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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Nov 19. 2022

그림, 또 다른 예술과 만나다

음악과 춤_페티, 그뢰즈, 사전트


그림 속에서 다른 영역의 예술을 보는 것은, 색다른 아름다움이고 즐거움이다. 화가들은 특히나 음악과 춤을 즐겨 그렸는데,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어우러져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는 것이 음악과 춤이기 때문이다.


Jean Baptiste Greuze_The Guitarist (1757)


기타리스트라는 제목의 위 그림은 장 밥티스트 그뢰즈의 작품이다. 주인공인 남자는 기타를 튜닝하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매우 독특한 포즈로 기타 가까이 귀를 대고 있다. 과할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악기의 조율마저도 마치 멋진 공연처럼 느끼게 한다. 한쪽 팔에만 소매를 끼운 풍부한 질감의 푸른 겉옷은 주인공의 포즈를 욱 역동적이게 하며, 그에게 집중된 밝은 빛 또한 무대 조명과 같이 그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이 그림이 매우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그렸음에도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일정하게 평행을 이루며 엇갈리는 구도에 다. 이러한 구도를 우리는 세잔의 그림(귀스타브 제프루아의 초상)에서도 보았다. 수평을 이루는 탁자와 바지 줄무늬, 수직을 이루는 기타와 팔과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탁자와 바닥에는 사냥 도구들과 새들이 놓여있다. 새 사냥이 직업이고 기타 연주가 취미인지, 기타 연주가 직업이고 새 사냥이 취미인지 모르겠지만 무대 위가 아님에도 기타에 진심인 그의 표정을 보면 그는 영락없는 기타 연주자다.


John Singer Sargent_El Jaleo (1882)


어느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들의 삶은, 짙은 그리움이기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기도 하다. 존 싱어 사전트는 스페인 여행에서 집시들의 이국적인 춤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고, 깊었던 인상만큼이나 커다란(232 x 348 cm)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춤을 추는 여인의 모습이 그의 다른 작품 속 주인공인 '마담 X'가 아닐까 싶게 많이 닮았다 느꼈다.


집시들의 애환과 숙명이, 빛과 그림자로 표현되는 무채색의 그림 속에서 자주와 빨강, 그리고 주황으로 배치되었다. 양 끝에 놓인 붉은 색감은 빛과 그림자를 더욱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배경을 가득 메운 집시들은 무대 위에서 밤을 새우고, 느리고 긴 시간의 평행선 위로 무희는 팔을 뻗는다. 그녀가 입고 있는 흰 치마는 빛을 받아 더욱 밝게 빛나고, 커다란 그림자와 함께 기울어진 몸의 비대칭매우 극적이다. 이 매력적인 그림을 마주한 관람자는 오롯이 집시 여인의 무대를 숨죽이며 바라보는 관객이 된다.



[대문 John Pettie_The Rehearsal] : La Biblioteca de las Artes

[Greuze/Sargent] : Museo del Prad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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