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 사건에서 증거능력 인정 판결
2024년 12월 24일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및 불법 촬영물 소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USB 저장 데이터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2023도3626). 이번 판결은 복제된 전자정보의 임의제출 및 압수수색 절차에서 실질적 피압수자의 참여권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향후 디지털 증거 수집 절차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중요한 판례로 평가된다.
사건 개요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신체 부위를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해당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된 피고인의 USB(이하 ‘원본 USB’)에서 일부 데이터가 복제되어 피해자들이 관리하는 다른 USB에 저장되었고, 피해자들은 이를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원심은 피해자들이 제출한 복제 전자정보를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를 파기했다.
복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인정 기준 전자정보가 원본에서 복제되어 제3자의 소유·관리하에 있다 하더라도, 해당 정보가 재화나 용역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가지지 않으므로 원본과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원본과 동일한 복제본이 적법하게 임의제출되었고,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적절하게 보장되었다면, 해당 전자정보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본 사안에서 피해자들이 경찰에 제출한 복제 USB는 피해자들이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였으므로, 제출 과정에서 별도의 절차 위반이 발생하지 않았다.
실질적 피압수자의 참여권 인정 여부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원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원본 USB가 수사기관에 임의제출되거나 압수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을 실질적 피압수자로 보아 참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복제 전자정보의 제출자는 피해자들이므로, 피해자들에게 형사소송법상 참여권을 보장한 이상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원심은 피해자들이 제출한 복제 전자정보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며, 이를 기초로 수집된 증거 역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복제된 정보가 원본과 동일한 특성을 가지며, 제출 과정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위법수집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제출한 USB에 저장된 증거는 적법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결론 및 의미
이번 판결은 디지털 증거 수집 과정에서 실질적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원본이 아닌 복제 전자정보가 제출된 경우에도, 해당 전자정보가 원본과 동일한 특성을 가지며, 임의제출 과정이 적법했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는 향후 디지털 증거 수집 및 제출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