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갓생을 사시는 것 같아요
그런가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책상 위 12번이라고 되어 있는 명찰이 보며 앞으로 몇 명 남았는지 머리속으로 계산을 했다.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생각하다 쏟아지는 질문들에 정신을 가다듬고 답했다.
직업에서 꽤나 높은 흥미를 받았다.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것이 그정도의 관심을 요하는 것이구나 싶기도 했고 너무 상반된 느낌이라 호기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일상처럼 굳어진 글쓰기와 독서는 이제는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을 동반했다.
의식해서 숨 쉬는 것이 아니듯이.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친구의 설레발이 귀여워 맞장구를 쳐주다 집 앞에 도착했다.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15명의 여성분들을 만났지만 아무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매칭되지 않았다는 문자를 보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들에게도 내가 그랬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보다 몇 걸음 앞서가는 시간의 재촉에 한 주를 보냈다. 보통의 존재로 살아낸다는 것이 가능보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버린지는 오래. 다른 이의 평가에 따라 내 가치를 재단하지 않고자 부단히 움직이는 손끝에서 주말을 마주한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말은 사실 많은 일이 잘 지나갔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특별해지지 못해서 불행한 게 아니라, 자신의 보통을 함부로 초라하게 여기기 때문에 지치는 건지도 모른다. 보통의 힘은 조용하고,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무너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단단하다.
문장을 끝내는 어느 보통의 밤에 사색을 끄적인다.
정민이 마음 고생해?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
부장님이랑 오랜만에 같이 밥을 먹었다. 최연소 그룹장으로 승진하시고 부쩍 회사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 그이기에 입사 시절 같이 식사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어려워서 어떤 말을 걸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제법 편해져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곤 한다.
당당히 ’네‘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지않으셨고 사실 물으셨어도 답할 생각은 없었다. 명확히 공과 사는 구분해야하는 직장생활이기에 내 힘듬을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것도 사치다. 더 냉정하게 업무를 처리했고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들을 먼저 도맡아 했다.
아직도 난, 이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