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헤쳐나가지?
'휴~여보. 다행히 암은 아니래'라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끝내 남편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암이었다. 전화를 끊고 머리가 하얘졌다. ’아. 나 암이구나?’
이어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눈물이 추어탕 집에서 하염없이 내 빰을 타규 흘러내렸다.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 돌솥밥 덕분에 눈가는 더 촉촉해졌다. 만삭의 임산부가 혼자 추어탕집에서 그것도 훌쩍이며 밥을 먹는 비루한 모습은 딱 봐도 사연이 있음을,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로 가득 찬 식당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나에게는 주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들 영화의 어느 슬픈 한 장면처럼 앞이 캄캄해진다거나 온 세상 나 혼자 덩그러니 버려진 느낌이 드는 건 아니었다.
생각에 잠겼다. 퀴블러 로스 죽음의 5단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가 빠르게 지나갔다.
나 역시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살지는 못했기 때문에 삽시간에 부정과 분노에 휩싸였다. '왜 하필 나에게..'
신이 원망스러운 건 당연했다. 암이라는 단어 앞에 사람은 한없이 약한 존재였다. 얼마동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순 없아나 타협에서 오랫동안 멈추었다.
'그나저나 뱃속에 애긴 어쩌고. 나 어떻게 헤쳐나가지..'
울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미 펼쳐진 현실 앞에서 스스로와 협상을 해야만 했다. 울적한 마음은 수용의 단계까지 다다랐다. 이 모든 게 하루 사이에 일어나는 일련의 감정이라는 것도 신기하다.
결혼한 지 갓 1년 되었는데 와이프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남편 또한 얼마나 당혹스럽고 고통스럽고 무서웠을까. 결국 그날 밤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남편도 함께 울었다. 그럼에도 큰 힘이 되어주려는 의지 하나로 나를 위로하고 다독였다. 남편은 서둘렀다. 하루라도 빨리 연계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 ‘출산’이 남아있었다.
자연분만을 할 생각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왕절개를 택하기로 했다. 제왕절개를 결정한 그날 저녁 이만저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출산은 출산대로 무섭고 치료는 치료대로 두려웠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상상하니 까마득함이 스며든 짙은 밤을 꼴딱 새웠다. 하지만 더 이상 울지 않고 나의 마음을 추슬렀다. 지나고 나면 이 또한 추억이 돼있을 거야. 헤쳐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