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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훈 Dec 03. 2023

Stage 9 : 생각해보니 닌텐도는 오랜 친구 같았다



  제가 어느 날 불쑥 든 생각이 '나는 왜 이리 닌텐도를 좋아할까' 였어요. 그다음에 이어서 생각이 들었죠. 그러고 보니 닌텐도는 제 인생에서 가족 다음으로 저와 시간을 많이 보내온 존재라고요.


  저는 어쩌다 콘솔 게임에 손을 대게 된 걸까요. 즐겁게 살고 싶었나 봐요. 어린 나이인데도 인생을 버텨내려면 즐거움을 찾아야 된다는 걸 직시했나 봅니다. 저희 가족들 아무도 콘솔 게임을 하지 않아요. 유독 저만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겼고, 패미컴에서부터 닌텐도가 제 인생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photo by 서상훈


  패미컴에 이어서 슈퍼패미컴을 갖고 놀면서부터는 닌텐도에 대한 저만의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닌텐도의 게임들은 돈값을 한다, 확실하게 즐거움과 만족을 준다는 인식 말이에요.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에도 그런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런 점이 저는 정말로 궁금한 것입니다.


닌텐도는 어떻게 수십 년이 지나도 내게 만족을 줄 수 있는가.


  내가 닌텐도를 오랜 친구처럼 여겨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닌텐도가 자사 제품들에 한결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좋은 평을 받은 자신들의 작품에서도 끊임없이 부족함을 찾았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Stage 1에서도 말씀드렸던 '선제적 자기 혁신'을 추구해 온 덕분에 수십 년의 세월도 닌텐도를 비껴간 셈입니다.




  최근 SNS에서 전직 닌텐도 직원의 글이 화제가 됐었어요. '닌텐도는 천재 집단이다, 범인인 나는 따라가기 버거웠다'라며 퇴사했지만 닌텐도를 비판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회사라고 했더군요.


photo by 서상훈

 

  그도 그럴 것이 생각해 보세요. 닌텐도의 제작 중인 게임기나 게임에 대한 정보들이 다른 회사보다 유출되지가 않거든요. 스위치의 경우를 봐도 쉼 없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는 걸 짐작할 뿐, 어떤 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보안이 철저해요. 닌텐도도 수많은 직원들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새어 나오지 않을까요.


  보통 게임 회사에서 제작 중인 게임 정보 유출은 내부 직원이 하거든요. 닌텐도 직원들은 그런 걸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해요. 그건 곧 그들에게 닌텐도보다 좋은 회사가 없기 때문일 거예요. 정보 유출 따위로 잠깐 관심받는 것은 닌텐도라는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할만한 일이 아니라 여기는 것이죠.


출처: '동물의 숲 포켓캠프' 게임 플레이 화면


  닌텐도의 신작 게임들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지?'라는 감탄이 나오는 기발함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닌텐도 사람들의 창의성은 게임계에서도 정상급이죠. 또 닌텐도 IP 게임들은 각각 다른 게임들이지만 플레이하면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다른 장르의 게임들에게도 닌텐도스러운 느낌을 주는 성질. 그런 성질은 닌텐도 사람들 모두가 합력해서 만들어내는 통일성일 것입니다.


  같이 놀면 참으로 즐겁고 믿을 수 있고 창의적이고 한결같은 친구를 안 좋아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겸손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는 모습도 있어요. 그런 모든걸 종합해 봤을 때 제가 닌텐도를 좋아해서 이런 작은 책까지 내게 된 것은 유별난 행동이라기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 듯합니다.


  닌텐도라는 친구가 앞으로도 세상의 악화에 꺾이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닌텐도라는 친구도 요즘엔 이전에 없던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아니죠. 늘 그래왔듯 여전히 모험에 나서고 있는 거네요. 오랜 친구로서 저도 함께 그 모험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두려움 없이,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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