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서른아홉 번째 편지

As always

by 한결



‘강물은 결코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평지에서도 굽이쳐 흐를 때가 있을지라도 강물은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To.


휴가 이틀차! 방금 막 일을 마치고 카페에서 멍하니 빙수를 먹고 있어. 어제 저녁에 친구가 가게일을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을 받았는데 오늘 가서 보니까 내가 안 도와줬으면 정말 힘들었겠다 싶더라. 오랜만에 서빙도 하고 테이블 치우고 닦고 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지. 선풍기도 없는 주방에서 탈진할뻔했던 적과 프랩하고 있는 와중에 손님들이 들어와 응대하느라 튜나가 다 상했던 경험,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을 몰래 입에 집어넣었던 기억들이 생각났어.


그래서 응원한다는 말보다는 그 응원을 행동으로 바꿔보고 싶었던 것 같아. 얼마나 급했으면 회사일에 지쳐 쉬고 있는 나한테 연락이 왔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연거푸 고맙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면서 방긋 웃음 지어 보였다. 고생한다고. 오랜만에 해서 너무 재밌다고!




해가 거듭할수록 말의 무게를 느끼는 중이야. 공감해, 응원해, 사랑해의 말들이 허울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자, 말에 따른 행동의 알맹이를 찾고픈 마음이거든. 말이라는 건 결국 내 행동이 뒤따라가지 못한다면 허상으로 남아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었는지, 종국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고 하니깐 말이야.


때로는 신기루로 남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 좌절을 마주하게 될 때도 있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거야! 외쳤던 나의 말과 행동이 예기치 않은 일들로 미뤄질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 가장 나다운 글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떤 글을 다시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 휴가 기간이다.




답답한 마음에 책을 읽다가 한 문구가 심연의 버튼을 눌렀어.


‘강물은 결코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평지에서도 굽이쳐 흐를 때가 있을지라도 강물은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꼭 강물의 한 줄기만이 바다로 다다르는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은 일에 좌절하고, 예기치 못한 곳에 굽이치기도 하며 그 무수한 강물의 줄기들이 바다로 가는 과정임을 잊지 말라는 문구.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잠깐 멈춘 지금의 시간도 나를 데려가줄 거란 위로가 내게 닿았다.




정지된 것 같은 시간 속에서 내게 허락된 문장에 감사해. 그리고 내가 쓰는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도 그러길 바라. 이제야 못다 한 원고의 뒷문장을 마저 채울 수 있을 거 같거든. 완성된다면 네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어. 주말 잘 보내!



From. 설악산에서

한결 :)





p.s 가제는 「소매 끝에 넣어둔 말」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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