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규 Oct 04. 2024

4-9. 자존감 배려가 사업운영의 기본

아버지 같았어요

어려운 사람일수록 자존감에 상처받을 일이 많습니다. 상처받을수록 아픔은 커집니다. 사람에게 최고의 대접은 자존감을 배려하는 일일 겁니다. 


정다운 직업소개소에는 일자리를 찾는 많은 분들이 전화를 합니다. 가사 입주를 원하는 70대 여성도 있고, 청소일을 원하는 60대 후반의 남성도 있습니다. 은퇴를 한 분, 혹은 간병일이 이제는 지겨워서 다른 일을 찾는 분 등 사연이 다양합니다. 


직업소개소는 일용직을 뽑습니다. 60대 중반 이후에는 일자리 잡기가 힘듭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본인의 급한 사정을 얘기하고, 꼭 일자리를 구해달라고 당부할 때는 안타깝습니다. 그분의 다급한 사정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일을 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보고, 광고지를 찾아보지만 일은 쉽게 구해지지 않습니다. 세상은 냉정합니다. 나이 절벽은 엄혹합니다. 60세 후반을 넘으면 갈 곳이 없습니다. 


젊은 분들의 사연도 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에서 남성, 여성 가리지 않고 전화가 옵니다. 대개는 일용직 경험자입니다. 식당일을 예로 들면 홀 일이나 설거지 등을 계속하려는 분들의 전화가 옵니다. 



자존감 존중


그중에 한 분 기억나는 40대 남성이 있습니다. 식당 주방일을 하던 분입니다. 전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진중하고 성실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 열심히 알선했습니다. 


어느 날 그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저 이제 일 안 나가요. 다른 할 일이 생겼어요"

"아. 그러시군요. 앞으로 잘 되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잘 대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버지 같았어요."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잘해 드린 것도 없는데 아버지 같았다니, 너무 과한 찬사이고 민망했습니다. 세상은 거칩니다. 냉혹합니다. 자기 보다 아래 대상은 냉혹하게 짓밟습니다. 밟고 올라가기 바쁩니다. 그런 험한 세상에서 배려하고 격려하는 어른을 만났으니 아마도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 전화를 받고 우리 회원들에게 더욱 잘해야겠다고 새삼 다짐했습니다.


일자리 찾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저녁 11시 정도까지 카톡방을 뒤져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다음날 아침 8시경에 최종 확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8시경에 확정되면 씻고 옷 입고 준비하고 10시까지 일할 곳으로 가는 게 빠듯합니다. 


대개의 경우 처음 가는 곳이라서 의외로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일할 곳을 확정시켜 드리기 위해 애를 씁니다. 


구직자가 늦게 가면 업체 측에서는 짜증을 냅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저는 일하는 분에게 전가하지 않습니다. 일하는 분에게는 잘 대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혹시 늦게 가도, 길을 헤매도 구직자에게 잘 대해 드립니다. 처음 가는 식당에서 처음 보는 사람의 지시를 받으며 하루 종일 일할 우리 회원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한마디라도 힘을 드리는 말을 하는 게 맞습니다. 


그분들은 우리 회사랑 한 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잘해야 우리 회사 이미지도 올라갑니다. 


일 다녀오면 가끔 전화나 메시지를 줍니다. 오늘 다녀온 업체 분위기에 대한 얘기입니다. 주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얘기입니다. 


"식당 실장이 얼마나 못되게 구는지. 마음 상처받았어요"

"같이 일하러 나온 일용직 아줌마가 완전 뺀질이예요"

"욕을 얼마나 심하게 하는지, 평생 그런 욕은 처음 들어봤어요"

"새로 왔다고 왕따 장난 아니게 당했어요"

"얼마나 일을 시키던지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하고, 일 없을 때는 그간 미뤄왔던 식당 대청소 시키고 그랬어요"


얘기 듣다 보면 정말 힘들게 돈 버는구나라는 것을 느낍니다. 나라도 잘해 드려야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창업 초기에는 사업체를 빨리 키우고 싶다는 급한 마음에 회원을 빨리 확장했습니다. 잘 검증도 안된 구직자를 배치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가 약속된 업체에 구직자가 나타나지 않고 전화도 안되고 잠수를 타는 일을 당했습니다. 평판이 안 좋은 구직자를 그것도 모르고 알선하려다가 나중에 알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사업운영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속도보다는 내실 우선으로 바꿨습니다. 검증 안된 구직자는 큰 도움 안됩니다. 회사 명성에 누를 끼칠 가능성이 큽니다. 적더라도 탄탄하게 운영하는 게 맞습니다. 정다운 직업소개소 구직자들은 신뢰할 만하다는 평판이 생기면 그 이후는 쉽게 풀릴 것입니다. 


내실 있게 운영하려면 회원이 많으면 곤란합니다. 회원마다 원하는 지역과 업종, 일 스타일이 있는데, 이런 세세한 내용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세세한 요구를 무시하고 무조건 일을 배정하면 결국에는 회사에 대한 회원의 충성도 내지는 신뢰도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다가 탈퇴할 것입니다. 


좋은 회원을 멤버로 유지하고 싶다면,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회원수를 너무 늘리면 불리해집니다. 


일하다가 더 이상 파출일 안 하고 떠나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직장을 잡아서 일용직 판을 떠나는 건지, 시골로 내려가는 건지 자세한 내막은 모릅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파출 안 나갈 거라는 얘기만 듣습니다. 

뭘 할지는 몰라도 그런 분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힘들게 살아왔는데, 앞으로라도 잘 풀리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어려운 인생 버텨온 분들, 정다운 직업소개소에서라도 배려받고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직업소개소를 하다 보면 어려운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인생이 백척간두라는 생각입니다. 인생이란게 참으로 별 볼 일 없다는 느낌입니다. 


인생의 안전판은 없습니다. 언제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떨어지기는 쉬워도, 회복은 어렵습니다. 나이 들면 회복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은퇴 후 창엽. 젊을 때보다는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알 테니까 더 배려하고 운영하려고 합니다. 상처받고 힘들게 사신 분들이 우리 회사 때문에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살아갈수록 '사랑과 친절'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것들은 항상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 바바라 드 안젤리스(미국 관계 컨설턴트)

이전 10화 4-8. 인생2막 회사에서 직원고용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