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비운 물건들을 보며...

한 해의 마무리는 비운 물건들을 떠올리는 것으로

by 하루

<사진:11월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물건이란

그냥 물건일 뿐인데...


나에게로 오면 이름이 붙는다.

추억, 아픔, 실망, 여전히, 거기, 가난, 두려움,

가끔 기쁨, 한때 희망, 도전, 마라톤, 자축, 주방,

기름때, 허드렛, 멋짐?, 새로움, 선물, 머거보지않은 머거본, 새로운 맛, 쓸모, 고마움,

웃음, 대박, 쪽박, 그러나, 떠나보내야 될 인연?


무수한 이름을 가지고 나에게 왔고

그렇게 다시 떠나보낸다.



올해는 버릴 것이 없어!

다 버려서...

그런데...

어떻게든 살아가는 내내 흔적을 남기는구나.


그랬구나.


활활 불타서 바짝 말라버린 땅이라

그 무엇도 흔적조차 없을 꺼라는 것은

'나의 오만과 착각'이었다.






당신의 종교는요? 저는 무교입니다.

그게 저에게 딱 좋습니다.

종교는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세상의 그 무엇도 희망이 되어주지 않아서...

손을 잡아주지 않아서...

여전히 독고다이를 외치며 저에게

맨발로 가시밭길을 걷고 피를 흘리며

미친년이 되더라도 걷다가 죽으라 하길래...

가슴에 칼을 품고 눈을 번뜩이다가도

가끔 진실로 선한 사마리아인을 보면

차마 그 무엇도 되지 못하니...

나의 가시가 초라하고 날카롭기만 한 것이 부끄러워 그 어떤 종교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물어보신다면?자연이요.

그 자연 속에서 이치를 깨닫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리산에서 산이 저에게 묻더군요.

어디 있고 싶냐고? 모르겠다고...


떠오르는 태양도 지는 해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별똥별도

다 저에게 묻더군요.

어떻게 살고 싶냐고?


전. 그저 조금 더 행복해지고...

가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수한 소원을 빌었는데...


자연은 말하지 않더라구요.

그게 자연이겠죠...


그러게요.

이렇게 비운 물건들의 사진을 보니

한해의 순간순간이 다 떠오르고

그 순간들의 냄새까지 다 느껴지네요.


이렇게 어떻게든 또 흔적을 남기는 게

인간의 숙명일지도.


올 한 해를 비우며 자연에게 말합니다.


"고마워. 기다려줘서. 늘 그 자리에 있어줘서.

잡은 듯 잡지 않은 듯 하는 너의 손길. 그랬구나.

좀 덜 슬퍼하고 좀 더 웃어볼께. 덜 아플께...

노력해볼께...그리고 기다려...꼭 갈께.

환하게 웃으면서...내 몫을 다하고 갈께.

그렇게 나의 마음들도 비울께. 기다려줘. 갈께."




♧ 저의 연재는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이 시끄럽지 않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을 때, 아니면 저만의 글들이 제 방식대로 정리됐을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어느 작가님이 초라하더라도 자신의 글을 자기 자신만이라도 사랑해보라고 하더군요. 노력해보겠습니다.


최근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따뜻한 글을 읽으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더 감사함을

갖기로 했습니다.

사람인지라 생기는 비교하는 마음.

두려움.아픈 이를 평생 뒷바라지해야 되는 현실적 고뇌. 경제적 두려움을 조금은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미래는 알 수 없으니 그저 오늘의 나에게 최선을 다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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