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근심걱정쟁이

스쿠버다이빙의 버디로서

by 코끼리 날개달기

이퀄라이징(고막손상 방지를 위한 귀 압력 맞추기)은 어렵다. 아직도 귀가 아프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귀 통증에 시달려서 반드시 멀미약을 챙겨 먹는다. 그 후, 귀 통증이 무엇인지 잊고 살았는데 스쿠버다이빙에 입문하면서 다시 귀가 찢어질 듯 아프다. 다음번에는 멀미약을 싸가 볼까.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함께한 나의 첫 버디(다이빙 짝)는 남편 아닌 아이였다. 남편이었으면 전혀 상관없었을 텐데, 첫 다이빙을 자녀와 함께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다. 아직도 나는 아이가 어찌 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내 자식은 그 애 나이가 환갑이 지나도 늘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라더니 그 불안한 마음을 조금 알겠다.



평소 대단히 조심성 많은 우리 아이가 선뜻 스쿠버다이빙을 해보겠다고 하니 흔쾌히 같이 가자고 동의했다. 나의 귀 통증이 걱정은 되었지만, 아이가 하겠다는데 안 나설 부모가 어디 있을까. 수영장 연습 때는 아이가 좌절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교육받는 게 너무 힘들어서 우리가 서로의 버디라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바다에 나가 호흡기를 나누는 훈련을 할 때, 태연히 훈련받는 아이의 모습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공기통에 달린 호흡기 하나를 가지고 둘이서 번갈아 호흡을 했다. 서로를 전심으로 믿고 의지하는 행위다. 바닷속에서 아이가 숨을 참고 호흡기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아이의 호흡기를 받아 드는 순간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아이는 내 뱃속 자궁 안에서 9개월 하고도 며칠을 살았다. 자궁이 지금 이 바닷속처럼 캄캄하고 양수는 이렇게 따뜻했을까? 내 몸과 연결된 탯줄에 의지해 살았던 작고 연약한 아이였다. 어찌나 소중했던지 만지기에도 아까웠다. 귀엽다며 아이의 볼을 누르는 할머니의 미웠던 손가락을 아직도 기억할 정도다. 그런 아이가 이제 숨을 참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호흡기를 나에게 건네준다.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이 느낌은 감동이나 감격이라는 표현보다는 슬픔에 가깝다. 자녀의 독립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고작 호흡을 참고 있는 아이의 모습만 봐도 고개가 돌려진다. 나한테 호흡기를 주려고 숨을 참는다니, 대견한데 또 슬프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을까.



배를 타고 먼바다에 나가서도 아이만 쳐다보았다. 호흡기는 잘 물었는지, 공기는 체크하고 있는지, 이퀄라이징은 잘 되는지, 위험한 것을 만지지는 않는지, 모든 게 걱정이었다. 강사가 잘하고 있다는 대도 염려를 놓을 수가 없었다. 정작 나는 아이를 찾는다고 고개를 급히 돌리다가 마스크에 물이 차고 아이랑 높이를 맞추느라 이퀄라이징도 엉망이었다. 강사는 이퀄라이징이 안돼서 압력을 잘 못 맞추면 부비동이 압착되었다가 떨어지면서 모세혈관이 터져 피가 난다고 했다. 배에서 올라오면 강사들이 교육생들 중 나에게만 말했다.



- 세수하세요.



코피가 또 난 거다. 마지막 다이빙 때는 작심을 하고 바다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아이 대신 훈련에 집중해서 이퀄라이징을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내 버디, 내 아이를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잘하는지 보느라 그렇게 아차 하는 사이 이미 수면 밑으로 한참 하강했고 귀가 아팠다. 다이빙 중에도 엄마가 아닌 버디로서 잘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불안했다. 차라리 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뒤돌아 있기도 했다.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또 뜨거운 코피가 느껴졌다. 네 번째 코피라는 것보다, 또 아이만 쳐다본 게 민망해서,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는 귀라며 딴청을 피웠다. 남들 눈에는 다 큰 12살 초등학생은 여전히 내 눈에 속싸개에 싸인 갓난아기다. 솜털이라도 다칠까 조심조심 안았던 그 아기다.



- 엄마는 왜 그게 안돼?

- 넌 잘 돼? 좋겠다. 엄마는 잘 안돼.

- 흥, 하면 돼. 너무 천천히 흐으응 말고, 그렇다고 너무 세게 흥! 하지도 말고. 이렇게, 따라 해 봐. 어렵지 않아.



귀여운 녀석, 엄마가 자꾸 코피 흘리는 게 짠했는지 이퀄라이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피곤하니까 어서 자라면서 내일 다시 하면 된다고 격려도 해주었다. 이렇게 아이가 나를 배려해주면 고맙기도 하지만, 동시에 너무 커버린 모습이 서운하다. 같이 사는 동안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은 것을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다행히 스쿠버다이빙은 나와 잘 맞는 스포츠다. 스쿠버다이빙은 천천히 할수록 잘하는 거니까. 안 움직이고 느리게 하는 것은 자신 있다. 훈련 때마다 공기를 조금 쓴다고 타고난 다이버라며 칭찬받았다. 걱정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다음 다이빙에는 완전히 독립된 버디로서 아이를 지켜봐…… 아니,


함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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