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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Feb 22. 2022

렌터카 "허 씨" 이야기

핸들 앞 풍경에 시선을 뺏기지 말고, 뚫린 도로 지만 도심보다 느리게

 사람들은 제주 여행에 렌터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주요 관광지 주차장이나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눈에 띄게 많은 렌터카를 볼 수 있고 대부분 중형급 이상의 차량이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제주에 등록된 렌터카 수는 대략 3만 대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에서도 제주 입도객 수는 하루 평균 3만 명 정도라고 하니, 대충만 생각을 해봐도 입도객 대부분이 렌트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렌터카의 차량 번호는 "허", "하", "호" 등 여러 가지이지만, 난 그냥 쉽게 "허 씨"라고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것에 렌터카를 타는 관광객을 비아냥 거릴 생각은 1도 없다.

다만 평소 잘 갖추어진 도심 도로의 야간 불빛과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의 운전 습관을 생각해 보고, 모두 안전한 여행이 되길 바라는 지이다.


 제주의 일주도로인 1132번 도로를 따라 제주를 한 바퀴 돌다 보면 4차선 이상의 큰 도로이지만 제한 속도가 30km, 50km, 60km, 70km, 80km 등으로 다양하다.


 사실 현지인인 나도 들쑥날쑥한 제한 속도 때문에 가끔은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제주는 교통사고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그리고 그중에 렌터카가 차지하는 비율도 꽤 높은 편이다.


 제주도는 2013년 이후 매년 4,000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 기준 4,324건의 사고에 50명이 사망하고 6,54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2021년) 추석 연휴 기간 발생한 교통사고의 28%가 제주를 방문한 입도객의 사고였다.


 인구 10만 명당 649건으로 전국 평균 대비 53% 더 높은 수치이고, 렌터카 사고 비중도 10% 이상으로 전국 평균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한다.


 또한 사고에서 어린이와 뒷좌석 사고의 사상자 비율이 높다고 하니 그냥 흘려 넘길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그래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 5번째 제주 여행 tip-

- 핸들 앞 풍경에  시선을 뺏기지 말고, 뚫린 도로지만 도심보다 느리게 -


 제주의 도로는 사각 지역이 많은 편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유산이자 문화인 돌담이 운전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돌담에 가려 교차로처럼 보이지 않지만 차량이나 오토바이,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곳이 많아 운전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주의 야간 도로는 가로등이  많이 부족 어두 컴컴한 지역이 많고 사고 위험도 늘 도사린다.


 나 역시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하긴 했지만 한적하고 인적 드문 길은 아직도 위험천만함을 느끼며, 가로등을 왜 더 설치하지 않는지는 궁금하기도 하다.


 10년 살면서 자주 다니는 곳은 자연스레 위험 지역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었고, 특히 눈이 오거나 비가 올 때는 516도로나 1100 도로, 남조로 등은 가능한 이용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이용을 하더라도 30% 이상 감속 운전을 하방어태세를 갖추게 되고, 중산간 지역은 안개가 있을 경우 바로 2~3미터 앞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개가 많은 시기는 피해 다니고 있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그저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데로 다니다 보니, 이런 위험 구간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탓에 비 오는 날 516 도로를 지나다 보면, 꼭 한 두대는 빗길에 미끄러져 뒤집힌 차를 보게 된다.


 내 주변 현지인들만 해도 다행히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비 오는 날  516 도로를 넘다 차를 폐차시킨 이들이 다수 있도 하다.


 제주 여행 전 인터넷 최저가라며 유혹하는 렌터카들이 많이 있지만 막상 도착해서 차량을 인수하려면 자차 보험은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은 렌터카가 많이 부족해져 렌트비 자체가 많이 비싸다고 들었지만 예전에는 예약할 때 지불한 렌트비보다 도착해서 차량을 인수하며 추 지불한 보험료가 더 비싸 '역시 낚였네' 하던 일도 많았다.


