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규 Sep 30. 2024

4-8. 인생2막 회사에서 직원고용 방법

잘 대우하든지, 안 쓰든지

누군가를 만나는 건 큰 일입니다. 만남에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잘 만나면 기회이고, 잘 못 만나면 인생 위기입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유명한 네이버 카페가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참여해서 애환과 노하우를 나누는 곳입니다. 거기에 보면 '자영업자에게 최대의 위기가 직원 고용'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카페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좁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같이 부딪히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게다가 사장과 직원은 입장이 다릅니다. 마음가짐부터 다릅니다. 


사장은 쉬지 않죠. 공휴일에도 마음은 직장에 있습니다. 어떤 때는 몸도 직장에 있습니다. 창업은 모든 걸 쏟아부어 넣는 일입니다. 


직장인은 다릅니다. 근무시간 보장해야 합니다. 근무 외 시간에 일 시키기 어렵습니다. 특별수당을 주든지 해야 합니다. 당연한 권리입니다. 



인생 2막 창업과 직원고용은 신중하게


직원에게 일 더 시키면서 비용 추가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마인드 차이입니다. 


직장인들은 회사일이 자기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 플랜과 관련된 다른 계획을 세웁니다. 직장인이 회사에 대한 책임감을 전체적으로가 아니고 부분적으로만 갖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부분적으로만 책임감을 가져도 다행입니다. 요즘은 책임감이 없는 직원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근무태만으로 짤리면, 이를 핑게로 노동부에 신고해서 사업주를 곤경에 빠트리는 케이스도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이래서 사람 쓰는게 조심스럽습니다. 청렴업무, 행정사, 직업소개업 등 다양한 일을 하자니 일손이 모자랍니다. 일 시킬 사람 한 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참습니다. 사람 잘 못 썼다가는 갈등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들겠죠. 사장은 직원이 일을 더 잘하기를 바랄 것이고, 직원은 사업주의 그런 기대 자체가 부담이고 자칫하면 갑질로 느끼겠죠. 마음에 드는 좋은 사람을 뽑을 자신이 없습니다. 


노동법 등 각종 제도도 사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조심하게 만듭니다. 노동자를 고용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자몫에 비례하여 4대보험 관련 사업자 기여분을 1:1 비율로 제공해야 합니다. 사업자 기여분은 대략 노동자 임금의 10% 정도 됩니다. 즉 노동자를 고용하면 월급 외에 10% 정도를 더 제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300만 원 월급을 주면 30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상황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고용에 따른 부담감을 지게 하는 것은 제도상 허점입니다. 4대보험은 좋은 제도입니다. 사회복지적 측면이 강하죠. 그런데 사회복지를 사업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면 안됩니다. 사업주와 정부가 반씩 부담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합니다. 


기업주의 부담이 줄어들어야 고용도 늘어날 것입니다. 근로자를 고용하면 노동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가하는 정책은 취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노동자 고용할 때 부담감이 커져서 사업주들이 고용에 소극적으로 됩니다. 고용을 장려하려면 기업주의 부담을 줄이고, 그 부담을 정부가 책임지는 방향이 맞습니다. 


요즘은 쿠팡, 배민 등 플랫폼업체가 유행입니다. 플랫폼업체 그러니까 뭔가 멋있어 보이고, 초현대식 같은데 실상은 노동력 통제에 기반한 전근대적 산업입니다. 플랫폼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찍은 유튜브를 보면 노동과정을 심하게 체크하고 닦달합니다. 노동자의 업무속도를 체크하고 있다가 마이크로 "000번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압박을 가합니다. 일하는 것을 감시하고, 마이크로 닥달을 하니 쉴 틈이 없습니다. 그래도 속도가 마음에 안들면 중앙으로 오라고 합니다. 더 심하게 망신을 주는 겁니다. 심리적 압박감이 장난 아닙니다. 


배달 노동자에 대한 근무 통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 못하면 배달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노동통제를 합니다. 목숨 걸고 속도 경쟁에 나섭니다. 


플랫폼 회사는 식당 등 업체에 대한 영향력도 점차 강화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회사와 식당 등 업체간의 갑을 관계가 바뀌고 있습니다. 식당이 고객인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특별광고요금을 내지 않으면 상위에 노출시켜주지 않습니다. 요즘은 배민, 요기요 등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주문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플랫폼에 상위노출되지 않으면 주문이 줄어듭니다. 갑이어야 하는 식당이 점차 을이 되어갑니다. 


심지어는 주문 명단도 공유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업체로 들어온 번호는 업체에 안 넘깁니다. 자신의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에 대한 아무 정보가 축적되지 않습니다. 자기사업이 좋은 점은 결국 자신의 자산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돈이 되었든, 고객에 대한 정보가 되었든, 자기 회사의 지명도이든... 자신의 것이 쌓인다는게 장점이고 그래서 사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플랫폼 처럼 노동과정을 꼼꼼히 통제하는 정책이 산업화 초기 시대에 있었습니다.  미국 포드사의 노동 관리 정책인 포디즘이 전근대적 노동정책의 대표작입니다. 공정을 세부화해서 단순화한 것이 포드사의 성장 기적을 만들었죠. 


쿠팡 등도 다름 없습니다. 노동을 분화하고, 끝없이 속도를 높이는 데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영세업체에서 노동자를 그렇게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노동강도를 높이고 싶어도 관리 시스템이 없어서 불가능합니다. 괜히 사람 간의 갈등만 빚게 됩니다. 사람 추가 고용해서 사람 간의 갈등이 생길 바에는, 돈 적게 벌고 대신에 마음 편한 게 낫습니다. 


일부 자영업은 직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식당은 사장 혼자서 홀도 커버하고 주방도 커버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에 행정사, 청렴사업, 직업소개소는 직원 없어도 굴러갈 수 있습니다. 직업소개소는 직원이 있으면 그만큼 회사 규모를 빨리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규모를 확장하려는 욕심을 버리면 굳이 당장 직원을 고용할 필요 없습니다. 


직원을 잘 대우해서 갈등이 없게 만들든지, 그게 자신 없으면 고용에 신중하든지... 규모 확대보다는 무고용 운영이 은퇴 후 창업 회사 상황에서는 더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은퇴 후 인생2막 창업은 방어적으로 운영하는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잘못 만나서 스트레스 받느니 안 뽑는게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체력적 부담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나이는 공세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나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인생이 몇 년을 살았느냐가 아니라, 그 속에서 얼마나 '삶'을 살았느냐이다 

-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

이전 09화 4-7. 외딴 가게라도 신뢰는 생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