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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Feb 02. 2022

섬이라 작을 거라 생각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면 오산이다

 어느 날 아는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제주에 놀러 왔다며, 얼굴 한번 보자고 한다.

있는 곳이 어디냐고 했더니 제주시 구좌읍이라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서귀포시 색달동이차로 1시간 20분은 족히 달려야 할 거리다.


 서울에서는 지하철 타고 1시간 거리는 약속을 정한다고 하지만, 지인에게 조심스럽게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을 예를 들 설명을 한다.  저녁 술 약속을 위해 의정부에서 수원 또는 용인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겠냐며 조심스레 묻는다.

 

 좀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나름 이해시킬 방법이라 생각 이렇게 설명을 하고,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차로 10분 이상의 거리이면 약속을 꺼려하는 문화가 있다는 부연 설명을 하면 그때서야 조금은 이해하며 아쉬워한다.    


 다음부터는 여행 전 현지인의 조언을 듣고 숙박지를 정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면 도움이 될 거라 말한다.

그래야 얼굴 한번 보기도 편할 테니 말이다.    


 제주도의 면적은 1850㎢으로 서울 면적 605㎢의 약 3배나 된다. 제주를 한 바퀴 큰 원으로 돌 수 있는 일주도로인 1132번 도로의 길이는 대략 240km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운전만 한다 해도 4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거리이다.    


 저 마다 여행 스타일이 모두 다르겠지만, 여행 계획을 할 때,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둘러보려고 일정을 세우는 사람도 있을 테고, 여유를 가지고 휴식하며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이전까지는 여행 계획을 시간 단위로 빼곡히 세워 가며 많은 것을 보려 하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그곳을 충분히 느끼며 휴식과 사색을 함께하는 여행을 더 즐기는 것 같다.  

  

 혹시나 본인이 일정을 빼곡하게 세우며 2박 3일 또는 3박 4일 동안 제주를 모두 둘러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조심스럽게 다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물론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온 사람이라면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그럴 수 도 있다지만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다.    


 제주는 산, 오름, 바다, 숲길, 계곡 등의 자연과, 그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이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마을들, 그리고 이곳을 일찍이 알아본 자본들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박물관, 체험장, 테마공원과 다양한 맛 집, 카페 등이 수 없이 많은 곳이다.


 이곳은 계절에 따라, 그리고 밤과 낮, 또는 새벽 및 해질 무렵에 따라 그 풍경이 모두 다르며, 여행의 속도와 머무르는 시간에 따라 마음에 와닿는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한두 번의 여행으로 제주를 충분히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하는 제주여행 첫 번째 tip


 2박 3일 이든 3박 4일 이든 제주를 동서남북 4곳으로 나누어 한곳에 집중해서 조금은 느리고 여유 있는 여행 계획을 세우면 어떨까 한다.    

내가 나누어 본 제주의 동서남북(네이버 지도 캡처 후 편집)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제주는 생각보다 넓다.

고작 한 시간 거리라는 서투른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작지 않은 제주에서 여행의 많은 시간을 길에 허비해버려, 좋은 기억으로 남는 여행은 없을 테니 말이다.    


 간혹 숙소와 일정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가깝겠지 하는 마음에 동에서 서로 다니며 여행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고, 나 역시 이곳으로 이주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여행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기에 첫 번째로 알려 주고 싶은 팁이기도 하다.    


 만약 정말 어렵사리 제주 여행을 계획했고, 자주 올 수 없는 여건이라 어쩔 수 없다면 적어도 동서남북 하루씩 시계방향 또는 반 시계 방향으로 그날의 여행지와 숙소를 정해 이동거리만큼은 최소한으로 줄여 여행 시간으로 충분히 활용하길 바란다.  


 제주의 동서남북은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특색이 있다.

만약 동서남북 중 어느 한 곳을 정하려 한다면, 이 글을 참고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좋 것 같다.




 우선 동쪽은 해가 뜨는 아침의 기운이 좋다.

그래서일까? 이곳 사람들 또한 에너지가 넘치는 듯하다.

동쪽은 제주의 대표 관광명소 성산 일출봉과 우도가 있고, 조천부터 구좌, 성산, 표선까지 이르는 해안도로는 어느 곳이든 그 시간 잠시 머물기만 한다면, 아침 일렁이는 파도를 뚫고 올라오는 태양의 기운을 만끽하며 새로운 희망을 다짐할 수 있는 곳이다.

