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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비 ivy Jan 23. 2024

스파르타! 줄줄이 사탕 달고 14시간 훈련 같은 비행

꼬맹이 셋과 장거리 비행하기 without 남편

남편이 먼저 갔다..

이제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가야 한다. 겁나지는 않았다. 비자도 확실했고, 모든 서류들도 준비가 잘 되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한창 난리이던 시기이었다. 남편이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려면 2주 격리와 증빙 서류등 번거로운 일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래! 내가 가면 되지!  "여보! 내가 애들 데리고 갈게!"


그랬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행동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나도 몰랐던 내가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남편 없이 아이 셋과 14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을 하기로 했다. 그랬다. 나는 용감하고(?) 겁 없는 여자였다. (이런 부분에서 만큼은)


출국 날 새벽 3시.

미리 예약해 둔 차량이 집 앞으로 왔다. 곤히 잠든 아이들을 친정엄마와 나 그리고 내 동생이 하나씩 안고 탔다. 


조용한 새벽, 음악이나 라디오 소리조차 없이 조용한 차 안.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나 정말 떠나는구나.. (여행 말고는) 한국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데... 생명 셋을 데리고 내가 지금 어디를 가는 걸까..  정말 기분이 오묘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들을 정리하고 수화물을 보내고 나니 아침 6시가 조금 넘었다. 탑승게이트로 가기 전, 엄마와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받고, 아이들은 외할머니 외삼촌과 장난도 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이제 정말 가야 할 시간, 눈물바람으로 우리 뒤에 서있는 친정엄마를 뒤로하고 우리는 정말 비행기에 올랐다.


아.. 이제부터 나 혼자 24시간 동안 꼬맹이 셋을 데리고 지구 반대편으로 간다. 아.... 설렌다!!

새벽 출발이라 밤잠도 못 자고 출발했다.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잠깐 잔 게 전부였다. 피곤이 몰려왔지만 쉴 수도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 아이 셋이 번갈아 가며 자는 바람에 깨어 있는 누군가를 돌봐야 하니, 나는 계속 쪽 잠만 지다깨다를 반복했다.


기내에서 정말 승무원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아이들 케어하며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드. 디. 어 미국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했다. 만 나이 7세, 4세, 2세 세 아이와 함께..


드디어 도착이다!!

마음 놓으려던 순간, 생각해 보니 입국심사가 남아 있었다.


피곤함에 징징대는 아이들을 겨우 달래서 입국심사장으로 갔다. 피로와 긴장이 뒤섞여 몽롱한 상태로 입국심사관 앞에 섰다. 여권에 붙은 비자가 아주 잘~~ 보이도록 잘 펴서 여권 4개를 내밀었다. 피곤해서 떼쓰는 막내 덕분에 잠시 긴장하는 것도 잊었다. (이럴 때는 이런 것도 도움이 된다.) 무뚝뚝하고 무서워 보이던 심사관은 인상과 다르게 우리를 쿨하게 통과시켜 줬다. 나의 모든 걱정과 긴장이 허무할 정도로 쿨하게 통과했다. '아, 감사합니다.' 마음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수만 번 속삭였다. 정말로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다. 입국심사만 지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이제 정말 짐만 찾아서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나면 된다. 아이도 챙기고 짐도 챙기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짐 검사하는 직원이 어설픈 한국어로 "순대?" 해서 또 웃음이 터졌다. 가져오면 안 되는 음식(육류)이 있냐고 물어보는 와중에 갑자기 순대 있냐고 물어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나의 입국은 순조롭게 해결 됐다.


이제 정말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나러 간다. 피로와 긴장에 절여진 몸을 겨우겨우 이끌고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쥐어짜서 아이들과 함께 걸었다. 짐을 찾고 게이트를 나오는 순간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아.. 세상에..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태어나 처음이다. 내가 남편을 만난 이래로 가장 반가운 순간이었다. 그 순간 누구도 이보다 더 반가울 수는 없다. 아이들은 아빠를 발견하자마자 달려가 안겼다. '아,, 이제 나 혼자가 아니구나. '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2021년 1월 21일

입국 과정이 모두 끝났다. 내가 진짜 미국에 왔다. 여행이 아니라 살러 왔다. 이국땅의 낯선 공기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모든 것이 나를 또다시 설레게 했다. 미국의 상징 같은 푸른 하늘을 마주하니, '정말 내가 지구 반대편에 왔구나. 실감이 났다. 싫지 않은 긴장감과 설렘이 함께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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