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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Oct 27. 2024

명상 4-1 #아작난무릎,답이없는병은영혼을갉아먹더라

호흡 명상 4-1편

 생활 참선으로 호흡 명상을 시작하고 1년 동안 꾸준히 했어.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맛보았기에 다음 해에도 계속 이어갔지. 그런데 8월에 큰 문제가 발생했어. 내 무릎 안에 연골이 파열된 거야. 세상에나, 건강을 위해 시작한 명상이 나의 무릎을 아작 내다니.


 명상으로 금연은 완전히 성공했고, 몇몇 안 좋은 습관을 떼어 버렸어. 순수한 삶을 지향한다는 자신감이 충만했지. 양반다리로 시작해서 반가부좌를 거쳐 결가부좌에 익숙해지면서 팽팽하고 단단하게 하체를 고정하는 참선의 맛도 조금씩 알게 되었지. 아침저녁에는 규칙적으로, 오후에도 틈이 나면 생활참선에 빠졌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호흡을 하면서 날숨과 들숨에 숫자를 붙여서 세는 수식관을 이용했는데, 운전을 할 때나 신호등에 서 있을 때에 호흡에 맞춰 저절로 숫자를 세는 습관이 붙을 정도였어. 


그런데 생활참선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사실 찜찜한 신체 반응이 있었어. 40살이 넘도록 가부좌를 안 해봤기 때문에 무릎이 아픈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유난히 왼쪽 무릎 통증이 심했어. 결가부좌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누적되는 통증이  커졌어. 보통 결가부좌를 풀고 10 ~ 20분 정도 지나면 통증이나 저린 증상이 사라져야 하는데, 왼쪽 무릎은 계속 아팠어. 


 장기간 지속되는 찜찜함에 세심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왼쪽 다리 길이가 오른쪽보다 짧아서 생긴 통증이라고만 생각했어. '꾸준히 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안일한 태도로 계속했지. 한번은 결가부좌를 하는데 무릎에서 두두둑 소리가 났어. 통증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 근데 다른 운동을 하면서 통증이 생기더니 점점 심해지더라구. 걸을 때도 지속되는 통증이 심상치 않아서 병원을 찾았어. 2020년 8월, MRI 검사로 왼쪽 무릎의 연골이 찢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

 

 정식 병명은 '반월상 연골의 파열'이야. 병원에서 MRI 사진 보고 설명 들을 때까지 사람 몸에 그런 연골이 있는 줄도 몰랐어. 반월상 연골은 허벅지뼈에 해당하는 대퇴골과 정강이뼈인 경골 사이에 있어. 무릎 안쪽에서 커다란 다리의 두 뼈 사이에 위치하면서 몸의 충격을 완충시켜 주는 연골이야. 이 연골 파열의 최대 단점은 완전한 치료가 어렵다는 거야. 


이럴 수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을 얻다니. 그것도 건강하게 살기 위한 명상을 하다가.


반월상 연골의 파열은 찢어진 곳이 피가 통하는 부위면 봉합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치료가 안돼. 그저 찢어진 부위를 깔끔하게 잘라내는 수준의 시술이 전부야. 의사들은 내 부위가 중증 이상으로 보이는데, 확실한 것은 속을 봐야 알고, 만약 봉합을 하더라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어.





 혹시 다른 치료 방법이 있을까, 오진이 아닐까 싶어서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어. 동네 정형외과를 시작으로 대학 병원,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다닌다는 병원까지 찾아갔는데, 신기하게도 만나는 의사마다 견해가 달랐어. 만약 만난 의사들이 모두 같은 처방을 내렸으면 의심의 여지가 없었을 텐데, 5명이 모두 다른 소리를 하니 꽤 난감하더라.


 반원상 연골의 파열은 기본적으로 찢어진 부위를 잘라내는 게 1차 치료이고, 봉합이 가능하면 시술로 꿰매는 게 2차 치료, 그리고 방법이 없을 때는 이식 수술을 한대. 1차 치료의 경우, 뜯어낸 부위가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무릎 주변의 다른 연골들이 쉽게 닳아서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온대. 또 너덜거리는 찢어진 연골을 빼내지 않으면 다른 연골들을 자극해서 마찬가지로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온대. 이러나저러나 다른 사람보다 관절염이 빨리 생기고 다른 고통에 시달릴 예정이라는 뜻이지. 


 처음처럼 되돌릴 수 있는 완벽한 치료는 이식 수술이야. 이식 수술은 외국에서 연골을 수입해 통째로 교체하는 방법인데, 이것도 기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 이식 수술을 예약해도 언제 (사체에서 뺀) 연골이 수입될지 미지수고, 이식을 한다고 해도 성공확률이 높지 않대. 그때는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라 반월상 연골 같은 건 아무도 관심을 쓰지 않았지. 오로지 나에게만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어. 


결국 제대로 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해 불규칙한 무릎 통증이 일상생활을 지배하게 되었어. 각기 다른 치료를 제시하던 의사들의 마지막 조언은 모두 한결같았어.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들으면 절대 안 돼요." 만약 의사들의 말을 충실히 듣는다면, 난 사랑하는 아이들과 뛰어놀 수 없는 신세가 된 거지. 아장아장 걷는 둘째 아이를 안거나 업어주는 것도 못하고,  첫째 아이와 함께 공을 차거나 자전거를 가르쳐 줄 수도 없는 아빠가 됐어. 


 여러 병원 돌아다니며 일치하지 않는 처방에 의사들과 의학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어. 모두 자기가 아는 의학 지식을 전달해 주었는데, 똑같이 말하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긴박한 내 처지에서는 앞이 캄캄해서 그런지 용납이 안되더라. 피곤에 지친 영업사원처럼 느껴지는 상담에 짜증도 났어. 물론 다 그랬던 건 아니야.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다른 동네의 의사는 '치료 방법은 없다'라고 솔직하게 말해줬어. 그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하체의 근육을 키워 통증을 줄이고, 나중에 걷다가 주저앉거나 고통이 극에 달할 때 수술을 하라고 조언해 줬어.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꽤 큰 상실감에 빠졌어. 무릎 약한 건 잘 알고 있었거든. 평소에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할 때에도, 30대에 마라톤 풀코스를 도전하면서도 관절 스트레칭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 가부좌를 할 때도 스트레칭에 특별히 신경 썼고. 무릎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동네 뒷산 산책도 꾸준히 했고, 2~3일에 한 번씩 스쾃이나 레그프레스, 레그컬 같은 운동도 했어. 무릎에 신경을 쓴다고 했는데도 참담한 결과가 나와서 상실감이 더 컸어.


 한동안 끊었던 술에도 손을 대는 횟수가 늘어가니 좌절감과 허무함, 우울증도 찾아왔어. 다리가 아프니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신체적 제약이 생기니까 인생 다 산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어. 거기에 코로나라는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까지 합세하여 내 영혼을 갉아먹었어. 통증이 심할 때는 5분을 걷기도 힘들었어.


무릎의 고통과 심리적 불안감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렸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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