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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비 ivy Feb 02. 2024

영알못 삼 남매, 새로운 언어와 마주하다!

아이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참 궁금하다. 어린 나이니 멋모르고 엄마아빠 따라왔지만, 그동안 살던 환경에서 엄청나게 확 바뀐 집 밖의 풍경을 보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처음에는 놀러 온 듯 재밌었을 테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보며 신기했을 것이다. 그다음은.. 음... 학교인데.. 설레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귀엽고, 안쓰럽고 기특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4년 차가 된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정말 신기한 것은 아이들의 적응력이다. 정말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1월의 끝자락에 미국도착해서 집을 구하고 이것저것 서류가 갖춰지니 2월 중순이었다. 첫째 아이 먼저 학교에 다니게 됐고, 둘째 셋째는 상황이 맞지 않아서 집에서 몇 개월을 버티다가 (둘째는 나이 때문에 8월부터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서야(8월부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둘째는 킨더에 들어갔고 며칠 후 막내도 데이케어(어린이집)에 들어가게 됐다. 


그동안 동생들은 매일 첫째 학교 등하교 길에 함께 다니며 구경만 했다. 그래도 자연스레 배운 게 있었다. 그건 바로... 학교는 꼭 가야 된다는 것. 자신도 8월이 되면 당연히 학교에 가게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던 둘째도 막상 등교 전날에는 약간 긴장한 듯했지만, 그래도 잘 가주었다. 한 2~3일쯤 학교를 잘 가던 둘째가 묻는다. 

"엄마, 학교 근데 가야 되는 거지? 꼭?" 

이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혼자인 듯한 그 기분(알아듣지 못하니까) 그들은 알아듣는 것을 혼자만 못 알아듣는 그 심정.. 하..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이지만 함께 할 수 없을 때가 더욱 외로운 법, 아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씩씩하게 잘 가주는 것만 해도 고마웠다.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의 상황과 언어실력에 대해 알고 계시고 친구들도 도와주니, 싫지는 않았지만, 본인도 긴장되고 어색하고 걱정됐을 것이다. 킨더(유치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부터 시작했으니, 학교에서 그림 그리고 알파벳 노래 부르고 오고, 읽는 법 약간씩 배우는 정도였으니 공부에 부담도 없었고, 오히려 영어를 글로서 배우는 시작을 함께 하는 느낌이라 엄마인 나는 좋았다. 학교성적을 위해 따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없었다. 


둘째는 학기 초에 두 어번 정도 학교에 꼭 가야 되는 거냐고 물었지만, 그 뒤로는 즐겁게 다녔다. 


자, 이제 막내 차례다. 막내는 나이가 어려 학교에 갈 수가 없으니, 데이케어를 알아봤다.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골고루 알아봤지만, 자리가 없었다. 미국에 온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데이케어(어린이집)에 들어갔다. 아직도 막내 데이케어 첫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첫날이라 선생님께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어 근처 마트에서 꽃다발을 사들고 등원했다. 막내는 기분 좋게 그 꽃다발을 들고 교실로 들어갔다. 기분 좋게 엄마와 인사도 했다. 막내를 들여보내고 나오는 나는 설렘 반 걱정반.. 그렇게 반나절을 보내고 막내를 데리러 갔다. 

막내는 나를 보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갑고 서럽고 당황스럽다는 듯 두 팔 벌려 나에게 달려와 울며 안겼다. 집에만 있다가 정말 오랜만에 선생님과 친구들 있는 곳에 간다고 설레며 등원했던 만 3세 아가는 그렇게 세상의 쓴맛을 봤다. 뭣도 모르고 좋다고 들어갔다가 엄마가 가자마자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선생님이 하는 말이 언어가 아닌 웅성거리는 소리로만 들렸을 텐데, 알아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그 당황스러움에 놀랐을 것이다. 안다.. 알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데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도 사회에 적응하고 성장해야 한다. 막내라 내 눈에는 더 아기 같고 안쓰러웠지만, 괜찮다고 처음이라 그런 거라고 선생님께 엄마가 다 잘 얘기해 준다고 다독이며 등원시켰다. 울고 불고 매달리는 날이 며칠 지나니, 어느 날부턴가 기분 좋게 엄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교실로 들어갔다. 너무나 감사했다. 하... 드디어 아이 셋이 모두 출근을 한다. 한두 달 지나니 모든 루틴들이 잡혀갔다.


조반 6개월은 회사 지원으로 튜터가 집으로 와서 하는 1:1 수업을 했다. 하지만 마음 맞는 튜터를 만나는 일도 참 쉽지 않았다. 그러다 참 좋은 선생님을 만나 3개월 정도는 좋게 수업을 받았다. 튜터와의 수업이 완전히 끝나고 나서 고민이 많아졌다. 선생님을 구해야 되는데, 좋은 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또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 


고민 속에서 또 수개월이 흘러 그냥저냥 놀기만 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엄마로서 불안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집에 와서도 서로 영어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귀여워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진짜로 소통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른은 긴시간을 공들여도 어려운 것을 아이들은 어른보다 빠르게 해냈다. 

그리고 여기서 정말 최고의 시너지는 티카티카 해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그것도 비슷한 연령과 공통의 주제를 얘기할 수 있는 형제, 학교에서 들은 말들을 집에 와서 연습하고 대답해 줄 대상이 있으니,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특히 최고의 수혜자는 막내! 누나들의 대화형 영어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배우는 게 많아 보였다.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 연습상대가 되어주며 배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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