광치기 해변에서 본 성산일출봉 일출 사진

 본인이 아침형 인간이라 생각한다면 동쪽에 숙소를 잡고 아침 일출을 감상하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보길 추천한다.    


 제주시 조천읍과 서귀포시 표선면을 연결하는 97번 도로 동편으로 3박 4일 정도 계획을 세운다면 알차고 여유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우도와 성산일출봉 만으로도 하루 꽉 채우는 관광지이기에 나머지 각종 오름 또는 자연휴양림, 숲길 테마공원 등의 일정을 세워 보면 4일이라는 시간도 모자라 못내 아쉬울 것이다.    


 동쪽의 대표적인 추천 여행지는 만장굴, 비자림, 함덕 해수욕장, 구좌읍 세화 해변, 다랑쉬 오름과 용눈이 오름, 백약이 오름 등 여러 오름과 성읍 민속 마을, 표선 해수욕장 및 표선 민속 마을, 성산일출봉과 우도, 광치기 해변과 섭지코지 등이 있다.


 물론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곳들이 있지만 여행객 입장에서 가볼 만한 대표적인 곳들 꼽은 것이니 참고하기 바라며,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저녁 한적한 우도에서의 1박을 적극 추천해본다.

우도에서 바라보는 본도(제주)의 야경은 또 다른 제주를 느끼게 해 줄 테니 말이다.     




 동쪽이 해가 뜨는 아침의 기운이 좋은 곳이라면 반대로 서쪽의 대정, 한경, 애월읍은 해가 지는 저녁노을의 붉은 기운과 함께 복잡한 생각이 바다와 붉은 하늘에 머물다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서쪽으로 여일정을 세워 보길 추천한다. 

신창리 풍차 해안 일몰
차귀도 일몰

 물론 동쪽과 서쪽이라 해서 아침의 힘찬 기운과 저녁노을의 평온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여행에서 낮 시간에 다니는 관광지만큼 중요한 것이 숙소이고, 값비싼 숙소의 제값을 누리고자 한다면 숙소에서의 시간 또한 많이 할애하여 동쪽의 아침, 또는 서쪽의 저녁 등 그 시간에 머물러 충분히 느껴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서쪽은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공항 옆 용두암에서부터 말 등대로 유명한 이호테우 해변을 지나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 한담 해변, 비양도를 보며 달리는 한림의 협재해수욕장과, 크고 하얀 바람개비가 바닷속 파도에 자리 잡아 돌며 이색적 풍경을 자아내는 신창리 풍차 해안, 깎아지른 절경이 아름다운 차귀도 선착장을 지나 수월봉을 지나면, 가끔 제주 남방 큰 돌고래가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대정읍 동일리 해안 그리고 송악산과 사계해안을 지나 산방산까지 해안도로는 다양한 제주의 모습을 보며 내 달릴 수 있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다.


 늦은 봄부터 초가을까지 어느 햇살 좋은 날 오픈카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곳을 달린다면 마음속 묵은 체증이 시원히 내려갈 힐링의 드라이브 코스일 것이다.  


 서쪽으로 여행을 계획한다면,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대표 도로인 평화로를 기준으로 계획한다면 3박 4일 정도의 적당한 일정이 세워질 것이다.


 대표적 관광지로는 앞에 이야기 한 드라이브 코스를 포함해서, 성이시돌 목장과 새별오름, 오셜록과 안덕 곶자왈 도립공원, 항몽유적지, 금악오름, 마라도와 가파도, 차귀도 유람선 등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 많은 명소와 숨은 관광지들이 즐비하니 자신에 취향에 맞 잘 선택하면 좋을 것 다.


 특히   무렵 풍차 해안에서의 일은 마음속 무거운 짐을 짊어진 이들에게 “왜?”, “나는”이라는 삶의 방향에 대해 다시 묻게 하고, 지우고 싶은 기억은 지는 해와 함께 바닷속에 묻을 수 있는 한 없이 마음 넓은 바다를 느낄 수 있기에 나의 삶 기준대로 적극 추천해본다.

