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편지>, 조현아, 손봄북스
#편지 #웹툰 #왕따 #학교 폭력 #치유
#공감 #추리 #애니메이션 #성장 #행복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걸까? 책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만화는 재미는 있지만 유치하고. 그럼에도 좋은 책들도 있고, 좋은 만화들도 있다. 좋다는 기준도 제각각일 것이다. 코믹한 웃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화려한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분명, 이 만화는 어찌 보면 잔잔하다. 큰 웃음도 화려한 연출도 없다. 그런데도 이 만화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마음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만화 중의 하나다. 그냥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해진다. 그러다 보니 자꾸 읽게 된다. 보고 또 보는 만화. 이런 게 좋은 만화가 아닐까?
대부분의 만화는 한 번 보고 다시 읽지 않게 된다.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신선함도 없고, 별로 기대감도 없다. 그런데, 가끔 읽고 또 읽는 만화들도 있다. 나는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대원아이씨)가 그랬다. 나는 <슬램덩크 완전판 프리미엄 세트>를 구매해서 보고 있다. 보고 또 봐도 볼 때마다 새로웠다. 내가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이 만화도 볼 때마다 새로웠다. 어떤 때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이들에게 ‘나도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기도 했고, 어떤 때는 편지 한 장의 추억을 찾아 내 보물 상자 속에서 오래된 편지들을 꺼내 읽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도 한 번 편지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편지함이 의미가 없어졌다. 편지함에 편지가 없다. 각종 고지서도 이제 인터넷으로 처리가 가능하니, 정말이지 이제 편지함이 필요할까 싶어질 정도로 그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다. 아마 조만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이미 사라진 집들도 많을 테지만, 그래도 편지는 매력이 있다.
이 만화를 읽으며 오래전에 받았던 편지들을 꺼내 보았다. 연애할 때 서로에게 주고받았던 연애편지들, 제자들에게 받았던 편지들, 친구들에게 받았던 편지들.... 그 편지들을 보면 편지를 써 주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너무 빨리 살아간다. 카톡만 해도 바로 답장이 온다. 재미가 없다. 적어도 편지는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시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카톡은 즉각 답장을 하니 길게 쓰지 않는다. 아주 간단하게 쓴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공지 사항을 보내면, 바로 답장이 온다. 한 글자. 넵. 너무 비인간적이다. 하지만, 편지는 그렇지 않다. 편지는 상대방을 생각하고 공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공들여 쓴 편지를 상대방이 읽을 때의 반응을 기대하며 쓴다. 큰 반응을 기대한다면 그만큼 더 공을 들인다. 편지를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경건한 마음으로 그 편지를 기다리기도 하고,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편지를 받으며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인간적이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여유 없는 기계적인 삶에 촉촉한 단비와 같은 편지. 이런 편지의 매력에 푹 빠져본다.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상할 정도로 아이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 수업 내용을 모두 완벽하게 이해한 것일까? 그건 아닐 텐데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다. 왜일까? 아마 한 번쯤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요청했는데 아무도 하지 않았던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말문을 터라’).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나댄다고 싫어할까 봐, 그런 것도 모르냐고 무시당할까 봐...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왕따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튀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 만화에는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게 되어 더 힘들어진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따돌림당하는 친구를 위해 한마디 했다가 오히려 주인공이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할 거면서 괜히 말을 했다며 후회도 해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 본인 말고는. 철저하게 혼자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위험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말 한마디로 이런 고통 받을 것을 뻔히 알기에 아무도 말을 못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혐오 사회’라고들 한다. 남을 공격하지 않으며 내가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공격하며 자기편을 만들려고 한다.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일 것이다. 흑백논리로 내 편, 네 편을 나누기보다는 자기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것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용기를 낸 행동들이 더 힘들어지는 사회라면, 그 누구도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다. 아니,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면, 벌써 그 사회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작은 호의'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다. 괜히 휘말려봐야 나만 손해다. 그냥 잠깐 모르는 척하면 된다. 못 본 척하면 된다. 괜히 나섰다가는 나에게 칼을 겨눌 게 뻔하니까. 그들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이 만화에서는 작은 호의로 주인공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그걸로 충분하다. 책상 서랍 속의 '작은 편지 한 장'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도와주고, 새로운 장소로 안내한다. 이렇게 편지 한 장 한 장을 찾아다니며, 작은 호의가 언젠가는 반드시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어쩌면 10부작의 짧은, 단행본 1권으로 끝난 이 만화는 왕따라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건네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은 호의 하나가 사람을 만나 연대하고 위로를 받아 긍정의 에너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편지를 찾아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장면들은 미스테리하면서도 서정적이다. 누가 쓴 편지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다음 장소는 어디일까? 기대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절제된 파스텔 색조의 따뜻한 색감과 배경 묘사가 너무 아름답다. 학교 사회의 오랜 고민인 왕따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도 만화적 상상력을 이용해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잘 보여 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대부분의 학교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화들이 다소 뻔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어 작품성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의 성장을 보며 독자들도 한 층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극장용 애니메이션(2023년 개봉 예정)으로 제작 중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자, 우리도 고마운 이들에게 혹은 어려움에 있는 이들에게 편지를 한번 써 보자.
1. 아픔을 위로해주는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영화 <굿 윌 헌팅>, 구스 반 산트 감독, 맷 데이먼, 로빈 윌리엄스, 벤 애플렉 주연
유명한 대사 “It’s not your fault.(네 잘못이 아니야.)”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조금 오래된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름 아카데미 각본상,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작이다. 불운한 천재 이야기가 영웅의 서사로 이어지지 않고, 한 개인의 아픔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으로 전개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더 나아가 개인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확장해, 착했던 사람이 어떻게 나쁜 사람으로 변해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른의 자세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젊은이들을 어떻게 위로해주고 도와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들을 보여 주고 있다.
영화 <우리들>, 윤가은 감독, 최수인, 설혜인 주연
가끔은 기계를 전공한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이런 게 문제입니다. 정확하게 진단해낸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떤 때 착한 아이 같다가 어떨 땐 못된 짓도 하고. 영 알기가 어렵다. 심지어 가끔은 내 마음도 잘 모를 때가 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모를 때가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다. 이 영화를 보며 아이들의 심리를 정말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딸아이와 같이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에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에 서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서로 상처를 주고 서로 소외 시키는 마음 아픈 일들이 이젠 그만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그 상처들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
책 <긴긴밤>, 루리 지음, 문학동네
평소 사진을 좋아해서 ‘게티이미지 사진전’에 가서 뿔이 잘린 코뿔소 사진을 보며 인간의 잔인함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책이 오버랩되며 그려졌다. 이 책의 주인공도 코뿔소다. 코뿔소 노든의 이야기다. 코끼리 무리를 떠나 동물원에 가게 되고, 펭귄 치쿠를 만나고, 알에서 태어난 ‘나’와 함께 긴긴밤을 보낸다. 우리 인생이 그대로 담겨있다. 가족과 친구. 많은 만남과 이별.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와 따뜻한 그림이 잘 어울린다.
2. 따돌림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써 보자.
(1) 따돌림 당한 적이 있나요?
(2) 따돌림 당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나요?
(3) 따돌림 당하는 친구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3. 상처를 주는 말, 위로를 주는 말
(1) 내 마음에 상처가 되었던 말들을 써 보자.
(2)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말들을 써 보자.
(3) 내 마음에 위로를 주었던 말들을 써 보자.
(4) 남의 마음에 위로를 주었던 말들을 써 보자.
4.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한 번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