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명상 2편
명상의 역사는 인도의 불교나 요가로 추정하면 대략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의 아시아에서 수행자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명상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종교나 전통 수행법의 차원을 넘어서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했어. 신비한 관점으로만 바라보던 명상은 과학적 실험으로 효과에 대한 베일이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지.
하버드 의대에서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주간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뇌의 회색질 밀도가 증가하여 자기 통제력, 감정 조절, 의사결정 능력이 높아지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어. UCLA가 2015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장기적인 명상 수행자들의 뇌가 더 젊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지. 알츠하이머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얘기야. 또 명상이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우울증이나 불안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적인 수준의 얘기지.
즉 명상은 몸과 마음의 이완과 안정으로 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 DHEAs와 신경전달물질을 세로토닌 등을 활성화시키는 거야. 한마디로 집중력을 높여주고 불안을 잠재우는 도구라는 뜻이지. 마이클 조던을 비롯하여 빌 게이츠, 레이디 가가 같은 서양의 유명 인사들이 명상을 한다는 해외 토픽을 가끔 보게 되는데 아마 이런 실험적 연구 결과들도 큰 작용을 했을 거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투자할 리 없잖아. 우리도 마찬가지지, 안 그래?
2018년 12월 20일, 난 집에서 20분 동안 반가부좌로 앉아서 호흡명상을 시작했어. 방법은 정말 간단해.
1. 엉덩이를 높여줄 방석을 깔고 앉아 가부좌를 한다.(가부좌가 힘들면 양반다리로)
2. 등과 허리를 바로 세우고 턱을 당기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3. 숨이 배꼽으로 나가고 들어온다고 의식을 집중한다.(코가 배꼽에 있다는 상상으로)
4. 집중이 안 되거나 잡생각이 나면 호흡에 숫자를 붙여 센다.(내쉬는 숨 먼저 길게, 들이쉬는 숨은 짧게 하되, 절대 억지로 숨 쉬지 않고, 중간에 멈추지도 않아)
이게 다야. 누구나 집에서 책을 보고 따라 할 만한 수준이었지. 그런데 참 만만하지 않았어.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두 발을 허벅지 위에 올리는 결가부좌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안되더라구. 무릎의 통증 때문이었어. 억지로 다리를 접어도 2초를 견디지 못하고 “아!” 소리를 내뱉으며 풀어버렸지. 마치 뜨거운 불에 무릎이 닿은 것 같더라구. 한쪽 발만 허벅지에 올리는 반가부좌를 시도했는데도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양반다리로 자세를 고쳐 잡았어. 처음 만나는 생활참선은 명상이라기보다는 인내심 테스트였어. 20분이라는 시간은 호흡의 집중이 아니라 무릎의 고통을 견디는 시간이었지. 얼굴로 머리에서 솟은 땀이 줄줄 흘렀어. 고통을 뚫고 온갖 잡생각은 왜 이렇게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지. 처음에는 ‘내가 지금 왜 이런 고통을 사서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어. 그런데 묘한 승부욕이 발동했어. 20분의 고통도 못 견딘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더라구. 겨우겨우 목표로 했던 20분을 견뎠어. 시계의 알람 소리가 천국의 벨소리 같더라.
일주일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단전(아랫배)에 기운이 모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단전에 야구공 만한 탱탱한 풍선이 들어 있는 것 같았어. 그때 '뭔가 몸에서 반응이 오는구나. 이거 계속해봐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배워서 하고 싶었어. 그래서 생활 참선을 만든 저자를 찾아가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이미 돌아가셨더라구. 난감했어. 다행히 그분의 제자가 운영하는 동호회가 있어서 찾아갔지. 그 동호회는 오로지 명상을 위한 모임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1박 2일 동안 명상을 하더라구. 어떤 경조사도 챙기지 않고, 친분을 위한 모임도 없는 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어. 거기에 가입하여 회장님과 대화하며 책에는 답이 나오지 않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어. 중간에 흔들릴 때도 있었는데, 그 모임이 용기를 북돋는 동기가 되었어. 그렇게 조금씩 호흡 명상의 맛을 알아갔어.
그리고 1년이 흘렀어. 가족 여행과 지인과의 술자리 등으로 며칠을 빼먹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당해 갈비뼈가 금이 가서 잠시 쉬기도 했지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면 꾸준히 명상의 끈을 잡고 놓지 않았어. 의지력이 약하고 게으른 편인 내가 1년 동안 명상을 고집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명상의 효과를 체험했기 때문이야.
명상을 하고 난 뒤 첫 번째 효과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편했던 가슴의 자극이 사라졌다는 점이야. 하수도가 꽉 막힌 듯 기분 나쁜 기운(혹은 느낌?)이 가슴에 얹혀 있었거든. 그 대신 단전에 에너지(혹은 기?)가 모이는 느낌이 생겼지. 이게 정확히 어떤 신체적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에너지 혹은 기라는 말로 밖에 설명을 못하겠어. 스타워즈에서 말하는 포스일 수도 있고, 무협지에 나오는 내공일 수도 있을라나.
암튼, 난 수십 년간 피우던 담배도 완전히 끊었어. 잠깐씩 끊은 적은 있었지만, 술만 마시면 한 번에 한 갑도 피울 정도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생각이 안 날 정도야. 그리고 제일 신기했던 건 감기에 안 걸리는 거야. 큰 애가 어린이집에서 자주 감기를 집으로 옮겨왔거든. 콧물이나 기침이 시작되면 며칠 내로 곧 아내와 나도 그 증상에 시달렸지.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만 감기에 안 걸리더라구.
내가 1년 동안의 명상으로 경험한 효과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 명상이 유용하다고 판단되었어. 무엇보다 내가 느끼는 즉각적인 명상의 효과는 차분함이야. 들뜨거나 흥분이 된 상태를 잠깐의 호흡과 집중만으로도 차분하게 가라앉히더라구. 이처럼 실생활에서 명상의 효과를 분명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했지. 조금씩 시간을 늘려서, 아침저녁으로 30분씩 꾸준히 하면서 익숙해지니까 나중에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명상하는 자세를 잡거나 호흡에 집중만 해도 마음이 편한해지더라구. 그리고 입 안에서 침도 많이 나와.
명상의 최고 장점은 제약이 없다는 거야. 우선 돈이 안 들어. 방법만 알면 평생 무료에다가 준비물도 없고, 사람 한 명 앉을만한 공간만 있으면 돼.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무료로 배울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땡전 한 푼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취미지. 그리고 날씨나 시간 같은 환경에서도 자유로워.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은 기후에 따라서 조건이 달라지지만, 명상은 방석 하나 놓을 자리만 있으면 돼. 방석이 없으면 베개로 하면 되고. 호흡에 집중하는데 익숙해지면 서서도 할 수 있고, 걸으면서도 할 수 있어. 배꼽에 집중하고 호흡을 바라보면 바로 명상 모드로 들어가더라구. 그래서 평생의 벗으로 삼기로 했지. 나랑 궁합이 잘 맞는 녀석을 찾은 셈이니.
돈도 안 들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