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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Feb 12. 2022

제주 사람들(그들의 놀이)

유료관광지 보다 그들 삶 속으로

 제주로 이사 왔던 첫 주말, 집 가까이 있던 천지연 폭포와 정방폭포를 찾았다.    

정방 폭포

매표소에서 호기롭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00동'

이라고 적힌 주민등록증을 내밀며, 속으로 ‘나도 제주도민이다.’하던 그때의 묘한 기분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새까맣게 잊고 사는 거 같다.  

  

 도민은 제주도가 운영하는 자연경관지는 무료이다.    


 얼마 안 되는 돈을 내지 않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그때의 묘한 기분은 그 많은 여행자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 생기는 자신감 넘치는 산책이었다.    


 집 앞을 터벅터벅 걸어 산책을 나왔더니 TV에서 보던 유명 관광지가 눈앞에 있고, 여행객들이 지나가며 연신 감탄사를 자아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렸던 것 같다. ‘여기가 내가 사는 우리 동네랍니다.’하며 말이다.    


 제주 입도 첫해와 두 번째 해 까지는 유료관광지와 각종 박물관, 테마공원 등을 찾아다니며 잘 설정된 사진을 찍고서는 당시 카카오스토리에 나를 아는 지인들에게 자랑하듯 글과 함께 올리곤 했었다.    


 이제 10년 차쯤 되어서 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이는 삶보다 나를 위한 삶에 더 집중하려 해서 인지 모르지만, 유료관광지는 잘 찾지 않게 되고 주로 자연에 시간을 넉넉히 두고 머무르며 이곳 제주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가끔 지인들의 여행에 함께해야 할 때는 기쁜 마음으로 즐기기도 한다.    


 이제야 정말 현지인이 되어 간다는 느낌이다.

그 느낌은 아마 내가 이 글 '제주여행 tip'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할 테다.    


 제주에는 그야말로 박물관 천국이라고 할 만큼 그 수가 상당하고 그 외 미술관과 테마파크 등도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너무 많기도 하고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아서인지 나 역시 모두 가보지는 못했다.

많은 박물관들 중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할 곳도 있으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이 유료 관광지들은 대부분이 도민 할인이라는 혜택을 주고 있고 신화역사공원 테마파크 같은 곳은 연간 회원권 등으로 도민을 유혹하는 곳도 있다.

잘 활용하면 좋은 혜택이겠지만, 내 주변 이곳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눈과 시선은 오름과 숲길, 한라산, 올레길과 둘레길, 마을과 작은 포구 등 자연 그대로를 더 즐기는 듯하다.    

군산오름에서 바라본 산방산
한라산 둘레길, 군산오름

 오래 머무르며 그곳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현지인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여행자들도 시선을 조금만 달리 한다면, 충분히 누리고 느낄 수 있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열려 있는 곳이다.

여행의 방식이 한 달 살기, 1년 살기로 옮겨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2박 3일 또는 3박 4일 잠시 잠깐 와서 그 들의 삶을 들여 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주 여행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일상에서 따로 마음먹고 내어야 하는 시간과  왕복 경비, 렌트비, 숙박비 등의 비용 부담 때문일 텐데, 잘 생각해보면 제주의 자연과 이들의 문화를 즐기는 데는 약간의 불편 일지 아니면 그 또한 여행의 일부 일지 모르는 것을 감수한다면 충분히 비용을 아끼며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문제 또한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할 테고 말이다.    


 나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느 순간부터 유료관광지의 인위적인 모습은 잠시 사진 찍기 좋다 정도의 느낌은 있지만 오랜 시간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감흥이 없어 잘 찾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언젠가는 가보겠지 하는 막연함 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찾았다가 마음속에 진한 여운을 담아오거나 그래 이게 제주를 진정 즐기는 건데 하며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즐기기 시작했다.    

 


제주 여행 tip 네 번째

-유료관광지 보다 그들 삶 속으로-    


마을마다 축제    


 먼저 제주는 축제의 천국이다.

제주는 마을마다 그들만의 축제가 대부분 있고 그 축제들은 연중 끊이지 않고 제주 전체로 보면 어느 지역 일지 모르지만 매주 한 곳 이상은 축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많이 제한되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린 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칠십리축제, 칠선녀 축제(장어 잡이 체험), 송악산 일출 행사

 대표적인 축제를 소개한다면,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그대로를 아는 만큼 적어 보려 하니 양해를 바란다.  