 여행을 와서 당연히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으면 안 되겠지만 별도 지불하는 보험료가 비싸다고 하더라도 내 생각에는 추가 보험 가입은 필수인 거 같다.

차량 수리비 이외에도 휴차 보상금이라는 것도 있으니 이중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면 보험 가입을 추천고 싶다.


 도로를 지나다 보면 접촉사고가 나 찌그러진 채 서있거나 뒤집혀 있는 "허 씨"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채로 전화기를 붙잡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여행을 망쳐서 어쩌나' 하며 안타까웠던 순간들이 많아서이다.


 도심에서 막힌 도로를 운전하다가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기분도 상쾌하고 주변의 풍경에 시선이 빼앗겨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 잊어버리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제주 도로의 제한 속도가 들쑥날쑥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곳은 대부분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특히 노인들이 새벽 또는 야간에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길을 무단으로 건너다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이거나, 차량이 드문 한적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운전을 하다 사고가 많았던 지역일 것이다.


 그리고 제주에서 현지인 운전자들 중 연세가 있는 사들이 다수 있고, 오토바이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어르신도 자주 만나게 된다.

들은 서행운전이 최선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앞서가는 가 경치 감상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길을 헤매는 것인지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경험하게 될 텐데,  잠시 마음의 여유를 이런 차량을 추월하려다 위험한 순간을 맞이 하게 되는 일도 많으니 여행에서 얻은 마음의 여유만큼 운전 중에도 평정심과 조금의 여유를 가면 좋겠다.


 제주 도로에서 자주 만나는 회전 로터리와 마을 앞 입구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높은 방지턱, 같은 도로에서도 제각각 변하는 제한속도 카메라들은 그런 이유에서 점점 더 늘어나는 듯하다.


 그리고 눈과 비가 오는 제주의 도로는 육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 또한 꼭 알았으면 좋겠다.

제주의 토질이 화산암 지역이다 보니 육지처럼 인공적으로 만든 배수로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고 대부분 자연의 땅 그대로 스며들게 되어 있거나 물이 흐르는  자연스레 생겨난 배수로가 많다.


 그러다 보니 도로 위로 물이 넘치며 흐르거나 잠겨 있는 구간 등을 종종 만나 위험한 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산지에서의 비 오는 도로는 산속에서 흘러나온 물이끼 같은 부산물들이 도로를 더욱 미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눈 또한 따뜻한 지방에 내리는 눈이라 상층부의 공기는 차가워 눈이 내리지만 도로는 따뜻한 편이라 눈이 쌓이더라도 그 속은 젖은 상태의 눈이라 추운 지역의 눈보다 훨씬 미끄러워 아주 위험하다.


 눈 오는 날 낮은 경사에도 올라가지 못해 헛바퀴 돌며 앵앵 거리는 차들을 흔히 볼 수 있고, 비나 눈이 오는 날 생각 없이 브레이크를 밟아 미끄러져 사고를 낸 차들을 자주 마주치는 이유 일 것이다.


 여행객들 제주의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인지 대부분 렌트를 하는 듯하다.


 하지만 사실 앞서 1화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동서남북 지역을 잘 나누어 여행한다면, 그리고 노약자를 동반하지 않았다면 뚜벅이 여행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 삶의 모습 한가운데 들어와 느린 여행을 추천해본다.


시티 투어 버스

 만약 북쪽 제주시 지역 여행을 계획했다면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시내와 몇몇 관광지를 순환 운행하는 시티 투어 버스도 있으니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천천히 걷는 동안 좀 더 깊은 곳 제주의 속살까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서로 말은 쉽게 붙이지 못해도 잠시 마주친 시선이 조용히 입가에 번지는 미소로 이어질 때 느는 감정을 경험 해보길 바란다.


 만약 운전을 하더라도 제주의 환경과 도로의 여건을 잘 알고 이곳에 맞는 운전을 하며 안전한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고, 모두 좋은 추억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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