   



 이렇게 동쪽과 서쪽은 태양이 뜨고 지는 기운을 바다와 함께 느꼈다면, 남쪽은 한라산이 든든히 뒤를 지켜 바람을 막아주며 따뜻한 햇살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따뜻한 동네이다.


 어 가든 싱그러움 가득한 감귤 나무를 볼 수 있, 특히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투박한 밭담 속 귤나무는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어 내 손톱 밑과 혓바닥까지 노랗게 물들인다.


 어떤 밭은 늦장을 부려 겨울 눈이 올 때까지 귤을 거두어들이지 않아 하얀 도화지에 샛노란 물감을 마치 방울방울 떨어트려 놓은 듯하기도 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는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보길 바란다.

따뜻한 남쪽의 제주

 같은 제주에서도 동서남북 지역에 따라 한 날 기온이 4도 차이가 며, 10년 사는 동안  내 기억 속에 이곳 남쪽 날씨는 한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갔던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육지에서 운동선수들이 전지훈련을 많이 오는 곳 이기도 하다.   

육지는 아직 추운 겨울인데도 이곳에서는 투박하고 시커먼 밭담들 옆으로 노랗게 유채 꽃 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과 어느 마을 빨갛게 물든 동백꽃을 보면 계절 감각을 상실 하기에 충분 만큼 따뜻한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유독 추위에 약하거나 같은 대한민국 추운 겨울날, 이른 봄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남쪽으로의 여행을 추천해본다.


 남쪽의 대표 관광지는 안덕계곡, 중문 관광단지의 색달해수욕장과 여미지 식물원, 천제연 폭포, 대포 주상절리, 군산 오름과 논짓물, 대평포구의 박수기정, 1100 고지와 영실, 서귀포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 서귀포항과 숲섬 및 새섬, 천지연 폭포 및 정방 폭포, 외돌개, 쇠소깍, 돈내코 계곡 및 사려니 숲길, 붉은오름 자연 휴양림, 남원읍 동백마을 등이 있다.


 이곳 남쪽 또한 3박 4일 정도의 일정이면 다양하게 숲과 바다 오름 등을 둘러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어린이나 나이 드신 어르신 또는 산 오르는 것을 싫어하는 연인 등과 함께 여행을 왔다면, 차를 타고 정상 직전까지 오를 수 있고 10분 이내로 조금만 걸으면 제주의 서쪽과 남쪽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군산오름을 추천해 본다.


 군산 오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과 산방산, 멀리 보이는 마라도와 가파도 그리고 그 앞 형제섬 등의 풍경은 파노라마 모드로 사진에 담아보려 애써 봐도 내 눈에 보이는 만큼 담을 수 없어 못내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쪽은 도시가 발달한 곳으로 밤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동문재래시장과 한라수목원의 야시장은 청춘들의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며, 누에마루 거리와 탑동광장, 노형동 드림타워 등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이고,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유명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와 말로만 듣는 제주 돔 나이트는 제주여행 중 잠시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흥이 넘치는 공간이다.

제주시 야경

 난 사실 이 밤의 문화를 즐기는 것에 관심이 적어 이곳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건 부족하지만 둠치 둠치 하는 그 소울만큼은 나 역시 자유롭게 즐기고 싶은 젊은 추억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에코랜드, 절물 자연휴양림, 사려니 숲길, 교래 자연 휴양림, 사라봉등 다수의 오름과 한라수목원과 한라생태숲 등의 자연도 많 곳이니 도심만 가득하다 오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북쪽의 자연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방문한다면 그 선선함에 놀라 숲 속에 텐트를 치고 눕고 싶거나,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와 함께 책 한 권 펼치고 싶을 것이.

그리고 동문재래시장 야시장에서 젊은 사장님들의 패기 넘치는 에너지와,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도 즐겨 보길 추천한다.


 이렇게 제주는 생각보다 넓고 지역마다의 특색이 가득한 곳이며, 여행자의 마음에 따라 제각각 다른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여행을 원하는지 잘 생각하면서 조금 느린 여행을 한다면,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SNS와 블로그 등으로 인해 잘 설정된 사진으로 누군가에게 보여 지기 위한 여행보다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의 여행을 즐기기 바라며 핸드폰 속 사진보다 나의 일기장에 기록될 여행 계획을 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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