  

 서귀포 국제 펭귄 수영대회(대회는 참여하지 않아도 관람만으로도 충분히 그 매력이 있다.)

서귀포 유채꽃 걷기 대회, 새별 오름 들불 축제, 가파도 청보리 축제, 고사리 축제, 보목 자리돔 축제, 제주 푸드엔 와인 페스티벌, 국제 마라톤 대회, 한림공원 야생화 축제, 서귀포 휴애리 매화 축제, 금능 원담 축제, 돈내코 계곡 원앙 축제, 삼양 검은 모레 해변 축제, 제주 원도심 축제, 제주 이호테우 축제, 표선 해비치 해변 하얀 모래 축제, 한림공원 연꽃 축제, 한 여름밤 솜반천 청소년 영상문화 축제, 한여름 밤의 예술 축제, 쇠소깍 축제, 예래생태마을 체험축제, 제주 뮤직 페스티벌, 한수풀 바당 축제, 산지천 축제, 서귀포 칠십리 축제, 제주마 축제, 제주해녀 축제, 추자도 참굴비 대축제, 하례리 생태하천 축제, 올레길 걷기 축제, 우도 소라 축제, 제주 밭담 축제, 제주페스티벌, 탐라 문화제, 감귤축제, 제주감귤 국제마라톤대회, 최남단 모슬포 방어축제, 제주 성산일출 축제, 제주 윈터 페스티벌, 제주 왕 벚꽃 축제, 중문 칠선녀 축제 등 


 이 이외에도 크고 작은 축제가 제주 전역에서 연중 끊이지 않고 이루어진다.    

새별오름 들불 축제

 이런 마을마다의 축제는 제주민 들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으며, 먹 거리와 볼거리, 각종 체험도 함께 제공하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축제 날짜가 해마다 차이가 있으니 포털 사이트에서 제주 월별 축제를 검색해 최신 정보를 참고하길 바란다.    



계절음식점    


 무더운 여름이 되면 용천수 등 물이 흐르는 곳이나 해안가 물놀이 장소 등에서는 더운 여름을 이기기 위한 현지인들의 피서지로 마을에서 운영하는 계절 음식점들이 생겨난다.     


 메뉴는 주로 백숙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그 외 다양한 음식들도 있으니 뜨거운 뙤약볕의 성수기에 제주 여행을 왔다면 도민들의 여름 나기를 함께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색달동 생수천 계절음식점


용천수와 작은 포구에서의 물놀이    


 계절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용천수탕 또는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작은 포구 등은 현지인들의 사랑받는 물놀이 장소이다.    

한경면 판포포구, 예래동 논짓물

한경면의 판포포구와 예래동 논짓물, 돈내코 계곡, 법환포구, 솜반천, 강정천 등은 여름철 대표적 물놀이 장소로 유명한 곳이며, 그 외에도 마을마다 작은 포구 들은 그 마을 젊은 아이들의 여름밤 더위를 식혀주는 최고의 놀이터다.     


 지하수와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 바닷물의 짠 기운이 적어 물놀이하기에 좋고 물 온도가 차가워 어린아이들은 금방 입술이 파래질 정도이니 여름 더위 사냥은 걱정 없다.


 물론 포구에서의 물놀이는 금지되어 있으니 잘 알아보고 가능한 지역에서 안전하게 즐기기 바란다.   

 

 특히 장마가 지난 7월 말 8월 초중순의 법환 포구에서는 저녁 9시경이면 한치를 잡으러 갔던 배들이 포구로 돌아온다.     

법환포구 한치 배

 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선주들과 바로 흥정하며 시장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치를 사서 포구의 한쪽에 자리를 고 앉아 즉석서 한치회를 먹는 이들의 진풍경은 그야말로 한여름 밤의 낭만이다.

법환포구 한치 모임

 그곳에서 어느 정도 먹다, 덥거나 소화가 필요하면 포구 바로 옆 차가운 용천수 탕(막숙)에 몸을 담그고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가, 지인들과 늦은 여름밤을 지새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법환포구 막숙

 어떤 날은 당시 살던 마을의 작은 포구에서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옆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이와 나 둘 뿐이었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과 다른 한 명, 모두 네 명 이 다였는데 자세히 보니 가수 DJ DOC의 이하늘과 그의 지인이었다.


 아이는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체 지나가는 아저씨쯤 생각하며 함께 물장난을 치 신나게 놀았다.    



