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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진영, NKVD 교란부대 전술 지휘관

(NKVD Rifle Disruption Tactics)

by 백재민 Dec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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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에서 펼쳐진 소련 NKVD 교란부대의 전술


1941년 6월 22일, 독일의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시작된 독소전쟁은 동부 유럽사회를 살육과 생존투쟁이 난무하는 전장으로 뒤바꾼다. 그 전장의 가장 구린측면을 파고들면, 악명 높은 NKVD 교란부대를 접하게 된다. 이들은 적의 후방을 교란하고, 정보 수집과 파괴 공작을 수행하며 독일군의 진격을 방해하는 임무를 맡았다. 또한, 독일군의 통신망 파괴, 보급로 차단, 주요 인프라 파괴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수도방위를 위해 결집한 NKVD 요원들수도방위를 위해 결집한 NKVD 요원들

NKVD(내무인민위원회)는 소련의 내무부 소속으로, 당시 스탈린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첩보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독소전쟁이 발발하자 이들의 관할범위가 전쟁지원차원으로 확대된다.


독소전쟁 당시 소련군은 스탈린의 지시를 받는 NKVD가 대대적인 숙청을 저지른 때문에 지휘체계가 무너졌다. 소련에게 적합한 전략과 전술에 밝았던 장성과 장교들이 숙청당한 상황에서 독일군이 파죽지세로 진격해 오자 스탈린은 당황한다. 소련군의 전통적인 전투 방식만으로는 독일군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스탈린은, NKVD에게 후방교란을 지시한다. 이에 따라 NKVD는 교란부대를 편성하고, 독일군의 후방에서 끊임없이 혼란을 일으키며 적의 보급로와 통신망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게임 속 NKVD 교란부대 전술


NKVD 교란부대 전술 지휘관의 특화스킬 및 호출가능 유닛. 출처 : 성 요한의 구호소(T story)NKVD 교란부대 전술 지휘관의 특화스킬 및 호출가능 유닛. 출처 : 성 요한의 구호소(T story)


NKVD 교란부대 전술 지휘관은 게임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게임 중 후반기에 호출할 수 있는 KV-8 중전차가 화염방사기를 끼고 적 보병을 제압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연출되고, KV-8 중전차의 단단한 장갑 덕택에 경전차, 중형전차의 포탄을 막아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패시브스킬로는 '통신감청'이 있어서 전장에 호출된 적 유닛의 유형, 적이 거점에 건설한 구조물을 파악할 수 있다.


KV-8 중전차. 출처 : 성 요한의 구호소(T story)KV-8 중전차. 출처 : 성 요한의 구호소(T story)

NKVD 교란부대 전술 지휘관이 유용한 이유 중 또 하나는 지휘관이 호출하는 정치장교분대의 스킬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의료용품배포스킬을 통해 주변에 있는 아군 보병유닛을 치료하고, 적 유닛과 교전 중일 때는 '전선을 사수하라!'는 스킬을 사용해 주변 보병유닛에게 방어력 버프를 준다. 뿐만 아니라 정규징집병에게 없는 RGD-33 파편수류탄을 던질 수 있어서 적 보병을 빠르게 격퇴하고 싶을 때 요긴하게 쓰인다. 독소전쟁 당시 소련의 정치장교가 아군에게 악랄했던 사실을 반영한 것인지  '누구도 물러서지 마라!' 스킬이 추가됐다. 스킬을 사용하면 주변 보병유닛의 공격력이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그래서 갖가지 전투상황에 적용하기 수월하다. 여차하면, '선전물 삐라 포격(프로파간다 포격)'을 요청해서 적 보병의 사기를 떨어뜨리거나 아예 전선에서 물릴 수도 있다.


정치장교분대의 의료용품배포스킬. 출처 : 성 요한의 구호소(T story)정치장교분대의 의료용품배포스킬. 출처 : 성 요한의 구호소(T story)

교란부대 지휘관에게는 '초토화 정책'이라는 무시무시한 스킬이 있는데, 스킬은 아군이 점령한 거점에 함정을 설치해서 거점에 진입한 적 유닛을 폭발로 날려버린다. 폭발 이후엔 일정시간 동안 거점을 점령을 할 수 없다. 격한 교전이 벌어지는 거점에서 한 발짝 빗겨 난 거점에 설치 한다면, 빈 틈을 노리고 해당 거점을 점령하러 온 적 유닛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 지휘관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대전차감시포격'이다. 적 전차를 타깃으로 일정량의 군수물자포인트를 사용하면 장외포격이 전장 안으로 떨어지면서 적 전차에게 지속적인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이 포격스킬은 사용하기 전에 포격할 특정범위를 설정해야 하고 그 범위 안에 위치한 적 전차가 아군의 시야에 확인됐을 때 포격한다. 지휘관의 대전차감시포격은 개인전보다 팀전에서 아주 효율적인데, 아군 유저와 적 유저의 전차가 호출되기 시작하는 게임후반에는 아주 좁은 전장에 전차유닛이 바글바글하기 때문에 높은 효율로 적 전차에게 대미지를 입힌다. 적 유저가 무리해서 공격해 올 때나 아군 유저들끼리 협동해서 전선을 돌파할 때 이 스킬을 사용한다면, 전차 유닛을 잃은 적 유저의 멘털붕괴가 채팅창을 통해 전달된다.


