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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Oct 27. 2024

명상1 #도대체명상이뭐야?

호흡 명상 1편


 내가 일을 그만둔 가장 큰 계기는 병명이 없는 병 때문이야. 몇 달 동안 감기몸살이 떨어지지 않았고, 코피가 수시로 흘렀지. 정말 이대로 죽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컸어. 그런데 의사들은 진단을 해도 나오지 않는 병을 너무도 간단하게 딱 한마디로 정의하지.


"스트레스!!!" 


 그리고 숙면과 충분한 휴식, 적당한 운공과 몸에 좋은 음식을 권유해. 근데 그게 정말 쉽지 않지. 우리가 벌어들이는 돈은 대부분 스트레스를 영양분으로 삼잖아. 일을 그만두고 가장 처음으로 진지하게 도전한 취미가 명상이야. 워낙 소심한 성격 탓에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방법은 없으니, 그렇다면 전면전으로 붙어보자고 생각했지.


 내가 명상이란 걸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때야. 1학년 때 윤리 선생님이 명상 동아리의 회원을 모집했어. 상당히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아마도 '단전 호흡'을 언급했던 거 같고, 철없는 남자 고등학생들을 꼬시기 위한 전략으로 아주 그럴듯하게 들리는 특별한 효과에 대해 얘기를 했던 거 같아. 


 난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신청을 안 했는데, 선생님의 얘기들이 머리 안에서 맴돌아 나중에 다시 찾아갔어. 선생님께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이유를 물어보더라. 그래서 “그냥 해보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더니 안 된대. 재미있을 거 같았는데.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오는 학생은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거 같아.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는 너무나 쉽게 “네” 하고 돌아섰어. '그냥은 왜 안될까?' 의문은 있었지만, 그걸 물어보지는 못하고 포기했어.


 퇴사 후 명상에 대해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한 권의 책 때문이야. 책장 정리를 하는데 친구가 선물로 줬던 책이 눈에 들어오더라구. 『배꼽호흡 건강혁명』이란 제목의 책이었어. 예전에 대충 훑어보고 넣어두었는데, 느닷없는 호기심으로 순식간에 다 읽었어. 명상으로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그의 이야기가 마치 무협지와 다를 바 없더라구.


 이 책의 저자 박희선 박사는 금속공학자인 서울대 교수로 50세에 일본에서 배운 참선으로 명상을 시작했어. 그는 1년 동안의 꾸준한 참선으로 고혈압, 당뇨, 축농증 등이 사라져 건강을 되찾고, 나중에는 장기간의 수련으로 초능력에 가까운 신체 능력을 보여주기도 해. 그는 3.14로 시작하는 원주율을 1,000자리 외워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고, 76세에 히말라야 메라봉(6,654m)과 82세에 킬리만자로(5895m)를 무산소 등정에 성공하고, 84세에는 에베레스트산에서 열린 고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어. 노년의 투혼은 최고령 등반으로 기네스북에도 이름이 올렸어. 그 후로 국내에서 화제의 인물이 되었는데, 그는 모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능력은 모두 호흡 명상 때문이라고 말했어. 이런 극적인 일화들은 나를 충동적으로 사로잡기에 충분했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데, 거기에 뭔가 특수한(?) 능력까지 덤으로 생긴다면 일석이조라 생각했지.


 무엇보다 박희선 박사가 명명한 "생활 참선"이라는 호흡 명상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방법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여 손해 볼 게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야. 요가처럼 어려운 동작도 없고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면 된다는데 '이거 완전 거저먹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 복식호흡을 하면 몸에도 좋다는데, 억지로 참는 숨이 없으니 부작용도 없겠다 싶었어.


 이제 중년으로 들어서면서 건강에 관련된 관심이 부쩍 늘어가던 찰나에 참으로 알맞은 선택 같았지. 평상시에 잡생각이 많고 집중력이 약한 편인데 이런 부분도 명상으로 개선된다면 좋겠다는 욕심도 한몫했지. 그래서 그 책을 다 읽고, 그분의 다른 책들도 몇 권 더 섭렵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호흡 명상을 시작했어.


 자, 그런데 나의 도전기를 떠벌리기 전에 우선 명상이 뭔지는 알고 넘어가야 할 거 같아.


"도대체 명상이 뭐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명상을 ‘고요히 눈을 감고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라고 적어놨어. 한자로 명상은 어두울 명(冥) 혹은 눈 감을 명(瞑)에 생각 사(想)를 붙여서 써. 하나의 단어에 두 가지 한자 '명'을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쓴다는 것 자체가 어째 명확한 정의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야. 그럼 눈 감고 뭘 생각하면 다 명상이라는 건가? 그건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걸. 


 명상만큼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반영된 단어도 흔치 않아. 누구나 명상이라는 단어는 들어봤지만, 그게 정확히 뭐냐고 물으면 혹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물으면 아마 각기 다른 수많은 답이 나올 거야. 책이나 영화에서 본 간접적 경험과 종교나 학원 등에서의 체험이 수많은 명상의 독자적 정의를 생산하지 않을까? 그만큼 단순하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지. 정의만큼이나 목적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으니까. 


 누구는 명상을 내면의 평화나 자아의 탐구라고 하고, 다른 이들은 깨달음과 영적 성장이라고 말하고, 또 심신의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 혹은 현재를 인식하는 기법이라고도 해. 이외에도 많은데 그 다양한 명상의 정의들에서 교잡합만을 뽑아 아주 간단하게 정의하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고요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지. 집중력을 끌어내는 도구는 생각이 될 수도 있고, 호흡이 될 수도 있고, 자세가 될 수도 있고, 감각이 될 수도 있어. 나는 명상이 육체와 정신을 최대한 이완시켜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활동이라고 생각해.


 불교의 참선 그리고 중국의 기공, 인도의 요가나 우리나라의 단전 호흡 그리고 서양에서 유행하는 마인드풀니스 등이 모두 갈래는 다르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크게 차이가 없어. 모두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위한 모험이지. 대신 불치병을 고쳐준다든가, 신비한 능력이 생기게 도와준다든가 하는 비상식적인 것은 가급적 배제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고 돈도 빼앗기지 않아.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은 나에게 명확한 이유가 없으면 명상 동아리에 가입할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때는 몰랐지. 사회 경험이 없었고 어렸으니까. 그런데 중년이 되도록 살아보니까 무슨 일을 벌이거나 참가할 때 꼭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획이나 다짐 혹은 계산적인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더라구. 그냥 시작해도 과정을 즐기게 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또 큰 성과를 얻지 못하면 어때. 과정을 충분히 즐겼다면 그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잖아. 


 내가 선택한 모든 길은 대부분 호기심이 발동해 '일단 한번 해보자!'로 시작했거든. 그렇게 시작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어. 내가 좋아하는 오토바이를 직업으로 결정한 것도, 일을 그만두고 작가가 된 것도, 그 밖에 명상을 비롯한 모든 취미도. 해볼 수 있는 만큼 하다가 정 안 맞으면 다른 길로 가면 되고, 궁합이 잘 맞는다 싶으면 꾸준히 하는 거야. 그러면 그 안에서 늘 배우는 게 생기더라구.


 난 명상도 그렇게 시작했어. 


"오늘부터 하루에 20분씩 한번 해보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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