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대체 가능한 토큰
NFT에 대한 비판적 고찰
by Writingonthewall Jan 21. 2022
현 시점 새로운 투기 상품으로 각광받는 중에 있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의 가치는 (그 이름에서 부터 나타나고 있듯) 각개의 토큰이 어떤 대체 불가한 고유성, 원본성을 '기술적으로' 매개하고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개별 데이터 개체에 대한 사용자 상호간의peer to peer 대조와 검정을 가능하게 하여 위변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 인프라의 특성은 그러한 고유성에 대한 훼손될 수 없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보증을 제공하는 듯이 여겨지며, 어느정도는 정말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각개의 토큰이 매개하고 있는 '대체 불가한' 고유성의 의미는 그것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부에서 배정받은 네트워크 내적인 입지에 한정되어 있다. 사용자 간의 무제한적인 대조와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암호화된 태그가 덧붙여져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각각의 토큰이 내포하는 데이터, 디지털적 실체 자체는 여전히 복제를 전제하여 만들어진 디지털 데이터로서, 잠재적인 사본으로서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원본과 사본의 구분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부에서 '식별' 받음으로서, 그것도 식별의 순간에 한하여서만 유효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식별은 토큰화된 대상, 데이터 자체에 대해서가 아닌, 오로지 그에 부여된 코드에 대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토큰화된 개별 데이터에 하나의 고유한 것으로서의 무오의 권위를 부여하는 (확산성의, 자동화된 정보 교환을 통한) 불특정 다수의 공인은 단지 기술 인프라 자체의 메커니즘의 맹목적인 산출물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데이터의 토큰화minting, 네트워크로의 기입 과정에서 단순히 수반되는 것이다. 가치있기에 토큰이 되는 게 아닌, 토큰이 되었기에 그 임의적, 기술적 규정을 따라, 가치있고 고유한 것이 되는 것이다.
오류없이 완전한 복사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기술의 성질상, 네트워크 외적, 개별 데이터 자체의 본질적인 내용 면에서 실제로 (토큰화된) 원본과 사본은 서로 아무런 차이를 가지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디지털 사본은 모든 구성 요소의 측면에서 질적으로 동등한 또 하나의 원본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토큰화된 데이터의 원본성, 고유성은 논증없는 일방적인 정의에 그치게 되는데, 각개의 토큰도 자신만의 고유한 내용을 가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Nyan Cat을 위시한 유수의 인터넷 밈meme 이미지들이 그 제작자들에 의해 NFT로 출판되어 상당한 액수에 판매되기도 하였지만, 이들 밈 이미지들에 대한 독점적 사용, 복제 권한이 해당 NFT의 소유주에게 인정되거나, 기존에 웹상에 확산된, 또는 계속적으로 확산중에 있는 동일 이미지들을 해당 토큰으로 부터 파생된 사본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서 확립되는 일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별도의 태그에 대한 상호 검증으로 개별 토큰의 배타적인 고유함을 보증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기능적인 측면이 그러한 메커니즘을 활용하지 않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외부에서는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별도의 구분없이, 모든 디지털 데이터는 '가능한 사본'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체 불가능 토큰의 '대체 불가'하다는 단서는 실질적으로 각개의 토큰을 구획하는 개체성 자체에 대한 보증에 그친다. 그것은 정의상 유일하지만 본질상 구분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NFT가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성공은 개별 데이터, '원본'의 고유함, 원본성의 의미를 사물에 덧붙여진 태그에 불과한 것으로 축소시킨다. 실물 예술품은 자체의 형상과 질감으로 미감을 자극하고, 탈세용 사기극이라 일반에게서 조롱받는 개념 미술조차 그것이 구현되는 형식으로서가 아닌, 이면의 컨셉과 아이디어로서 관객에게 어필하려 한다. 비교적 원형적인 데이터, 디지털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게임도, 그것이 특정한 데이터 형식으로 기입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가치를 부여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토큰화된 데이터는 자체의 내용으로서가 아닌, 오로지 기술 인프라에 융해되어 그 일부가 됨으로서 가치를 부여받는다. 사물이 아닌, 그것에 부여된 식별 코드가, 코드를 부여하는 일련의 기술적 체계가 가치를 생산한다.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간주'된다. 심지어는 식별 코드 자체가 본질이나 다름없는 것이 된다. 거래와 소유의 대상은 사물이나 데이터가 아닌, 그에 매개하는 코드에 불과하다. 코드가 사물에 선행하고, 기술 인프라가 가치 체계에 선행한다. 사물에 기입된 코드가 아닌, 사물이야말로 식별 코드의 부속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러한 NFT의 성공은 블록체인, 암호 화폐의 성공과 더불어, 오늘날의 인류가 처한 가치 체계상의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제 가치를 창조하는 데에 보다 '가치가 깃들어 있다'는 인식을 '꾸며내는' 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