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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쓰홀릭 Sep 06. 2024

입학과 졸업 사이 그 어디쯤 ‘비교체험 극과 극’

Intro


  다양한 직업에 대한 고민 없이 일찍부터 초등교사가 –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 - 되기로 마음먹고 지체 없이 ‘덜컥’ 초등학교 교실에 던져진 지도 어느덧 18년이 흘렀다.




  만 22세의 나이에 3월 1일 자로 발령받은 첫 부임지에서 띠동갑이었던 5학년 아이들의 담임이 되었을 때 느꼈던 막중한 책임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50여 개의 눈동자가 나만 바라보는데 정작 나는 우유를 몇 교시에 먹는지, 우유통은 어디다 내는지, 컴퓨터 비번은 무엇인지, TV는 어떻게 켜서 개학식을 보여줘야 하는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풋내기였다. 오히려 그 학교를 5년째 다니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다행히 5학년은 정말로 그 학교에 대해 아는 게 많아서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그런 면에서 5학년은 신규가 맡기에 적합한 학년이었달까? 저학년은 자기들도 몰라 알려주지 못했을 것이고, 6학년은 어리벙벙한 신규를 간 보다가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기 일쑤였을 테니 말이다.

     

  당시만 해도 신규에게 1학년이나 6학년은 함부로 주지 않는다는 선배 교사들의 암묵적인 배려가 있었던 모양인지, 나는 두 번째 학교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원을 하고서야 처음 6학년 담임을 해보았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결혼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고서 처음 1학년 담임을 맡아본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1학년과 6학년은 서로 상반되는 이유로 많은 선생님들에게 기피 학년이기도 하고 선호 학년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선생님들은 1학년을 힘들어하시나요? 아니면 6학년을 힘들어하시나요?”하고 물어본다면 그건 무척이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이다. 그야말로 ‘케바케’, ‘사바사’이며 ‘개취’의 문제이다. 1학년은 한 번 하고 나면 2학년으로 올려 보낼 때의 보람됨과 그 ‘인간다워짐’에 마음을 빼앗겨 ‘한 번 더 1학년을 해볼까?’ 하는 마음을 먹게 되는 마성의 학년. 그래서 1학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선생님은 많지만 한 번만 해본 선생님은 많지 않다. 같은 이유로 나도 요 근래 2년 반을 1학년 담임에 머물렀다. 노하우가 많이 쌓인 고경력 교사를 저학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꼬물꼬물 아가들을 요리조리 주무르고 홀려서 글씨도 쓸 줄 알고 밥도 골고루 제시간에 먹을 수 있게 만들어서 올려 보내는 재미가 꽤 크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화장실도 가기 힘들 정도로 극한직업이지만 수업이 일찍 끝난다는 것도 큰 메리트이다.


  6학년은 딱 봐도 느껴지는 사춘기 다크 포스와 수업이 늦게 끝난다는 점 때문에 ‘대놓고 사랑스러운’ 학년은 아니다. 다른 학년에는 없는 졸업앨범, 수학여행, 중입 배정과 졸업식 등 특유의 굵직굵직한 업무들이 6학년을 피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학교 내부에는 다양한 유인책들이 등장했는데, 가장 많은 교과수업시수(비담임교사가 맡는 수업 시수)를 지원해 준다던가 근무지 내에서 6학년을 한 번만 하면 다시 안 할 수 있도록 점수제를 만든다던가 성과급 등을 잘 받게 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1학년이나 6학년은 안 하는 게 상책이기 때문에 특별히 뜻하는 바가 있는 게 아니라면 많은 선생님들은 2~5학년 사이를 선호하는 편이다.




  작년까지. 아니 정확하게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꼬물꼬물 1학년 담임이었던 나는 학교 내부에서의 다양한 사정으로 인해 3월 1일부터 6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통상 학교를 처음 옮기면 눈 딱 감고 6학년부터 한 다음 한 학년씩 내려가는 것이 안전하다. 그렇게 하면 해가 바뀌어도 학생들의 성장 편차가 크지 않고 같은 학생을 연달아 두 번 담임으로 만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나는 어쩌다 보니 그 반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오며 가며 나를 조금이라도 아는 많은 분들이 – 청소 여사님과 식당 조리종사원 분들까지도 – 위로 섞인 인사를 건네신다.


  초등학교는 총 여섯 개의 학년이 있는 데다가 어린이들의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사실 두 해 연속 같은 학년을 맡더라도 두 학급 사이에는 약 2년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예를 들어 3학년 담임을 하는 막바지 2월에는 거의 4학년이 다 되어가는 아이들을 다루다가 몇 주 뒤 3월에 다시 한번 더 3학년을 만나도 그 아이들은 거의 2학년에 가까운 아이들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나처럼 1학년을 하다가 6학년으로 껑충 뛰어 올라간 불운(?)의 교사들에게는 동료들의 위로와 염려가 뒤따라오는 것이다.

     



  1학년은 1학기가 ‘찐’이고 2학기는 상대적으로 ‘꿀’이다. 6학년은 정반대! 비교적 빠릿빠릿한 1학기는 ‘꿀’이고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2학기가 ‘찐’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나는 6학년 아이들에게서 미운 점보다는 예쁘고 귀여운 점을 더 많이 발견해 내는 중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다른 1학년과 6학년. 요즈음 뭘 할 때마다 속으로 ‘1학년은 이랬는데 6학년은 다르네’ 하고 비교하기 바쁘다. 누군가에게는 다 아는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학교 밖에서 바라보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옮겨보려고 한다.


  “선땡님, 선땡님!!” 하고 짹짹이며 꼬물거리던 1학년의 추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아직은’ 귀여운 6학년 아이들이 돌변하기 전에 다급하게 시작하는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시선으로 기록해 보는 ‘비교 관찰 보고서’이자
‘어느 중견 교사의 은밀한 교단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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