게임 속 NKVD 교란부대 전술 지휘관은 소련 유닛의 빈약한 성능을 보완해 준다. 지휘관이 가진 스킬이나 유닛 중 뭐 하나 쓸모없는 게 없다. 게임 초반에 정치장교분대의 스킬을 숙지하고 시의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거점확보 및 유지가 수월하다. 거점확보를 통해서  T-34 전차나 구축전차를 호출하고 대전차감시포격과 함께 운용하는 그림이 가장 안정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적과의 전차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스탈린체제와 NKVD : 민주적 통제가 결여된 혁명의 부패


트로츠키트로츠키


전시 상황에서 NKVD 교란부대의 후방교란 전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예컨대, 협조를 거부한 민간인들을 잔인하게 처형하거나, 심지어 정규징집병 역시도 "적을 도왔다"는 혐의로 가차 없이 처단하는 사례가 많았다. 독소전쟁 당시 NKVD의 목표는 아군의 압도적 우위였고, 이를 위해 민간인과 병사의 존엄은 철저히 무시된다.


스탈린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NKVD는 체제의 희생양이 될 대상을 아래에 국한하지 않았다.


레닌 사후, 스탈린과 트로츠키 간의 갈등은 소련공산당 내 권력투쟁의 주요 쟁점이었다. 트로츠키는 혁명적 사회주의의 원칙을 고수하며 노동계급 중심의 국제혁명을 주장한 반면, 스탈린은 '사회주의의 일국적 건설'이라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쉽게 말해서 트로츠키의 지론은 "우리 러시아만 사회주의하면 자본주의국가에게 포위된다. 그러니까, 다른 국가의 노동계급을 지원하자. 그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사회주의혁명이 세계 전역에서 일어나 성공하는 그날까지 멈춰 선 안된다"였다. 그에 반해 당시 스탈린의 지론은 "됐어. 우리끼리만 사회주의하자"가 된다. 두 사람의 이념적 대립은 소련공산당 내에서 점점 격화되었고, 결국 트로츠키는 1927년 당에서 축출된 후, 1929년 소련에서 추방되기에 이른다.


트로츠키는 망명 이후에도 스탈린과 스탈린주의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혁명적 사회주의의 원칙을 강조하며 국제활동을 지속했다. 이는 권력을 거머쥔 스탈린에게 위협으로 간주된다. 결국, 정적 제거에 집착하던 스탈린의 지시로 트로츠키는 1940년 8월 20일, 멕시코에서 NKVD 요원에 의해 암살당한다.


트로츠키 외에도 스탈린과 대립한 여러 인물들이 있는데 게 중에는 니콜라이 부하린, 그리고리 지노비예프, 레프 카메네프 등을 꼽을 수 있다. 혁명 초기의 지도자들은 스탈린의 권력 강화 과정에서 NKVD에 의해 숙청됐다. 특히 부하린은 경제정책과 당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에서 스탈린과 대립하다가 결국 NKVD에 의해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스탈린체제와 NKVD의 사례는 '민주적인 장치와 절차가 결여된 사회주의체제가 보여줄 수 있는 야만적인 형태'로 남았다.


트로츠키는 그의 저서 [배반당한 혁명]에서 스탈린체제의 본질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스탈린체제가 노동계급의 해방이라는 이상을 어떻게 배반했는지 폭로했다. 그는 스탈린주의를 "관료적 반혁명"으로 규정하며, 노동자와 대중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상실한 사회주의는 결국 독재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다. 또한 트로츠키는 소련의 퇴보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에 기반한 정치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트로츠키의 비판은 스탈린체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로, 그가 왜 스탈린에게 최대위협으로 간주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왼쪽부터) 스탈린과 부하린(왼쪽부터) 스탈린과 부하린


스탈린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했던 NKVD는 독재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인민을 철저히 짓밟았다. 또한, NKVD를 통해 자행된 스탈린의 전쟁범죄와 정적제거는 민주적인 통제가 결여된 사회주의체제가 어떻게 변질하는지, 그렇게 변질된 체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명백히 드러낸다. 지도자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잔인하게 제거하는 모습은 그 체제의 내면적 부패를 여실히 보여주며, 결국 사회를 몰락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12월 3일에 선포된 대통령의 계엄령을 보고 난 뒤 오늘날에도 정치권력은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으며, 개인의 자유와 존엄이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상기했다. 분명히 해야할 점은 어떤 조직이나 사회도, 자의적으로 해석한 정의를 위해 타자를 탄압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탈린체제와 NKVD가 주는 역사적 교훈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합의되지 않은 배타적 정의감의 확산과 그에 따른 독재의 망령이 여전히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 참고자료


개인블로그, 성 요한의 구호소(T story)

[배반당한 혁명] 트로츠키 저

[혁명과 민주주의] 서울대 민교협 저

[사회주의] 장석준 저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장석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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