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과 애정 사이
내 속으로 낳은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나한테 들러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하거나, 쉼 없이 나를 주물럭 거리는 스킨십은 귀찮고 싫다.
- 00아, 왜 온종일 엄마 팔에 붙어 있는 거야?
- (아주 귀엽게) 엄마가 엄청 좋아서 그렇지.
이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이 좀 참아 본다.
어릴 적부터 감각에 예민한 편이었다. 지금도 시력이 초고도근시인 것을 제외하고는 오감이 발달해 냄새와 목소리를 잘 구분한다. 절대음감도 샾과 플랫까지 가능하다. 이런 예민함 탓에 미용실만 가도 헤어디자이너의 부드러운 손길에 뒷덜미가 쭈뼛 선다.
모순적이게도 스킨십과는 달리, 마사지는 참 좋아한다. 잘하고 못하고 상관없이 마사지는 좋다. 마사지가 얼마나 끝없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지 모른다. 남편이 어지간한 미운 짓을 해도, 그가 큰 손으로 마사지를 좀 해 주면서 사과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너그러움이 샘솟는다. 마사지는 그냥 만지는 것도 아니고, 주무르고 문지르고 그 와중에 오일까지 덕지덕지 발라 속근육까지 파고든다. 만지는 건 너무 싫다면서 마사지는 참 좋다니 나도 나를 모르겠다.
마닐라에 이사 와서 발견한 마사지 샵에는 1시간에 600페소(약 14,000원)인 서비스가 있다. 오일도, 깔끔함도, 실력도, 별 네 개짜리인데, 가격까지 착하니 별 다섯 개를 서슴없이 준다. 필리핀 유일의 내 단골집이다. 자주 가다 보니, 여러 테라피스트들의 손 맛을 속속들이 꾀고 있다. 마사지 베드에 엎드려서, 방호복 입은 테라피스트의 손길을 느끼며 오늘은 누가 왔는지 맞춰본다. 왼손보다 오른손이 힘이 센 P, 조심성 없지만 힘이 센 S, 키가 작아도 구석구석 열심인 A, 숨소리는 거칠지만 내 몸을 잘 아는 J 등등.
나와 한낱 상관도 없는 테라피스트가 내 몸 곳곳을 훑고 있는데, 이상하리만큼 기분은 점점 더 편안해진다. 졸음이 밀려온다.
국어사전의 정의를 찾아보니 '스킨십'은 '피부의 상호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이고, '마사지'는 '손으로 몸을 두드리거나 주물러서 피의 순환을 도와주는 일'이다.
스킨십은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이고, 마사지는 육체를 위한 노동이라는 말인데, 나는 스킨십은 불편하고 마사지는 애정 한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보수적이나 내 육체는 개방적인 것일까? 내 자신이지만 이런 이중성을 만날 때마다 '나는 누구인가' 흠칫 놀라곤 한다. 남편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보수적인 마음의 표현일까, 개방적인 육체의 표현일까.
- 나 여기 좀 주물러줘 봐. 응 거기 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