라는 기관단총으로 무장할 수 있다. 파파샤 기관단총은 빠른 연사력으로 근접한 적들을 손쉽게 무력화한다. 게임에서도 이를 반영했는지 파파샤 기관단총을 든 파르티잔 분대는 근접해서 교전할 때 그럭저럭 쓸만하다. 파파샤 기관단총뿐만 아니라 대전차로켓발사기로 무장할 수도 있어서 차량마크(전차나 장갑차의 위치를 파악하는 정찰기 소환) 스킬과 함께 운용한다면, 적 차량의 전선돌파를 견제할 수 있다.
파르티잔지휘관의 특색이 강한 만큼 장점과 단점 역시 명확하다. 파르티잔전술 지휘관의 가장 큰 장점은 파르티잔 분대를 전장 한복판에, 그것도 즉시 호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적이 예상하지 못한 기습작전을 펼치기 수월하고, 유닛 소환 이후에도 은신기술 덕택에 기습적인 전선돌파나 방어를 구상할 수 있다.
파르티잔전술 지휘관의 단점은 두꺼운 장갑과 강력한 화력을 가진 적 진영의 중전차를 1:1로 상대할 유닛이 없다는 점이다. 거기다 높은 체력과 자동화기로 무장한 독일중보병을 1:1로 상대할만한 보병유닛도 없다. 파르티잔분대라는 비정규보병유닛을 데리고 적 진영을 기습해도, 독일중보병만큼의 성능을 보장하진 못한다. 이를 보완하려면 지휘관 없이도 호출하는 구축전차나, T-34를 몰고 다니면서 적 유닛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독일진영을 상대로 싸우는 아군 분대의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전장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보여주는 듯하다. 뚫리지 않을 장갑인 줄 알면서도 가지고 있는 포탄과 탄약을 모두 쏟아붓는 유격대원의 모습이 마치 다윗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다윗의 뒷배가 되어준 야훼도, 골리앗이 가진 피지컬도 없다. 그저 자신의 소신대로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파르티잔의 저항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겼나.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들도 일종의 파르티잔, 레지스탕스로 분류된다. 이들은 식민지 상태에 놓인 조국의 주권회복을 위해 저항했다. 그래서인지 해방될 조국이 제국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 대신 문화가 융성한, 균등하게 발전하는 조국을 꿈꿨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만들어 낼 폐단은 곧 전쟁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에서였다. 제국의 침략에 의해 주권을 잃은 약소국의 지도자들이 제도 밖 투쟁을 하며 느낀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들이 흘린 피와 땀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우리는 제도 밖에서 투쟁했던 역사를 애써 외면하거나, 열강의 성공을 근거 삼아 제도 밖 저항을 폄하한다. 저항세력의 투쟁이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규모를 가지고서는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던 역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이 있다.
저항세력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까. 그들의 사고방식에는 성공제일주의, 사회진화론, 기회주의가 작동한다. 이들은 구한말 우리 왕조의 무능과 무책임, 조선병탄 이후 일본제국과 맞섰던 저항세력의 분열을 보고 나서 염증을 느꼈다. 그 염증은 결국 여러 제국이 건설한 문명을 찬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제국 곳곳에 세련된 복층건물이 들어서고 휘황찬란한 가로등불이 어두컴컴한 거리를 밝히며, 식민지에서 수탈해 온 갖가지 물자들이 시장천지에 즐비한 풍경은 이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이로써 그렇게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제국을 긍정하고, 제국의 침략을 합리화했다. 아래는 그 합리화의 단적인 면을 잘 나타낸다.
'실패가 뻔한 일에 눈길 주지 말고 성공을 쫓자'
- 성공제일주의
'경쟁사회내부는 약육강식에 따라 강자만이 살아남을 거야. 이 강자들로 구성된 사회는 끊임없이 진화하겠지.'
- 사회진화론
'저항한다고 해방이 될 거 같아?(저항한다고 세상이 바뀔 거 같아?) 괜한 고생하지 말고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서 고깃국 먹으면 좀 좋아? 이참에 한몫 단단히 챙기자고'
- 기회주의
제국에 협조했던 사람들을 중용하고 쉬쉬했던 때문일까. 우리 사회에는 성공제일주의, 사회진화론, 기회주의가 디폴트 값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과거의 제국을 긍정하는 이들 역시 우리 사회의 디폴트 값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전쟁? 독재? 탄압? 나만 잘 살면 돼"를 뇌까리곤 한다. 창피한 일이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의 침략전쟁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대통령이 내란에 준하는 계엄령을 선포해 많은 사람들이 탄압과 저항이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상기했다. 유럽에서는 극우정당이 급부상하고, 쿠데타로 재집권한 미얀마의 군부는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에 더해 저항군의 반격을 마주했다. 지난 20세기 내내 세계를 뒤집어엎었던 전쟁이, 그때의 망령이 또다시 우리의 일상을 집어삼키려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얕은 대학원생은 정의감 먼저 앞선다. 얕은 사유에서 비롯된 나의 글은 허공을 떠다니겠지만 역사 속 거인의 말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각인될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마주한 시대의 거악을 피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 거대한 산을 맨발로 올랐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문장으로 이번 단락을 마친다.
"자유는 우리의 힘과 피로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남의 힘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선 민중은 능히 적과 싸워 이길 힘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구자가 되어 민중을 각성시켜야 한다."
- 김원봉 -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공화국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 알베르 까뮈 -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나쁜 양심입니다. 백장미단은 당신을 절대 평화롭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 뮌헨 대학교 학생 숄 남매의 백장미단 전단 중-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2019.12.9., 전국역사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