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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비 ivy Jan 31. 2024

미국 초등학교는 처음이라..!

미국 초등학교 입학! 첫째만.....

아이셋이 한꺼번에 입학하면 너무나 좋겠지만, 둘째 셋째는 아직 어린 관계로 우선, 첫째먼저 학교에 간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때는 언어소통도 어렵고 미국 학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 모든게 어렵게 느껴졌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첫째 아이 학교등록부터 하기로 했다. 필요한 서류를 보니, 크게 보면 예방접종 증명, 신분확인, 주거지 증명 정도가 되는 듯했다. 그리고 참 색다르고 특이하다고 느껴졌던 건 우편물로도 주소를 증명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소로 받은 우편물을 2개 이상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집에 물과 가스 전기등이 제대로 나오는지도 확인한다. 서류상으로만 상황을 맞추는 게 아니라 실제를 확인하고자 하는구나 싶었다. (미국은 땅도 넓고 주마다 법도 다르니, 참고로 봐주길 바란다.)



한국은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이곳은 8월에 시작한다. 여름 방학지 지나고 나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5월 말이면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는데, 우리 아이는 2월 중반이 지난 시점에 입학을 한다. 4개월 정도 다니면 학기가 끝나고 여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여름이 지나고 나면 한 학년이 올라간다.

아직 언어도 잘 안 되는 아이인데 고작 4개월 다니고 나서, 2개월이 넘는 방학이라니.. 얼른 언어를 배워야 되는데..



우리 아이는 1학년으로 들어가게 됐다. 4개월 정도 다닌 후 기나긴 (2개월이 넘는) 방학이 끝나고 나면, 2학년이 된다. 아직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학년이라 크게 걱정할 일은 없었고, 그저 잘 적응해 주기를 바랐다.



이곳 학교는 아이가 등교하는 첫날 언어테스트를 한다. 학교생활을 하기에 언어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ELL수업을 추가로 듣게 된다. 보통 외국인 아이들은 모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테스트를 거쳐 그 과정을 끝낼지 계속 이어갈지가 정해진다. 물론 알파벳정도만 알고 있는 우리 첫째도 그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드디어 등교 첫날,

나도 긴장하고 아이도 긴장하고, 난 태연한 척하며 아이 눈치를 살폈다. 아이는 별다른 얘기 없이 학교에 씩씩하게 잘 들어가 줬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오후 학교에 다녀온 아이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첫날이라 그런지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던 모양이다. 학교에서 초콜릿우유도 준다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배려 깊고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지금생각해도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그렇게 신나고 들뜬 모습은 일주일 정도만에 끝났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속상해했다. 이 정도 나이면 여자아이들은 한참 무리 지어 다니며 수다도 떨고 친구와의 소통이 한참 즐거울 나이일 텐데, 이곳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많이 답답한 모양이다.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은데 뭐라고 말하면 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그랬다. 아이는 갑자기 새로운 세상에 던져진 거였다. 알아들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날들이 얼마나 속상하고 답답했을까. 얼마나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나도 같이 눈물이 나려 했다. 정말 애써 참으며, 아이를 다독였다. 아이들은 분위기 따라가는 부분도 크니, 엄마인 내가 멘털 케어를 잘해야겠다 싶었다.


마주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아이가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속상한 마음이 좀 녹아내리기를 바랐다. 원래 누구나 시작은 있으며 처음에는 다 그런 거라고 그리고 너는 한국어도 하고 영어도하는 2개 국어 능력자가 되는 것이니, 정말 멋지고 대단한 일이라며 다독였다.


다음날부터 작은 수첩에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튜터(1:1 개인수업) 수업도 시작했다. 아이의 힘든 시기는 잠깐이었지만, 나에게는 몇 배로 길게 느껴졌다. 혹시나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쩌나 싶었지만 그래도 잘 가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대견하고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귀여운 기간의 1학년은 끝이 났다.


그리고 2학년의 시작, 다정하고 스윗한 마국인 여자아이와 짝꿍을 하게 되면서 아이는 눈에 띄게 밝아졌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그 친구 얘기를 하느라 바빴다. 내심 그 아이가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아이의 언어도 확실히 달라지고 있었다. 이제 진짜로 적응이 된 것 같아 엄마로서 정말 기뻤다.


나날이 말이 많아지고, 엄마에게 들려주는 친구들의 이름도 많아졌다. 아...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적응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면, 어른들도 힘들어할 것 같은데, 그래도 그 속에서 적응하고 성장하고 해내고야 만다. 참 기특하고 대견하고 감하했다. 내가 엄마지만 아이에게 배워야겠다 싶었다.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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