제주 봄 고사리    


 제주의 봄은 고사리 장마라는 것이 있다.

이 봄비가 지나고 나면 중산간지역과 산록도로 주변의 목장지에는 고사리가 흐드러지게 올라오는데, 그 시기 주말이 되면 사람들은 가볍게 도시락을 싸고  자리와 빈 배낭 하나에 손가방 하나 들고 이곳저곳 목장지로 간다.  

산록도로 목장지

 집집마다 차례상에 쓸 고사리를 이 시기에 마련해 두려고 모두 나와 고사리를 끊기도 하지만, 한때에는 육지사람들이 와서 한 달씩 머무르며 이른 새벽부터 오전까지는 고사리를 끊고 오후는 주변 관광을 다니며 고사리로 여행경비와 수입을 나 올리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건 고사리와 생고사리

 물론 오래전 이야기이고 지금은 경비 대비 가성비가 맞지 않아 그렇게 오는 사람은 없지만, 현지의 이주민들은 고사리를 따서 육지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제주 고사리 맛을 선물하기도 한다.    


 보통 고사리는 말린 건고사리를 보게 될 텐데 갓 끊어온 생 고사리를 삶아 찬 물에 씻어 내어 물기를 뺀 다음 그대로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하나씩 꺼내 삼겹살 굽는 불판 아래 두어 돼지기름 머금은 고사리로 먹거나 또는, 고등어조림에 넣어 칼칼한 국물을 머금은 생 고사리의 맛은 먹어 보지 않으면 모를 테다.      

생고사리와 삼겹살

 하지만 간혹 동네 한 곳에 “어머니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고사리를 끊으러 갔다 사고를 당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고사리 체험을 하고 싶다면 혼자 다니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    



귤 수확    


 늦가을 또는 초겨울 귤 수확 철이 되면 온 동네 사람 다 모아도 일손이 모자라 집집마다 아이들 고사리 손마저도 아쉬운 시기이다.    


 이번에는 “일꾼 구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동네방네 붙어 있다.

현지인들은 이 시기 어디 놀러 다니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주민인 나의 입장에서는 그 또한 재미있는 놀이였다.   

 

 전지가위로 귤 꼭지 위를 바싹 자르지 않으면, 잘못 잘린 꼭지의 뾰족한 부분이 다른 귤을 찔러 금방 상하게 만들고, 그 상한 귤은 주변 귤까지 못쓰게 만들기에 잘 잘라 주어야 한다.    

수확 한 귤

 거기에 성인 기준 하루 250kg 이상은 수확을 해야 하기에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지만, 복잡한 생각을 비울 수 있어 나는 좋았던 기억이다.    


 일을 하다 목이 마르면 그 자리에서 귤 하나를 뚝 떼어 껍질을 까서 통째로 입에 넣으면 새콤한 전율이 입 안 가득 퍼지며 피로와 갈증이 한 번에 가시는 듯하다. 그렇게 시원하고 달콤할 수가 없다.    


 그리고 중간중간 함께 먹는 식사와 새참은 누구나 상상 가능한 꿀맛이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한 동안 아는 지인의 소개로 귤 밭을 무상으로 임대해 농사를 지어 보기도 했다.



천연 자연 눈썰매장  


 겨울이면 제주의 한라산은 하얀 눈 꽃 세상이 돼 그 매력에 빠져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라산 영실 코스

 하지만 등산을 할 정도가 되지 못하는 어린이나 어르신들은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1100 고지 휴게소나 성판악 휴게소 주변으로 설경을 구경하러 가기도 한다.    

사려니 숲길 입구

 지금은 여행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1100 고지 휴게소 주변은 설경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차량과 사람들로 북새통이 되기도 한다.     

천연 눈썰매장

 그리고 이 시기 제주의 산지 곳곳은 천연 눈썰매장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눈썰매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태워 오르락내리락하느라 지쳐 힘들다 하지만, 막상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이곳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은 척박하고 험난한 자연에서 고된 삶을 살아왔지만, 이렇게 그들의 놀이 문화 또한 자연과 함께 하며, 미약한 인간에게 많은 것을 내어 주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이주민들은 이들의 문화와는 좀 다르겠지만 나름 자연과 함께하는 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 이야기는 앞으로 천천히 해나갈 예정이며

예고편  느낌으로 사진 몇 장 함께 올리며, 

여행객들도 제주의 자연이 내어 주는 선물을 이들처럼 온전히 느끼고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주민들의 제주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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