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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Mar 09. 2024

[교사의 詩選] 우리의 별!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개학의 첫 주를 무사히 보냈다. 새 학기를 준비할 때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조심조심 부드럽게 한 해를 보내고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올해도 실패이다. 활기 넘치고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겨나 큰일이다. 

 

 첫 주에는 아이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우리가 목표로 삼을 우리 반의 멋진 모습을 길잡이별로 만든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더 많이 놀고 싶어 하고, 공부는 많이 하고 싶지 않지만 공부는 잘하고 싶어 했고, 재미있고 신나는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의 소망을 조금씩 다듬고 다듬어 우리 반은 3가지의 별을 찾았다.


다양한 배움을 찾을 것            성실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것         화기애애하게 함께 어울릴 것


아이들이 찾아낸 목표들이 참 이뻐 보인다. 우리 반 길잡이별을 이쁘게 디자인해서 모니터의 바탕화면을 만들어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게시하였다. 우리 반 아이들 이름이 하나하나 별처럼 빛나고 있는 멋진 모습이다. 쉬는 시간에 TV 화면에서 자기 이름을 찾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아이들을 보며 내 마음이 자꾸 꿈틀거린다. '적당히 하자. 무리하지 말자.'라는 다짐은 사라진 지 오래. 마음속 고래가 푸른 바다 위로 치솟아 오름을 느낀다. 교사로서의 마음에 푸른 바다가 너울 됨을 느낀다. 내 마음속 고래의 깊고 따뜻한 소리가 아이들의 마음으로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마음속 푸른 바다에도 고래들이 신나게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 올 한 해 동안 우리 반이라는 푸른 바다에 멋진 고래의 춤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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