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포르쿠갈의 시작
대항해시대는 포르투갈에서 시작됐고,
그 출항의 상징은 리스본 벨렝 지구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지만,
15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은 모든 길을 바다로 냈다.
그 출발선이 바로 여기, 벨렝이다.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발견기념탑(Padrão dos Descobrimentos).
탑보다 먼저 바닥부터 보게 된다.
대리석 바닥에 세계지도가 새겨져 있다.
포르투갈이 도착한 나라들.
브라질, 인도, 일본, 그리고 한국.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나라다.
탑 벽에는 인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바스쿠 다 가마, 마젤란, 엔히크 왕자.
대항해 시대의 주역들이다.
세계로 나아가 깃발 꽂고, 포 쏘고, 무역로 만들고,
어쨌든 세계를 바꾼 사람들이다.
물론 바스쿠 다 가마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인도를 향한 첫 항해는 무역의 문을 열었지만,
폭력과 강압의 역사도 함께 열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생각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건, 그 자체로 박수받을 일이다.
누군가는 발을 내디뎌야 그 뒤에 길이 생긴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그 자부심을 이 강변에 고이 새겨뒀다.
이 탑은 그냥 돌덩어리가 아니다.
바다로 나간 나라의 자화상이다.
다음 목적지는 벨렝탑.
지도로 보면 금방일 것 같지만,
걷다 보면 햇살에 다리가 슬슬 녹기 시작한다.
그래서 근처에 세워진 전동킥보드를 하나 빌렸다.
대항해는 배로 했지만, 나는 킥보드로 한다.
포르투갈 땅 위의 가장 귀여운 항해.
조금 달리니 탑이 보인다.
작고 아담한 벨렝탑.
거센 파도와 해적을 막으라고 지은 건데,
지금은 인스타 감성만 가볍게 막아준다.
이곳은 대항해시대의 해상 관문이었다.
탑 안에서 출항하는 배를 감시했고,
귀환하는 배를 맞이했다.
또, 바다로 뻗어나간 제국의 문지기였다.
그 시대 포르투갈은 바다에서 위엄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이 탑은 단순한 군사 요새를 넘어,
국가의 힘과 자부심을 과시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벨렝은 포르투갈의 과거가 바다로 떠난 자리였고,
오늘의 나는 그 해안선 끝에 잠시 멈춰 선 여행자였다.
벨렝지구는 지도로 보면 작지만,
사실은 엄청 크다는 사실을
여기 직접 와보고 나서야 믿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버를 불러 다시 숙소로 향했다.
리스본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지만,
여행 중에 또 다른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