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ick Oct 18. 2022

잊지 말아야할 역사

<풀>, 김금숙, 보리

<풀>김금숙보리 


#역사 #일제강점기 #위안부 #전쟁 #전쟁의상처 

#일본 #인권 #인터뷰 #역사바로알기 #기억해야할역사  
       

김수영의 ''   


  바람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풀. 김수영의 <풀>이 생각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눕는다.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물론, 이 시는 민주주의를 억누르는 군부독재 시대를 배경으로 쓴 시지만,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다. 힘없는 작은 풀 한 포기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과거의 상처를 다시 꺼내는 일 


  남자들은 모이면 으레 군대 이야기를 한다. 저마다의 힘겨운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 그러나, 전쟁은 그렇지 않다. 장인어른은 월남전 참전 용사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20년 넘도록 군대 이야기는 겨우 1, 2번 하신 게 전부다. 왜일까? 전쟁은 참혹하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이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 가운데 전우는 다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아마 사이코패스에 가까울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 위안부 할머니들도 비슷할 것 같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과거를 다시 이야기한다는 것이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개인이 전쟁이라는 역사 속에서 어떤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를 가지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 만화는 보여 주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려 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들이 그 고통을 강조하며 억지 감동을 주려고 했다면 오히려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만화는 인터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도 젊은 여성작가가 할머니를 인터뷰하는 것이다. 같은 여자라 아무래도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들의 폭력과 함께 피해자의 입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게 인터뷰하는 상황과 내용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그게 전부다. 그 외에 다른 군더더기가 없어서 오히려 인터뷰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심장이 마구 뛴다. 전쟁으로 인해 한 여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무겁고 우울한 주제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변명

        

  지금까지도 위안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속상하다. 일본은 아직도 그 어떤 것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너무 괘씸하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써 가며 수많은 증거와 증인들이 있음에도 뉘우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더욱 속상하다. 

  왜 우리가 이토록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기억을 들추어야 하는 걸까? 답답하다. 정작 잘못한 건 일본인데. 마치 성폭행 사건이 있을 때, 피해자인 여성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을 생각해본다. 치마가 짧았다. 여자가 웃었다. 등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무조건 가해자의 잘못이다. 잴 필요도 없다. 명백하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피해자인 여성이 고개 숙이고, 자기반성을 하고, 소문이 날까 두려워 조용히 지내는 게 현실이다. 가해자인 일본도 계속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정말이지 화가 난다.    


세계에 알리다

   

  만화계의 오스카 상이라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하비상"을 수상한 이 만화는 흑백의 그림체로 무거운 주제를 묵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따뜻하고 평온한 동화적인 느낌마저 든다. 거대한 역사 속에서 힘없는 개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 2019 최고 그래픽노블, 프랑스 휴머니티 만화상 심사위원특별상, 뉴욕타임즈 2019 올해 최고의 만화로 선정되어 전 세계에 널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스페인어, 포루투갈어, 아랍어로도 출간되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다. 일본이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 계속 살아 있는 역사로 남아 있을 것이다.   

              

TIP.  함께 생각해보자


1.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영화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 조정래 감독강하나최리 출연

  두 여성의 이야기이다. 한 여성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할머니이고, 또 한 여성은 지금 이 땅에서 성폭력을 당한 젊은 여성으로 무당이 되어 살아간다. 위안부 할머니는 씻김굿을 통해 자신을 대신해 죽은 동료 위안부의 영혼을 만난다. 그리고, 그 영혼들은 나비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그들은 아름답고 자유로운 나비로 돌아오지 못했다.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위안부에 대한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는 성폭력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할 정도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영화 <김복동>, 송원근 감독김복동 출연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위안부에 끌려가 8년 정도의 끔찍한 생활을 한 후, 해방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냈으나 용기를 내서 자기의 과거사를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친언니는 반대했다. 부끄러운 일이니 알리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 나갔고 일본에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어가며 많은 언론과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게 된다. 일본, 미국, 유럽 국가들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일본에 복수나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을 요구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지만, 영상과 목소리로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만화책 <위안부 리포트 1>, 정경아길찾기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할 때 만화는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너무 무겁거나 어렵지 않게 보여줄 수 있다. 총 3권으로 기획된 '위안부 리포트'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현장 취재를 통해 그렸다고 한다. 이 분야의 외국 작품으로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나 조 사커의 <팔레스타인> 등이 있다. 하루빨리 2, 3권도 나와서 조금이라도 우리 역사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2. 한국사 교과서 속에 있는 위안부 관련 부분을 찾아보자


3. 일본은 왜 사과를 하지 않는 걸까

   - 일본은 왜 위안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가?

   - 독일의 경우 홀로코스트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일본의 경우와 어떻게 다른가? 

   - 앞으로 일본인들이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앞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 07화 우리 설화에 담겨있는 따뜻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