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렇게 써보는 단편소설
그녀는 '형상'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특이했다. 다들 유쾌한 장난 같은, 또는 시니컬한 이름을 사용하는데 '형상'이라니.
[이름이 뭐예요?] 그녀가 묻는다.
[아담이에요] 그가 말했다.
[아담? 정말이에요?]
[그냥 그렇게 불러주세요. 그쪽 이름은 뭐예요?]
[그럼 저는 이브라고 불러요]
[재밌네요. 그렇게 해요]
이렇게 그들은 아담과 이브가 되었다. 둘은 서로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했고 정보를 공유했다. 둘 다 서울에 살았고 아담은 00구에 이브는 번화된 00구에 살았다. 그들은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모험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만남이 아담으로서는 유쾌하지 않았다. 나가서 낭패를 볼 수 있는 이런 방법을 굳이 왜 하는 것인지 아담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괜히 이브의 제안을 거부했다가 만남까지 성사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서 수락했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만남 장소에 나가기로 했다.
'그래, 단순히 바람 쐬러 나간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는 혼자서 속으로 아쉬움을 삼키며 그녀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약속장소로 향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과는 다르게 어느새 약속 장소에 다가올수록 그는 미묘한 기대에 젖어가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지 않은 이 시간은 오히려 그녀를 만난 것보다 더 떨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그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느덧 약속 장소에 들어섰다. 이 층으로 되어 있는 카페, 안에는 이상한 식물들이 많았다. 처음 보는 식물들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장소에서 만나는 신비감에 더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카페 안에서 풍기는 인위적이지 않은 이상한 향기는 아담의 마음을 느슨하게 하고 마치 걸어가면서도 잠에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2층에 사람이 별로 없는 한쪽 구석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브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어디쯤이에요?" 아담은 메시지를 보내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한다. 그녀가 오기 전까지 화장실을 한번 다녀올까도 생각해 본다. 자신의 폰을 들어서 카메라로 얼굴을 비춰본다. 만약 이브가 마음에 드는 여성이라면 지금 최선을 다해 그녀를 맞이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로 얼굴을 보니 나오면서 면도를 제대로 하고 나오지 않은 것이 보인다. 실수다.
"띵똑" 메시지 알림음이 울리면서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화면 위에 이브의 메시지가 보인다.
[나 지금 카페에 있어요]
이브의 말에 아담은 놀랜다. 그리고 주위의 살핀다. 주변에 몇몇의 여자가 있지만 누군지 모르겠다. 창가 쪽에 있는 회사원 스타일의 성격은 교과서 같을 것 같은 여자가 한 명 있다. 그리고 중앙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에는 노트북을 하고 있는 여자. 대학생 과제중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는 커플이나, 남자다.
[1층이에요?] 아담이 메시지를 보낸다.
[2층이에요]
[2층 어딘데요. 나도 2층인데] 메시지를 급하게 보내고 아담은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선가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린다. 크게 들린 것도 아닌데 예민한 귀가 소리를 기가 막히게 캐치했고 눈은 그 소리 난 곳을 향해 움직인다. 아담에게 보이지 않던 사각지대에서 누군가 나온다. 그녀의 스타일은 특이했다. 금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어두운 노랑? 지나치게 밝은 금색으로 튀는 색은 아니다.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있다. 그렇지만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저런 스타일은 처음이다. 다만 그녀의 출신이 신경쓰인다. 한눈에 보기에는 중동에서 온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