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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쓰홀릭 Nov 17. 2024

모둠학습(1)

게임 활동 편


  “선생님, 저는 얘랑 하기 싫은데요!
앞뒤로 하면 안 되나요?
 친한 친구랑 하면 안 되나요?”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코로나 때 책상에 가림판을 설치하고, 짝이라는 개념 없이 각자 뚝 떨어져 앉아 지낸 후로는 지금 교실에서도 책상 사이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짝과 함께 / 모둠별로 함께 하라는 활동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1학년 아이들은 동성의 짝을 대놓고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녀가 줄을 선다거나 짝을 지어서 활동할 때는 투덜거리고 어쩌다 동성끼리 활동하는 게 생기면 “야호!”하고 환호한다. 하지만 함께 손을 잡고 전통무용을 배우거나 손뼉을 마주칠 일이 있을 때에는 막상 별다른 거부감 없이 즐겁게 손 잡고 참여하는 모습이 귀엽다.


  6학년은 남녀가 앉거나 줄 서는 것에 대한 불만은 따로 표현하지 않지만, 특별히 외부 강사 시간에 둥글게 서서 손을 잡는다거나 하면 절대로 잡지 않는다. 특히 남학생들은 동성끼리도 머쓱하게 잠깐 잡는 정도인데 이성 간에는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손을 잡지 않아도 강요하지는 않고 넘어가거나, 강사님들이 남녀 사이에 연결고리처럼 끼어서 진행하기도 한다.     


  모둠별 협동 게임

  1학년은 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재미있는 주사위 놀이나 말판 게임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입이 삐죽 나오고 눈물이 차오르고 엎드려 우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또 마냥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과 하라고 하기도 어렵다. 게임 파트너가 정해지지 않고 자유롭게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내성적인 아이들은 엉덩이 무겁게 자리에 앉아서 누구에게 먼저 하자는 말을 잘 못 건네는 경우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반 전체가 홀수이거나, 많은 친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 대체로 학습면에서 부진하거나 행동이 거친 – 아이가 있을 경우는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교사가 직접 게임판에 뛰어들기도 한다. 설명 만으로는 게임의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순회하며 “자, 지금부터야. 안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하며 흥을 돋워주기도 한다. 교실 한 바퀴를 다 돌기도 전에 먼저 끝낸 아이, 승부가 갈려서 울고 웃는 아이, 좀 전까지 이해한 것 같았는데 사실 게임 방식을 전혀 모르는 아이 등등이 우르르 일어나 교사를 쫓아다니며 악다구니를 쓰기도 한다. 그래서 ‘게임’이 들어있는 형태의 수업은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는데, 자꾸 하다 보면 시장통처럼 시끄러운 분위기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애플워치가 붕붕 울려서 보면, ‘청력을 상실할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벗어나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는 실제로 많은 1학년 담임이 경험한다.


소음공해 경고알람


  6학년은 그동안 단련을 잘 시켜와서인지, 짝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모둠에 방해되는 ‘X맨’ 같은 아이가 있어도 별다른 감정을 싣지 않고 그럭저럭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학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한 달만 잘 지나가면 된다.’ ‘어차피 한 번은 겪을 일이었다.’는 마음으로 뾰족한 행동 하지 말고 잘 지내보자고 다독이면 알아듣는 눈치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책상을 조금 더 띄어 놓는다거나, 모둠별로 의논해야 하는 활동에서 이른바 ‘느린 아이’를 배려해 주지 않고 배제시키는 일도 은근히 발생한다. 6학년쯤 되면 단순한 게임보다도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토론하기’ ‘글쓴이에게 질문 만들고 답하기’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 문제를 풀어서 땅따먹기’ 등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활동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6학년 수학 게임

  그래서 특히 수학의 경우는, 주사위는 굴렸지만 수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이상 게임이 진행되지 않아 성적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해야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다.

  시행착오 끝에 내가 떠올린 묘책은 이러하다. 먼저 수학익힘책을 풀어서 가지고 나오게 하고 – 먼저 푸는 순으로 줄을 서게 된다 – 직접 채점을 해 준 다음 둘씩 짝을 지워 게임을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수학 머리가 잘 돌아가는 아이들끼리는 게임을 두세 판도 더 즐길 수 있고, 나중에 나오는 아이들은 틀린 문제를 해결한 다음 비슷하게 느린 아이들끼리 한 판 정도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안타깝게도 둘 다 정답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하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도 수학익힘책을 붙들고 있는 아이는 쉬는 시간에 내가 가서 게임을 하자고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선생님과 수학 게임을 하는 것’보다 ‘쉬는 시간을 즐기는 것’을 선택한다.      


  모둠별 활동은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학년이 될수록 학습과제를 수행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데 협동해서 과제를 해나가는 모습은 어떤지 다음 편에서 살펴보자.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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