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포르투의 브런치 카페, 그리고 히베이라 광장
우선 아침식사를 하자.
포르투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라는 수식어를 가진 매장이 있다.
이름은 맥도널드 임페리얼(McDonald's Imperial).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에 자리한, 꽤 유명한 관광지다. 마침 숙소와 가까워 마지막 날 아침, 아침 식사를 겸해 들렀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기대했던 감탄은 나오지 않았다.
입구 위에 자리한 거대한 청동 독수리 조각이 이색적이긴 했다. 이 작품은 포르투갈 조각가 엔히크 모레이라(Henrique Moreira)의 손에서 탄생한 것으로, 이 건물의 상징적 요소라고 한다. 하지만 그 외 내부 인테리어에서 오는 감동은 크지 않았다.
게다가 아침 시간대라 메뉴도 제한적이었다. 맥모닝 몇 가지 중에 고를 수 있었고, 우리는 식사 대신 사진 몇 장만 남기고 자리를 나섰다.
'가장 아름답다'는 말은 결국 기대의 프레임을 만들고, 그 프레임에 채워지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공허함이 남는다. 맥도널드 임페리얼도 그랬던 것 같다.
대신 아내가 찾아낸 브런치 카페, Do Norte Café by Hungry Biker. 를 찾았다.
이름부터 정감이 갔다. 라이더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북쪽의 브런치라니.
이곳은 이미 한국 여행자 사이에선 꽤 알려진 카페였다. 실제로 안쪽 테이블에는 한국인 커플 두 쌍이 앉아 있었고, 우리가 나설 무렵에는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무리가 들어섰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에는 늘 장단이 있다.
나처럼 해외에선 현지 분위기를 최대한 느끼고 싶은 사람에겐 한국어가 들리는 순간 약간의 김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또, 그런 곳은 대부분 입맛에 맞고 서비스가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일부러 ‘한국인 추천’ 딱지가 붙은 식당이나 숙소를 피하며 다녔다.
맥도널드를 피해 급하게 찾은 곳이나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정답이었다.
커피는 훌륭했고, 브런치는 정성스러웠으며, 공간의 분위기마저 따뜻하고 섬세했다. 이날 아침은 포르투에서의 식사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여행지에서 무조건 로컬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걸, 맛있고 예쁜 식탁 앞에서 다시금 느꼈다. 가끔은 이렇게 검증된 ‘행복’에 기대 보는 일도 괜찮다.
무작정 낯선 길을 걷는 일만이 여행은 아니니까.
다음으로 히베이라 광장으로 향하자.
브런치 후 우리는 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 히베이라 광장(Praça da Ribeira)으로 향했다.
이곳은 단연코 내가 본 포르투갈의 어느 장소보다도 아름다웠다. 도우루 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철의 구조미로 도시의 선을 완성한다. 강 건너편 빌라 노바 드 가이아에는 포트와인 와이너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와인샵에서 보던 익숙한 이름들을 하나씩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이 도시에는 묘하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기가 흐른다.
햇살에 반사되어 나른한 색을 띠는 건물들, 그 사이를 거닐며 바닥의 돌길 소리를 듣다 보면 문득, 이곳에 그냥 멈춰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걱정이 잠시 투명해지는 순간.
오후가 되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멀리서 버스킹 음악이 흐르고, 도시는 마치 조용히 잠들다 깨어난 아이처럼 생기를 되찾는다. 인상파 화가들이 말했듯, 빛이 바뀌면 사물도 달라진다. 히베이라 광장이야말로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공간이다.
같은 장소지만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진다.
이곳의 물리적인 범위는 작지만 여기에 날씨와 시간이 결합되면 무한한 장소가 된다.
포르투에 간다면, 히베이라 광장은 새벽, 아침, 오후, 밤 한 번씩은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어차피 포르투는 좁아서 갈 데도 별로 없다.)
마지막으로 동루이스 다리에 올라 전망을 바라보자.
확실히 야경이 주는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모루정원 쪽에서 바라본 포르투 도심의 색감은 여전히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포르투의 전체를 눈에 담고, 이제 리스본으로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