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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문단속, 아우구스타 아치

#17. 포르투갈의 관문

by 라헤

리스본 여행은 아우구스타 거리에서 시작된다.


우리 숙소는 이 거리에서 단 한 블록 떨어진 Dare Lisbon House.
문만 열고 나서면 바로 아우구스타 아치(Arco da Rua Augusta)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LX 스트리트, 북적이는 소음 속 거리.
왼쪽으로 가면 알파마 지구, 뷰 맛집 골목들.
한쪽은 에너지, 다른 한쪽은 낭만.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여러분의 선택이다.

숙소에서 나와 고개를 돌리면 바로 아우구스타 아치가 보인다.

아우구스타 거리는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이 거리를 10분 만에 걷는 사람은 잘 없다.

(아우구스타 거리는 보통 아우구스타 아치부터 호시오 광장까지를 말한다.)


이 거리의 중간에는 노상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사이에 두고 양 쪽으로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 다닌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만큼 풍경은 다채롭다.

가게를 구경하고, 가운데서 식사하는 사람을 구경하고,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느려진다.


에그타르트집, 소품 가게, 식당들. 걸으며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10분 거리지만, 아무도 10분 만에 걷지 않는다.

우리도 두 시간 가까이 걸었던 것 같다. 이 거리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오로지 사람으로 북적이고, 그래서 생기가 넘친다.



리스본은 노랑의 도시다.

건물도 노랑, 트램도 노랑, 기분도 노랑노랑 해진다.

건물의 노란빛이 대서양의 햇살을 받아 더 찬란하게 빛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이 거리엔 차가 다니지 않는다.

리스본은 타일의 도시다.

바닥마저 수많은 반짝이는 타일이 수 놓여 있다.

그냥 타일이 아니라, 문양까지 곱게 새겼다. 이 도시는 도시 미관에 진심이다.


다만 비가 올 땐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타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라는 안내문조차 없다.

여러모로 확실히 낭만의 도시다.


그저 낭만을 위해 약간의 위험쯤은 감수한다.

마치 포르투의 아찔한 다리 위를 트램과 관광객들이 함께 걷는 낭만과 비슷하다.

아름다움을 위해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한다.


아, 타일이 깨지면, 비슷한 돌을 쪼개 끼운다. 딱 맞게, 티 나지 않게.

언제 깼었냐는 듯이 말이다.


아우구스타 아치는 또다른 바깥으로 나가는 문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떠오른다.)


이미 나는 밖에 나와있지만, 이 아치를 통과하면 또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 같다.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인셉션 같다.


그늘진 골목을 지나 아치를 통과하면 햇살 가득한 코메르시우 광장이 펼쳐진다.


아치 하나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전환,

아치 시설물 하나로 도시에서의 경험이 더 극적이게 느껴진다.


거꾸로 광장에서 아치를 바라보면,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보인다.


좌우 대칭, 중앙 큰 아치, 그리고 옆으로 쭉 이어지는 작은 아치들.

그 위의 조각과 섬세한 문양이 가득하다.


이 도시는 도시의 문에 힘을 쏟았다.

오래된 부잣집의 대문처럼, 웅장하고 화려하다.

거꾸로 광장 쪽에서 바라보면, 도시 내부로 들어가는 문 같다.
아치 위의 조각과 문양도 화려하다. 부잣집 대문같다.

이 아치는 좌 우로 길게 광장을 감싸며 이어진다.


이 아치 아래는 식당의 천장이 되고 사람들의 보행로가 된다.

넓고 밝은 광장에는 햇살과 광장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이 가득 차있다.


시원하고 아늑한 아치 아래에는 잠시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즐거워하는 광장 속 사람들을 보며 또다시 행복해진다.


즐거워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 극적인 대비가 이 도시의 매력이다.

하늘은 파랗고, 광장은 탁 트였다.

도시 속에서 잠깐 숨 쉴 수 있는 곳. 그게 광장의 역할 아닐까.

자 이제 리스본의 문을 나왔다. 이제, 어디로 가볼까?

리스본 여행, 이제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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